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과 카톡 대화도 실시간 번역···회의내용 요약까지 척척[갤럭시S24 언팩]

■'첫 AI폰' 갤S24 써보니
긴 보고서 핵심내용만 정리해주고
야간·줌 촬영사진 화질 더 좋아져
자동으로 슬로모션 영상 만들기도
멀티코어 성능, 아이폰15프로 넘어
무게 줄고 배터리·화면크기는 'UP'

[서울경제]

갤럭시 S24가 스마트폰 사용 환경 전반에 인공지능(AI)을 녹여낸 세계 첫 ‘AI폰’이라는 타이틀을 얻었다. 애플이 아이폰으로 스마트폰이라는 카테고리를 개척했다면 삼성전자(005930)는 갤럭시 S24로 AI폰이라는 분야를 태동시켰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폴더블폰 시장에서 원조 자리를 꿰찬 삼성전자가 온디바이스 AI 시대를 맞아 선보인 갤럭시 S24가 혁신이 한계에 이르렀다는 스마트폰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게임체인저’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삼성전자가 17일(현지 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새너제이에서 열린 언팩 행사를 통해 공개한 갤럭시 S24는 실시간 통역 기능을 ‘킬러 애플리케이션’으로 내세웠다. 한국어·영어·중국어(간체)·스페인어·일본어·힌디어·태국어·베트남어 등 13개 언어를 지원한다. 실제 사용해본 통·번역은 간단한 식당 예약 등의 대화에서 무난한 결과물을 내놓았다. 상대의 외국어를 한국어 보이스웨어로 즉각 번역해주고 한국어로 얘기하면 이를 영어로 즉각 번역해 상대에게 들려주는 식이다. 외국어로 일상 대화는 가능해도 통화에는 어려움을 겪는 경우가 많다는 점을 떠올려볼 때 활용도가 높아 보였다.

갤럭시 S24 울트라. 사진 제공=삼성전자

외국어로 전화할 일이 없더라도 메시지를 접할 일은 잦다. 메신저 자동번역은 인터넷 연결 없이도 1~2초 안에 모든 대화에 ‘자막’을 입히듯 번역본을 함께 전해줘 외국어 학습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전화기는 기본적으로 소통을 위한 장치지만 그간 언어의 한계를 뛰어넘는 데 관심이 적었다”며 “기기에서 자체 처리하기에 로밍 데이터나 통신망 제한이 없고 통화와 메시지가 외부에 노출될 가능성도 없다”고 말했다.

통·번역은 갤럭시 S24의 대표 기능일 뿐이다. 기기 전체적인 사용 환경에 AI가 전면 적용됐다는 점이 더욱 흥미롭다. 우선 전반적인 카메라 성능이 AI 기반 ‘프로비주얼 엔진’을 통해 대폭 개선됐다. 갤럭시 S24 울트라는 기존 1000만 화소, 10배 망원렌즈 대신 5000만 화소의 5배 망원렌즈를 탑재했으나 이미지 픽셀이 60% 확대되고 화소 수와 AI 처리 성능도 개선돼 기존보다 더욱 또렷한 화질의 야간·줌 촬영이 가능하다. 사진을 찍으면 AI가 편집 방향을 제안해주고 생성형 AI가 이미 찍은 사진의 피사체를 지우거나 이동시켜줄 뿐 아니라 사진 편집 과정에서 잘린 배경까지 만들어준다. 기존에는 기울어진 사진을 보정하는 과정에서 사진 크기가 작아지는 것을 피할 수 없었으나 이제는 AI가 쉽게 구분하기 힘든 가상의 배경을 그려주는 방식을 택했다. AI는 슬로모션으로 찍지 않은 영상을 슬로모션으로 재생할 수 있게 돕기도 한다. 영상의 장면과 장면 사이 가상의 빈 프레임을 예측할 수 있는 기술 덕분이다.

AI로 업무 생산성 또한 크게 향상됐다. 삼성 노트에 작성한 내용을 AI가 요약해주거나 최적의 제목을 달아준다. 음성 녹음은 최대 10명의 대화를 문서화하고 요약·번역할 수 있다. 구글과의 협업으로 탄생한 서클 투 서치도 대표적인 AI 활용 사례다. 어떤 화면에서든 생성형 AI로 대화형 검색을 지원하는 기능이다.

갤럭시 S24(왼쪽부터), 갤럭시 S24 플러스, 갤럭시 S24 울트라의 실물. 윤민혁 기자

기본기 역시 대폭 개선됐다. 갤럭시 S24 울트라에 적용된 ‘스냅드래곤8 3세대 포 갤럭시’는 긱벤치6 기준 싱글코어 2300점, 멀티코어 7300점 내외의 성능을 낸다. 전작 대비 성능 개선 폭이 컸다는 갤럭시 S23 울트라의 경우 각각 2100점과 5500점 정도를 기록하는 데 그친다. 특히 복잡한 작업이 이뤄져 종합 성능을 가늠할 수 있는 멀티코어에서 33%가량 성능이 대폭 개선된 점이 눈에 띈다. 이는 멀티코어 한정으로 A17 프로 칩셋을 사용한 아이폰 15 프로의 7200점을 소폭 넘어서는 수치다.

플러스 모델은 기존 8GB던 D램을 12GB로 늘려 ‘화면만 크다’는 비판을 피할 수 있게 됐다. 전 모델이 무게를 1g씩 줄이면서 기본형과 플러스는 화면과 배터리를 각각 0.1인치, 100mAh씩 키웠다는 점도 인상적이다. 실제 갤럭시 S23과 비교해본 결과 전체 크기 차이는 미미했으나 베젤이 감소해 최종 화면이 커졌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 최대 밝기는 전 모델이 2600니트로 전작보다 40% 늘어나 외부 시인성이 개선됐고 전 모델이 1~120㎐ 가변 주사율을 제공하는 점도 유의미한 개선으로 보여진다. 사후 지원도 확대했다. 전작까지는 최대 4년간 운영체제(OS) 지원을 보장했으나 갤럭시 S24부터는 최대 7년간 7번의 OS·보안 업데이트를 지원할 계획이다.

실리콘밸리=윤민혁 특파원 beherenow@sedaily.com김윤수 기자 sookim@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