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홍보망… 모금 위해 어디든 달려가”
기부제 시행 전부터 전담부서 신설… 향우회 사무소에 서울사무소 설치
취임 직후부터 재경 향우와 협력… 시축-시구 참여해 모금 홍보하고
소주병 뒷면 활용해 참여 독려
지난해 고향사랑기부금 22억4000여만 원을 모금해 전국 기초자치단체 가운데 1위를 기록한 전남 담양군에 대한 평가다. ‘전국 1위 성적표’를 받아 든 군민과 공무원, 향우들은 무척이나 고무된 분위기다. 최근 행정안전부 발표 이후 담양군에는 그 비결을 배우려는 지방자치단체 공무원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담양군의 모금 실적은 의미가 남다르다. 재정자립도가 11%로, 전국 평균(45%)에 크게 못 미치는 데다 한때 10만 명을 넘었던 인구도 4만5000여 명으로 줄어 지방소멸을 우려해야 할 상황에서 일궈낸 값진 성과이기 때문이다. ‘담양 영업사원 1호’를 자처하며 고향사랑기부금 모금을 진두지휘한 이병노 담양군수를 16일 인터뷰했다.
―소감이 궁금하다.
“‘전교 1등’을 해서 좋긴 한데 내년에도 1등을 놓치지 않아야 한다는 부담도 있다(웃음). 무엇보다 군민들이 기뻐하고 자부심을 느끼고 있어 보람을 느낀다. 긴장의 끈을 놓지 않고 올해도 담양을 열심히 홍보하며 전국 1위 성과를 이어가겠다.”
―향우들의 애향심이 대단한 것 같다.
“군민뿐 아니라 향우들에게도 특별한 ‘애향 유전자(DNA)’가 있는 것 같다. 재경향우회의 경우 응집력이 대단하고 형님·아우 하면서 끈끈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해마다 향우들이 고향을 방문해 1박 2일 일정으로 행사를 개최하는데 자녀들을 데리고 오는 분들도 많다. 인구가 많을 때 담양에 초등학교(당시 국민학교)가 50곳이 넘었다. 지금껏 학교는 달라도 졸업연도가 같으면 동창회를 함께하고 선후배 초청 축구대회를 여는 등 우의를 다지고 있다. 이런 연대감이 고향사랑으로 이어지지 않았나 싶다.”
―타지인들이 많이 참여했는데….
“15일 대구에 조문을 다녀왔다. 고향이 경남 거창인 중견 기업인이 상을 당했는데 정말 고마워서 갔다. 지난해 여름 지인을 통해 그 기업인이 죽녹원 한옥 펜션에서 묵고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찾아가 인사를 한 적이 있다. 그런 인연으로 그분이 고향사랑기금 500만 원을 기부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서울에서 모임을 하는 35명을 데리고 담양을 찾았는데 35명이 그분을 따라 기부했다. 정을 주면 지역 연고가 없는 이들의 마음도 살 수 있다는 것을 배웠다.”
―전국 1위를 차지한 비결을 꼽는다면….
“2022년 취임 직후부터 기부제 시행에 전방위적으로 대응했다. 담양군 사상 첫 서울사무소를 재경 담양향우회 사무소에 설치해 재경 향우들과 협력체계를 구축했다. 서울사무소 정책보좌관에 대구 출신으로 국민의힘 국회의원 정책비서관과 보좌관을 역임한 김동률 씨(36)를 과감하게 발탁해 담양과 정부, 국회, 기업, 기관단체를 잇는 가교 구실을 맡겼다. 고향사랑기부제 전담 부서를 시행 6개월 전에 만들고 각 부서는 물론 읍면까지 동참해 전국 홍보망을 구축했다. 일찍 일어나는 새가 벌레를 잡아먹는 법이다. 발 빠른 준비와 홍보가 성패를 가를 것으로 봤다.”
―고향사랑기부가 지역에 어떤 도움이 됐나.
“4차례에 걸쳐 답례품을 선정해 현재 43개 품목, 120여 개 상품을 등록했다. 쌀과 죽순, 떡갈비, 한과 등 대표 농특산품을 시작으로 기부자 만족도를 높이기 위해 꾸준히 답례품 품목을 다양화했다. 지난해 1만686건(6억5000만 원)의 답례품을 기부자에게 제공했다. 이는 고스란히 지역민의 직간접적인 소득으로 이어졌다. 담양사랑상품권이 가장 선호도가 높았고 대숲맑은 한우, 대숲맑은 담양 쌀이 그 뒤를 이었다.”
―전국에서 모인 기금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가.
“기탁금을 뜻깊게, 그리고 지역 사정에 맞게 사용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전체 노인 인구의 40%가 넘는 홀몸 어르신들을 위한 병원 동반 서비스와 돌봄서비스를 지원해 어르신들도 안심하고 병원에 갈 수 있도록 하겠다. 하교 후 지역아동센터에서 돌봄을 받는 다문화가정 어린이들을 위한 도서와 악기 구입비를 지원하고 소상공인들이 밤늦게까지 영업을 할 수 있도록 야간 전기요금을 지원하겠다.”
―올해 목표는….
“50억 원이다. 지난해 담양 인구의 4분의 1에 달하는 1만2074명이 고향사랑기부금을 기탁했다. 90%가 넘는 이들이 10만 원을 기부했고, 500만 원을 기부한 고액 기부자는 83명이었다. 기부자들은 광주가 45.7%, 담양을 제외한 전남 16%, 경기 12%, 서울 10%로 나타났다. 소액 기부자 비중이 높을수록 기부가 꾸준히 이어진다는 일본의 사례를 참고삼아 소액 기부를 늘릴 방안을 찾겠다. 수도권 향우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지도 고민하겠다.”
정승호 기자 shjung@donga.com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與공관위장 “시뮬레이션 돌려봐…현역 컷오프 10% 넘을수도”
- [김순덕 칼럼]한동훈은 절박하지 않다
- 이재명 “법·펜·칼로 죽이려고”에 한동훈 “그 정도면 망상”
- 한동훈 “김경률, 정청래 상대 출마” 자객공천…마포을 당협 반발
- ‘더 센 시즌2’ 예고한 트럼프… 세계가 바짝 긴장하고 있다[사설]
- 결국 ‘아니면 말고’식이 되어가는 김포시 서울 편입[사설]
- 원근거리를 번갈아 볼 때 초점 전환이 늦다
- 신평, ‘나의 때가 지나갔다’ 詩에…尹, 새벽 2시에 ‘좋아요’
- 서울시 양천구·구로구 일대 3만여 세대 온수·난방 공급 중단
- “91개 부담금 재정비”… 단 몇 개라도 제대로 없애는 게 중요[사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