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였던 선수촌 이젠 전쟁터… 김민선 언니 뒤따를게요”
레슬링 국대 아빠 덕분 태릉 익숙
“내 힘으로 다시 들어와 정말 뿌듯
안방 대회 후회없이 빙판 달릴 것”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최근 만난 정희단은 “민선 언니랑 같이 훈련하면서 ‘팬심’이 더 커졌다. 보고 싶어도 아무 때나 만날 수 있는 사이가 아니라 늘 보고 싶다”면서 “(13일 전국겨울체육대회 현장에서 만난) 언니가 ‘청소년 올림픽 때 잘하라’고 예쁜 말을 많이 해줬다. 좋은 결과를 가지고 언니를 다시 만났으면 좋겠다”며 웃었다.
이번 시즌부터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주니어 스피드스케이팅 월드컵에 참가하고 있는 정희단은 지난해 12월 열린 2차 대회 때 39초33으로 500m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1차 대회 우승자인 나오케 하나(19·일본)는 청소년 올림픽 나이(15∼18세) 제한으로 이번 대회에 나오지 못한다. 3차 대회는 아직 열리지 않았다. 정희단은 “한국에서 대회가 열리는 만큼 가족들의 응원을 받을 수 있어 큰 힘이 될 것 같다. 딱 개인 최고기록(38초96)만큼만 나왔으면 좋겠다. 후회 없이 타고 오겠다”고 말했다.
정희단은 “인라인 선수 생활을 하면서도 주말에는 늘 아빠랑 아이스링크에 놀러갔다”며 “어렸을 때부터 이런저런 운동을 많이 해봤다. 그런데 스케이트를 탈 때 유일하게 ‘계속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들었다”고 말했다. 또 “나중에 재미가 없어지면 바로 그만둘 생각이었다. ‘재미있을 때 재미있는 걸 하고 살아야지’ 하는 마음이었다. 물론 지금도 스케이트가 가장 재미있다”고 했다.
정희단은 중학교 3학년이던 2022년 국가대표 상비군에 처음 이름을 올렸다. 정희단의 아버지는 딸을 태릉선수촌에 데려다 주면서 “희단이 어렸을 때 여기 많이 왔었는데 기억나?”라고 물었다. 정희단의 아버지는 레슬링 국가대표를 지낸 정태균 씨다. 정희단은 “어렸을 때 아빠를 따라 태릉선수촌에 정말 많이 왔었다. 나에게 선수촌은 거의 놀이터였다. 아빠가 여러 훈련장에 직접 데리고 다니시면서 가이드를 해주셨다”며 “늘 아빠를 따라서 왔던 곳에 내 힘으로 다시 들어올 수 있게 돼 정말 뿌듯했다”고 돌아봤다.
국가대표 선수로 들어온 태릉선수촌은 ‘놀이터’가 아니라 ‘전쟁터’였다. 매일 힘든 훈련을 반복해야 했다. 정희단은 “훈련을 끝내면 ‘오늘도 잘 버텼다’는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래도 성실함이 모여 메달이나 좋은 기록으로 돌아온다는 것을 잘 안다. 오늘의 내가 미래의 나에게 ‘웃고 싶으면 하거라’라고 이야기하는 마음으로 훈련 중”이라며 “팬들이 보시기에는 모든 경기가 다 똑같아 보일 수 있다. 하지만 경기를 준비하는 과정이 다 다르다. 기록이 0.01초라도 빨라지면 너무 기쁘고 부족한 점이 생기면 참 아쉽다. 그래서 경기 하나하나가 다 새롭고, 더욱 집중해서 타게 된다”고 말했다.
이어 “상화, 민선 언니 같은 대단한 선수들과 나를 함께 언급해 주시는 게 감사하다. 책임감도 생긴다”면서 “(주종목인 500m 경기가 열리는) 22일 이후로는 2024 강원 청소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로 소개되고 싶다”며 훈련장으로 향했다.
임보미 기자 b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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