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인적 뜸한 청년몰... 시장은 기획한 대로 가지 않는다
인천에서도 언제부턴가 ‘청년몰’, ‘청년창업 거리’ 등이 등장했다. 청년 일자리 창출과 전통시장 활성화를 매칭한 국비 지원 사업이다. 그러나 처음 반짝 개점 효과를 내고는 금방 시들해진다. 2~3년이 지나면 있는 듯 없는 듯하다 철거 순으로 간다. 결국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시간과 노력을 들인 청년들에게 또 한번 좌절만 안긴다. 가장 최근의 사례로는 ‘미추홀 청년창업 특화거리’가 있다. 유동인구도 없는 외진 곳에 문을 연 청년가게들이 개점 휴업 상태라고 한다.
미추홀 청년창업 특화거리는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에 조성됐다. 미추홀구가 일반음식점으로 위장한 성매매 유흥업소들을 정비하면서 정부의 청년몰 사업을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일대 50여곳 상가 중 대부분 폐업한 상태로 방치 중이다. 특화거리 사업을 시작한 지 5~6년이 지났지만 청년창업점은 14곳이다. 디저트카페, 공방, 스튜디오 등이다. 그러나 실제 문을 열어 영업을 하는 곳은 현재 2~3곳에 지나지 않는다.
이곳 청년들도 지쳐 있다. “말만 청년창업 특화거리이지, 원도심이어서 아예 유동인구 자체가 없다”는 하소연이다. 인근에 대형 편의시설도, 주차장도 없다. 주민들도 대개 60~70대 어르신이어서 수요층이 아니다. 창업이라고 해 놓았지만 월세라도 내려면 부업을 뛸 수밖에 없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외부 출장’을 내걸고 부업을 나간다고 한다.
이곳뿐만 아니다. 인천 중구는 국비 지원 등 15억원을 들여 ‘신포 눈꽃마을 청년몰’을 조성했다. 2018년 중소벤처기업부의 공모사업에 선정된 것이다. 침체된 신포동 일대 골목상권을 살리고 청년 창업을 돕자고 시작했다. 눈이 쌓인 유럽 풍경을 연상시키는 눈꽃마을과 푸드트레일러, 광장과 무대, 고객 쉼터 등을 마련했다. 그러나 생각처럼 상권이 살아나지도 않고 코로나19까지 겹쳤다. 청년점포들이 하나둘 문을 닫았다. 결국 지난해 1월 구조물 철거에 들어갔다. 처음 구가 지은 ‘문화동’은 이제 쓸모를 잃은 채 비어 있다. 인천 강화군 중앙시장의 청년몰 ‘개벽 2333’도 같은 길을 걸었다. 시간이 지나도 장사가 안 되자 청년 상인들이 하나둘 떠났다. 5년 만인 2022년 1월 전면 폐장에 들어갔다.
시장이나 상권은 인위적으로 형성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소비자나 고객들의 발길을 따라 살아나고 쇠퇴한다. 유명세를 탄 서울의 경리단길, 홍리단길 등도 그랬다. 예산을 들여 ‘청년몰’ 간판을 내건다고 핫플레이스로 바뀌지 않는다. 시장은 정부나 지자체가 기획한 대로 가는 게 아니기 때문이다. 청년을 위한다는 겉치레 정책이 청년을 더 지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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