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 窓]올바른 의료서비스와 구급차 이용법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

우리나라에서 의료행위는, 즉 진료는 서비스업에 속한다. 영리병원 설립이 불가능한 상황이지만 병원의 사업자등록증을 보면 업태는 서비스업으로 분류돼 있다. 사실 우리나라는 사회주의적 의료환경이 강하게 조성돼 있지만 예외적으로 환자는 국가가 지정해준 병원에 가지 않아도 되고 원하는 병원 어디에서나 자유롭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가 있다.

하지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입장에서는 많은 제한적 요소가 있는데 의사는 진료를 거부할 권리가 없고 환자가 진료를 원하면 진료를 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병원 입장에서는 거의 모든 것이 허가사항이기에 아무리 환자가 많다고 해도 병실 하나도 마음대로 증설할 수 없다.

환자는 전국 어디서나 원하는 병원에서 원하는 의사에게 진료를 받을 수 있는 권리를 가지지만 진료를 선택할 권리도 제한을 받을 수 있는데 대표적으로 119 구급차를 부른 경우다. 응급상황에서 119를 부를 경우 환자가 원하는 병원으로 갈 수 없고 119 업무지침에 따라 환자를 치료해줄 수 있는 가장 가까운 병원으로 이송하게 돼 있다. 예를 들어 본인이 서울 강동 쪽의 병원장이거나 의사라고 해도 강서 쪽에서 119를 부르면 구급차를 타고 자신의 병원으로 갈 수 없고 119 구급요원의 지시에 따라 지정된 병원으로 갈 수밖에 없다. 이렇게 하는 이유는 119 구급차는 공공재적 성격이 강하기 때문에 장거리 이송을 하는 경우 또 다른 응급환자가 발생했을 때 대처능력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환자나 그 보호자들은 생명이 달린 문제이므로 본인들이 판단하기에 더 좋은 병원이나 유명한 의사에게 진료를 받고 싶을 수 있다. 환자의 상태에 따라 다르겠지만 다른 병원으로 이송이 불가능한 상황에선 전원을 허락하지 않는다. 이런 경우 진료의사의 의견을 대부분 존중하고 수용한다. 그러나 진료 중인 의사나 병원에 대한 신뢰가 무너지면 갈등이 발생한다. 이렇게 환자가 원해서 다른 병원으로 가기를 원한다면 1차로 환자의 상태가 이송 가능해야 하고 환자가 가려고 하는 병원이 환자를 받기로 허락해야 가능하다.

이 경우 진료 중인 의사는 전원하려고 하는 병원 의사와 의사소통을 해 환자에 대한 설명을 하고 충분한 협의가 이뤄져야 한다. 환자를 받으려는 병원은 그 환자에 대한 진료가 가능한지도 파악한 후 환자를 받게 되는데 중환자인 경우 중환자실을 확보할 수 있는지, 응급수술을 해야 한다면 수술 집도의와 마취과 등 수술팀 운용이 가능한지를 확인한 후 최종적으로 허락한다. 환자를 보내는 병원은 환자 이송수단을 고려하고 의료진 동반 등을 판단해 결정한다. 이때 환자 이송에 소요되는 비용은 환자가 지불해야 한다. 경우가 약간 다르기는 하지만 애플 창업자 고 스티브 잡스가 간이식 수술을 받기 위해 급하게 병원을 옮길 때도 911이 지원하는 운송수단을 이용하지 않았다. 아무리 강한 권력을 가졌다고 해도, 아무리 유명한 사람이라고 해도 병원을 옮길 때는 사적 이송시스템을 이용해야 한다.

우리나라는 보건시스템이 잘 갖춰져 119 구급차나 헬기 이용을 편하게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구급차의 특권을 의료적 목적 외 다른 사적인 이유로 이용해 사회적 물의를 일으킨 경우도 종종 있다. 응급환자가 타지 않은 구급차가 사이렌을 울리면서 다닌 경우도 있다. 구급차는 응급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하고 시간을 다투는 환자들의 생명을 살리기 위해 특권을 준 것이다. 최근에는 자동차 운행 중 구급차의 경적이 들리면 1차로 속도를 줄이고 최대한 구급차가 빨리 가도록 배려하는 성숙한 문화가 정착돼가고 있다.

이상욱 서울아산병원 방사선종양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