[데스크시각] 가덕신공항과 박형준의 정치적 미래

송진영 기자 2024. 1. 18. 03:0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은 수도권 일극체제의 비정상 국가다. 조선 건국 이래 대한민국의 모든 것은 수도권이, 수도권을 위해, 수도권에서 결정한다. 사정이 이러하니 지역의 신음이 위정자들에게 들릴 리가 만무하다. 수도권은 물론 비수도권에서도 수도권 외 지역은 중앙의 하위 개념인 지방에 불과하다는 인식이 만연하다. 어김 없이 강조하는 바, 수도권 일극체제의 정점이자 상징은 바로 인천국제공항이다.

인천국제공항은 단지 대한민국과 전세계를 잇는 국내 유일의 하늘길에 그치지 않는, 대한민국의 모든 물류와 화물을 집적하는 국내 사회 경제체제의 절대적인 축이다. 이 때문에 인천국제공항의 수준이 국가 위상과 직결될 수밖에 없으니 정부는 인천국제공항에 모든 것을 걸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관문이 된 인천국제공항에 더더욱 사람과 물류가 집중되면서 수도권 일극체제는 견고해졌다.

부산의 자격지심으로 비춰지더라도 인천국제공항과의 비교를 멈출 수 없다. 2001년 문을 연 인천국제공항이 3단계 확장 사업이 막힘 없이 진행돼 현재 활주로 3개와 여객터미널 2곳을 운영한다. 여기에 올해 말이면 제4 활주로와 제2 여객터미널 등 4단계 확장사업이 준공된다. 확장과 성장의 선순환 구조가 확실히 구축된 것이다. 이것도 부족한지 인천국제공항의 5단계 확장 사업안도 조만간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가덕신공항 특별법 제정과 2029년 개항에 총력전을 벌이면서 잠시 잊고 있던 제2활주로 신설을 부산시가 공식화한 것은 의미가 있다.

특히 가덕신공항의 활주로 추가 신설은 박형준 시장의 정치적 운명과도 직결될 것이고, 또한 직결돼야만 한다. 2030세계박람회 유치 실패 이후 부산시가 매진하는 글로벌 허브 도시의 성공적 추진에 박 시장의 정치적 미래가 달렸다면, 그 미래는 가덕신공항 추가 활주로 신설 여부로부터 시작된다. 가덕신공항은 2019년 오거돈 부산시장과 김경수 경남도지사, 송철호 울산시장이 김해신공항 건설사업의 백지화와 동남권 관문공항 추진을 선언하면서 비롯됐다. 하지만 이후 수도권 일극주의의 발호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른 지역여론의 분산, 여기에 성범죄로 오거돈 전 시장이 낙마하면서 가덕신공항의 운명은 위태로웠다. 부산시장 보궐선거로 다시 부산정권을 보수정당이 잡게 되면서 가덕신공항이 또 한 번 기로에 놓였다는 전망이 나왔지만 박 시장은 “부산의 미래 운명을 좌우할 가덕신공항에 여야가 있을 수 없다. 초당적으로 협력하겠다”는 취임 일성으로 이 같은 우려를 불식했다. 박 시장은 전임 시정의 현안 중에서 가덕신공항 만큼은 진심을 다해 추진했다. 박 시장이 가덕신공항에 진력했기에 지역사회는 정치적 호오나 여야를 떠나 ‘합리적 개혁 보수’라는 평가를 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2029년 개항 이후 가덕신공항은 남부권 글로벌 관문공항과 세계 50대 메가허브 공항의 면모를 가져야만 한다. 박 시장이 가덕신공항 제2활주로 추가 확장까지 성사한다면 박 시장의 정치적 위상 제고와 함께 박형준 사단이 꿈꾸는 그의 정치적 미래가 가시화할 수 있다. 박 시장은 당대의 전략가로 국정 운영에 밑그림을 그린 경력을 가진 참모, 차분한 달변의 보수 논객이라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 박 시장이 밋밋한 정치적 이미지를 뛰어넘어 정치적 한 방(임팩트)을 갖춘 정치인으로 부상하겠다면 수도권 일극주의에 맞서며 지역균형발전을 상징하는 비수도권의 대표 주자가 돼야 한다. ‘지역균형발전 만큼은 정치적 이해관계를 떠나 박형준뿐’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의 정치적 존재감을 가지려면 가덕신공항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


가덕신공항은 부산시민의 24시간 항공 이용 편의를 위해 짓는 것이 결단코 아니다. 수도권에 대응하는 비수도권의 상징이자 국가균형발전의 축이 될 시설이다. 망국적 수도권 일극체제를 깨고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모든 것을 걸고 덤비는 부산시장의 등장을 시민은 갈망한다. 이제 부산시민도 정치적 역량과 장래가 있는 부산시장을 만날 때가 됐다. 그런 부산시장이 되는 가장 쉽고, 강력한 방법은 가덕신공항에 있다.

송진영 사회부장

Copyright © 국제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