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웹툰·영화도 이젠 “생성형 AI를 許하노라”
세계 최대 게임 플랫폼인 ‘스팀’은 지난 10일(현지 시각) 인공지능(AI)을 활용한 게임의 출시를 허용한다고 공지했다. AI가 만든 그래픽, 사운드, 코드 등이 쓰인 게임을 스팀에서 판매할 수 있고, 실시간으로 AI가 적용되는 게임도 허용했다. 지난 6월 AI가 사용된 게임의 입점을 금지한 것과 비교하면 태도를 180도 바꾼 것이다.
명령만 하면 그림을 그려주고 코드를 짜주는 생성형 AI를 금기시하던 콘텐츠 업계가 최근 입장을 전면 수정, 생성형 AI를 적극 포용하고 나섰다. 그동안 콘텐츠 분야에선 AI 사용에 대한 반감이 컸다. 특히 AI가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위협할 수 있다며 미 할리우드 작가들까지 파업에 나섰다. 하지만 AI 기술을 창작자의 협업 도구로 사용하면 비용 절감과 업무 효율화를 꾀할 수 있다는 인식이 퍼지면서 게임·웹툰·영화 등 다양한 콘텐츠 분야에서 AI 적용이 확대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뷰리서치에 따르면 세계 미디어·엔터테인먼트 분야 AI 시장 규모는 2023년 197억5000만달러(약 26조897억원)에서 2030년 994억8000만달러로 커질 전망이다.
◇게임·웹툰·영상까지 AI
마이크로소프트는 현재 자사 게임 콘솔인 ‘엑스박스’ 게임 개발을 위한 AI 도구를 개발하고 있다. 작년 11월 AI로 게임 속 NPC(조종할 수 없는 캐릭터)를 만드는 ‘인월드’와 공동 개발 파트너십을 맺었다. 명령만 하면 상세한 게임 스크립트나 대화 내용, 스토리 등을 만들어주는 AI 엔진을 개발하는 게 목표다. 핀란드 게임 업체 ‘비트매직’은 지난달 생성형 AI로 게임을 만들 수 있는 플랫폼을 공개했다. 이 플랫폼은 명령문만 입력하면 3인칭 3D 게임을 만들어준다. 비트매직은 “모든 사람이 게임 제작자가 될 수 있도록 이 플랫폼을 만들었다”고 했다.
웹툰 분야에도 AI 기술이 속속 접목되고 있다. 네이버웹툰은 2022년 기술 조직에서 AI 조직인 ‘웹툰 AI’를 분리하고, 웹툰 AI페인터를 내놨다. 웹툰 AI 페인터는 몇 번의 터치만으로 자연스럽게 채색을 할 수 있다. 네이버웹툰은 또 배경·펜선 작업 등 시간이 많이 소요되는 작업들을 도와주는 생성형 AI도 개발하고 있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역시 올 들어 ‘AI&데이터 전략실’을 신설하고, 관련 인력 채용에 나섰다. 장기적으로 생성형 AI가 접목된 창작 도구를 개발하겠다는 목표다. 만화 종주국인 일본에서도 생성형 AI 활용도가 높다. 일본 업체 ‘AI 허브’는 간단한 스케치만 올리면 수십 초 만에 착색과 테두리 작업까지 마친 일러스트를 여러 장 만들어주는 도구를 서비스하고 있다. 이 도구는 영국 스태빌리티 AI의 이미지 800만개를 학습해, 초보자가 그린 대략적인 그림도 만화처럼 바꿔준다. 일본 닛케이는 “제작 기간을 10분의 1로 단축할 수 있는 기술”이라고 했다.
디즈니 역시 AI 기술을 콘텐츠 전반에 통합시킬 방안을 논의하는 태스크포스(TF)를 만들고 AI 스타트업과의 협력을 모색하고 있다. 디즈니는 막대한 제작비가 드는 영화 제작 비용을 줄이기 위해 적극적으로 AI를 탐구하고 있다. 실제로 디즈니 산하의 마블스튜디오가 작년 공개한 드라마 ‘시크릿 인베이전’의 오프닝 영상엔 AI가 사용됐다.
◇저작권 기준 더 명확해져야
AI를 기반으로 한 콘텐츠 제작이 항상 장밋빛인 건 아니다. 콘텐츠 업계에선 여전히 AI가 내놓는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 문제가 도사리고 있다고 우려한다. 최근 AI 콘텐츠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하나둘씩 나오고 있지만 충분치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작년 12월 문화체육관광부는 AI가 만든 산출물의 저작권을 인정할 수 없지만, 인간의 수정·증감 등 창의적으로 ‘추가 작업’을 하면 일부 저작권을 등록할 수 있다는 가이드라인을 내놨다. 하지만 생성형 AI를 어디까지 활용해야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지 등 구체적인 사항은 빠져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AI를 활용한 콘텐츠가 저작물로 인정받기 어렵다면 아무도 이 같은 기술을 쓰지 않을 것”이라며 “기술 발전을 위해서라도 명확한 AI 저작물의 기준이 정해져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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