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카페] 공생의 아름다움을 위한 환대의 온도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 그런데 일명 ‘혼-’으로 시작되는 최근의 문화적 현상은 자칫 개인주의가 심화될 가능성을 초래할 수 있다. 혼자 영화관에 가기, 혼자 카페 가기, 혼자 산책하기도 꽤 낭만적이지만 함께 영화를 보고 그 주인공에 대해 이야기하며 덕수궁 돌담길을 걷는 것 역시 참 따뜻하지 않은가.
사뮈엘 벤체트리트 감독의 영화 ‘마카담 스토리’는 낡은 아파트에 사는 세 명의 주인공과 낯선 타자들의 만남에 관한 이야기다. 오래된 엘리베이터의 수리비를 내지 않아 탑승하지 못하는 40대 남자가 만난 병원 간호사, 10대 소년 샬리와 앞집에 이사 온 왕년의 유명 여배우 잔 메이어, 그리고 알제리 출신의 여인 하미다와 아파트 옥상에 불시착한 우주비행사 존 매켄지. 세 쌍의 우연한 만남을 엮어내는 이 영화는 각자 다른 방식의 환대를 보여준다. 첫 번째 남자는 야간근무에 지친 간호사에게 그녀의 아름다움을 일깨우는 사진을 찍어주는가 하면 두 번째 소년은 여배우가 출연했던 영화를 같이 보며 다시 연기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전해주고 세 번째 여인은 쿠스쿠스라는 전통 음식과 친아들의 옷을 주며 비행사가 편히 머물게 한다.
특히 잊히지 않는 것은 하미다의 눈빛이다. 그녀와 비행사는 다른 언어를 사용하지만 꽤 잘 소통한다. 비행사를 대하는 여인의 시선은 발화되는 표면적 언어를 초월하는, 이른바 배려와 포용의 내면적 언어이기 때문이다. 사실 낯선 타자와의 만남은 일견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마카담 스토리는 그 낯섦을 용해하는 환대의 온도가 있다. 그것은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다. 그래서 영화를 보는 관객도 그 온도의 포근함에 스며든다. 이처럼 세 명의 아파트 거주민은 불쑥 나타난 낯선 타자들에게 자신만의 방법으로 환대를 실천한다. 그들에게 결핍된 것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에서부터 필요한 안식을 제공하는 것까지, 환대의 주체는 내가 아니라 타자임을 말해준다. 인생은 수많은 점들이 이어진 선일 터인데 그 점과 점 사이에 우리가 만나는 타자들이 공존한다. 그렇기에 그 공존은 다름 아닌 공생이다. 단순히 함께 존재하는 공존이 아니라 함께 살아가는 공생인 것이다. 환대는 공존으로부터 공생으로 나아가게 하는 중요한 덕목임에 틀림없다. 누군가 이런 말을 했다.
주위에 있는 모든 이들에게 친절하라. 그들 모두 오늘을 힘겹게 살아가고 있다고. 레프 톨스토이의 말도 새삼스레 떠오른다.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지금 내가 하는 일이며, 내게 가장 중요한 사람은 지금 내 곁에 있는 사람’이라고. 내가 건넨 사랑은 어떤 형태로든 다시 자신에게 돌아온다고 한다. 비록 그것이 내게 되돌아오지 않을지라도 상대방의 마음에 온기 한 스푼 얹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치 아니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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