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 자녀-獨출신 똑같이 무상보육… 출산 늘며 EU 인구1위 유지

오펜바흐·레버쿠젠=이문수 기자 2024. 1. 18.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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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산율, 다시 ‘1.0대’로]
1부 출산율 반등 이룬 나라들〈4〉 이민 문턱 낮춰 출산율 높인 獨
인력난에 2005년 이민 문호 개방… 前국가 자격증-학위 인정해주고
이주민 자녀에 무료 언어 교육도… 인구 25%인 이민자 출산율 1.88명
독일 레버쿠젠시 바이엘 사내 유치원에서 놀이 중인 아이들. 바이엘 제공
《獨 출산율 ‘1.25→1.46’ 비결

유럽연합(EU)에서 가장 인구가 많은 독일은 1990년대까지만 해도 저출산 만성화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2005년 취임 직후 산업계의 요구를 받아들여 적극적인 이민 정책을 폈고, 동시에 출산·보육 지원을 강화하며 1995년 1.25명이던 합계출산율을 2022년 1.46명으로 끌어올렸다. 인구 9000만 명 시대를 준비하는 독일이 저출산을 어떻게 극복했는지 현지에서 살펴봤다.》
9일(현지 시간) 오후 4시 독일 헤센주 오펜바흐 소재 공립 유치원 ‘에코 키타 5’.

함께 놀이를 즐기는 어린이들 사이로 독일어뿐 아니라 다양한 언어가 들렸다. 직원 솔라노 오르테가 씨(31)는 “오펜바흐는 이주민이 많은 지역이라 독일 출신 어린이뿐 아니라 아시아와 동유럽, 아랍 출신 어린이가 섞여 있다”며 “3∼6세반 원생 25명 중 23명은 이주민 자녀”라고 설명했다.

이 유치원은 이주민 자녀가 독일어를 배울 수 있도록 언어 교육 전문가를 배치해 놓고 있다. 오르테가 씨는 “아동 심리상담 등을 포함한 모든 과정은 이주민 자녀에게도 무료로 진행된다”고 했다.

유럽연합(EU)에서 인구 1위를 유지하는 독일은 이민 문턱을 낮추며 출산율 반등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독일의 합계출산율은 1995년 1.25명으로 한국(1.63명)의 80%에도 못 미쳤지만, 2022년에는 1.46명으로 20% 가까이 오르며 한국(0.78명)의 2배에 육박하는 상황이 됐다. 2022년 독일 인구 4명 중 1명이 외국인이거나 이주민 출신인데 이들의 평균 합계출산율은 1.88명에 달한다.

● 2005년 이민법 개정하며 문턱 낮춰

독일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라인강의 기적’으로 불리는 경제 성장을 일궈냈지만 1970년대부터 저출산 심화로 노동력 부족에 시달렸다. 튀르키예나 한국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를 받아들였지만 이들을 사회로 흡수하려는 노력은 부족했다.

노동력 부족으로 인구는 8000만 명 문턱을 넘지 못했고 1990년 통일 이후 동독 지역 미혼 여성이 서독 지역으로 대거 유출되며 동독 지역 출산율이 0.77명까지 떨어졌다. 결국 2005년 취임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산업계의 이민 요구를 받아들여 적극적 이민 정책을 펴기 시작했다. ‘게르만 혈통주의’를 내세우며 반대하는 목소리도 높았지만 메르켈 총리는 “국가는 항상 성공적 이민으로부터 경제적, 사회적으로 혜택을 얻는다”며 꾸준히 설득했다.

2005년 제정된 이민법은 독일의 이민 문턱을 대폭 낮추는 내용이었다. 이민청을 만들었고 직종에 관계 없이 이민 문호를 개방했다. 이주민과 그 자녀에게도 독일 출신과 같은 복지 혜택을 부여했으며, 직업교육 등 이주민 정착 정책도 마련했다. 안드레아스 에델 막스플랑크인구연구소 연구원은 “이주민들이 예전 국가에서 취득한 자격증과 학위를 인정해주며 노동시장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이민법 제정 후 이민 문턱을 낮추는 정책이 꾸준히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그 결과 독일 인구는 다시 상승세로 돌아서 2022년 8435만 명이 됐다. 올라프 숄츠 총리는 지난해 12월 ‘시민과의 대화’에서 “통계청에 따르면 독일 인구는 조만간 9000만 명에 이를 것”이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 이민자 가정 아이에게도 무상 보육

독일 정부는 이민법 제정 전후인 2004∼2007년 저출산 문제 해결을 위해 출산 및 보육 지원 강화 정책을 잇달아 내놨다. 이 같은 혜택은 이주민 자녀에게도 동일하게 부여됐다. 공립유치원에서 이주민 자녀의 독일어 습득을 위해 언어교육을 지원하는 비용만 연간 약 1억 유로(약 1450억 원)에 달한다.

최근 내놓은 육아 지원 대책에도 이주민 자녀 관련 내용이 빠지지 않는다.

지난해 독일 정부는 직장인 자녀를 위해 오후 4∼5시까지 돌보는 공립 유치원 약 3만5000곳에 대한 시설 개설 등의 지원을 위해 2년 동안 40억 유로(약 5조8200억 원)를 투입하겠다고 밝혔는데 여기에는 이주민 가정 자녀를 위한 지원금 3억1200만 유로(약 4520억 원)도 포함돼 있다.

또 한국의 초등학교 고학년생∼중학생에 해당하는 5∼10학년 학생들이 정규 수업을 마친 뒤 오후 4, 5시까지 수업을 들을 수 있는 ‘전일제 학교’에도 4년간 약 35억 유로(약 5조 원)가 투입되는데 여기에도 이주민 가정에 대한 프로그램이 비중 있게 포함됐다.

에델 연구원은 “독일어 교육 등 이주민 자녀 교육 역시 이들이 향후 노동시장 진출을 통해 국가경쟁력에 도움을 주도록 하자는 취지”라며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기간 이주민 자녀 대상 언어 교육 강화에 예산을 집중했다”고 밝혔다.

● 獨 기업들도 ‘일-가정 양립’ 지원

독일 기업들은 유치원, 탁아소 등 사내 시설 확충을 통해 기혼자들이 일과 육아를 병행할 수 있도록 하며 정부 정책을 뒷받침했다.

예를 들어 글로벌 제약회사 바이엘은 연간 600만 유로(약 86억 원)를 들여 사내 유치원을 운영 중이다. 10일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주 레버쿠젠에서 만난 바이엘 가족정책 담당자 미리암 브롬바흐 씨(53)는 “사내 유치원은 공연 시설과 인공암벽 등반장 등을 갖춰 직원 선호도가 높다”며 “일-육아 병행 지원이 생산성을 높인다는 판단에 따라 바이엘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직원도 이용할 수 있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제 사내에선 자녀가 아프거나 할 때 임원 회의에도 쉽게 불참할 수 있는 분위기가 조성됐다”고도 했다.

오펜바흐·레버쿠젠=이문수 기자 doorwater@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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