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경대] 먹고사는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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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판서를 만났더니 동몽교관 벼슬로 권필(1569~1612년)을 굴복시키려 하더군요. 그가 과연 나올까요? 형이 한번 물어봐 주십시오. 벼슬이란 때로는 가난 때문에도 하니까요.' 허균(1569~1618년)이 선배 조위한(1567~1649년)에게 보낸 편지다.
그는 권필이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벼슬자리에 나올지 궁금했다.
그러나 도연명(365~427년)이 오두미(五斗米)에 뜻을 굽히지 않았듯 석주(石洲) 권필도 권력이 던져주는 서푼짜리 벼슬을 사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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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조판서를 만났더니 동몽교관 벼슬로 권필(1569~1612년)을 굴복시키려 하더군요. 그가 과연 나올까요? 형이 한번 물어봐 주십시오. 벼슬이란 때로는 가난 때문에도 하니까요.’ 허균(1569~1618년)이 선배 조위한(1567~1649년)에게 보낸 편지다. 그는 권필이 먹고사는 문제 때문에 벼슬자리에 나올지 궁금했다. 지기가 호구지책(糊口之策)에 무너져 높은 뜻을 꺾을까 걱정했던 것이다.
권필은 과거에 장원 급제했으나 기휘(忌諱) 문제로 자격이 박탈됐다. 그 뒤로 과거장에 얼씬도 하지 않았다. 세상과 불화했던 그는 광해군 집권기 외척의 전횡을 비판하는 궁류시(宮柳詩)를 지어 역린을 건드렸다. 혹독한 매질을 당하고 귀양길에 올랐으나 동대문 밖에서 누군가가 권하는 술을 마시고 죽었다.
그는 성품이 자유분방해 세속과 어울리지 못했다. 솟을대문이 으리으리한 집 앞을 지날 때면 반드시 침을 뱉었다. 하지만 누추한 골목에서 이엉으로 지붕을 엮은 집을 보면 서성이다 돌아보곤 했다. 늘 팔꿈치 베고 물 마시며 가난하게 살면서도 그 즐거움을 바꾸지 않는 사람을 만날 수 있으려나 했다.
허균은 그런 권필을 사랑했고 그의 시를 최고로 평가했다. 그는 어느 봄날 지기에게 편지를 보냈다. ‘연못에는 물결이 출렁이고 버드나무는 푸른 빛이 짙어졌네. 동동주가 알맞게 익어 우윳빛으로 항아리에 가득하니 빨리 와서 맛보셔야 할 걸세. 벌써 바람 잘 드는 마루를 쓸어 놓고 기다리고 있네.’
먹고사는 문제는 예나 지금이나 큰 걱정거리다. 그러나 도연명(365~427년)이 오두미(五斗米)에 뜻을 굽히지 않았듯 석주(石洲) 권필도 권력이 던져주는 서푼짜리 벼슬을 사양했다.
한 정치꾼이 거창하게 ‘평화와 먹고사는 문제 연구소’를 차려놓고 돈을 챙기며 권력을 훔쳐 오다 단죄를 받게 됐다. 귀거래사를 부르며 자연으로 돌아간 도연명이나 날 선 풍자시와 목숨을 바꾼 권석주가 그 소식을 들었다면 혀를 끌끌 차며 더러워진 귀를 닦아 냈을 것이다.
남궁창성 서울본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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