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판에 자유 더해"…에스파, 서태지 '시대유감'과 연결고리[TF초점]
서태지 1996년 곡 '시대유감' 리메이크
[더팩트 | 정병근 기자]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이 나온 지 28년이 지났다. 당시엔 태어나지도 않았던 걸그룹 에스파(aespa)가 이 곡을 리메이크했다. 세월의 흐름 만큼 많이 것이 달라졌지만 당시 24살이었던 서태지가 느낀 무언가는 지금 22~24살인 에스파 멤버들의 마음에도 닿았다. 28년 세월의 연결고리와 차이는 뭘까.
에스파가 15일 서태지와 아이들의 동명의 곡을 2024년 버전으로 재해석한 '시대유감(時代遺憾)'을 발표했다. '시대유감'은 서태지와 아이들이 1996년 발표한 곡으로 직설적이고 강렬한 메시지가 담긴 얼터너티브 록 장르의 곡이다. 에스파 버전은 원곡의 에너제틱한 밴드 사운드에 에스파만의 개성을 입히고 구성에 반전을 줬다.
서태지와 아이들의 '시대유감'은 28년이 지난 지금 들어도 매우 세련됐다. 그리고 원곡 색깔이 워낙 강한데 에스파 버전은 또 에스파스럽다. 원곡의 메시지와 에스파의 세게관이 묘하게 연결되고 록 사운드에 얹어진 에스파 멤버들의 보컬은 신선하다. 원곡에 없는 시원한 고음은 원곡과는 또 다른 해방감을 선사한다.
에스파는 데뷔 때부터 방대한 세계관을 열었는데 간단하게 요약하면 '자신의 또 다른 자아인 아바타를 만나 새로운 세계를 경험한다'는 서사다. 광야에서 블랙맘바와 치열한 전투 끝에 현실세계로 나왔다. '모두를 뒤집어 새로운 세상이 오기를 바라네'라고 외치는 '시대유감'과도 맞닿은 부분이 있어 메시지에 이질감이 없다.
에스파의 소속사 SM엔터테인먼트는 <더팩트>에 "'시대유감'은 과거나 현재나 젊은 세대의 심경을 반영한 메시지가 있다. 이 곡을 에스파가 재해석한다면 매우 재미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에스파 멤버들은 이번 작업을 통해 이 곡을 접하고 현시대에도 통하는 메시지라고 말하며 깊게 공감했다"고 말했다.
28년이라는 세월의 차이가 있지만 서태지가 그때 그랬던 것처럼 에스파 역시 이 곡을 통해 젊은 세대의 마음을 대변한다.
서태지의 '시대유감'은 러닝타임이 당시로서는 비교적 짧은 3분 31초다. 시대가 흐르고 곡이 짧아지는 추세인 요즘에 와서도 임팩트 있는 재생 길이다. 에스파 버전은 더 짧다. 2분 52초다. 한 곡을 3분 내로 압축하는 전 세계 음악 트렌드에 발맞췄다. 그렇다고 인위적으로 뭔가를 덜어낸 느낌이 아니라 속도감을 높였다.
재생 길이의 가장 큰 차이는 도입부에서 발생한다. '시대유감'의 시그니처라고 할 수 있는 거친 질감의 기타 사운드와 '어어~'하는 톡톡 튀는 소리는 에스파 버전에서도 이어진다. 서태지는 32초까지 기타 연주를 좀 더 길게 이어가는데 에스파는 거친 기타 사운드로 곡 분위기를 전한 뒤 19초 무렵 빠르게 노래를 시작한다.
또 서태지는 이 곡의 포인트 가사이자 반복해서 등장하는 '왜 기다려왔잖아 모든 삶을 포기하는 소리를 이 세상이 모두 미쳐버릴 일이 벌어질것 같네'로 시작하는데 에스파는 그 부분을 빼고 다음 가사인 '거 짜식들 되게 시끄럽게 구네'로 강렬하게 문을 연다. 40여 초에 달하는 재생 길이의 차이는 도입부에서 대부분 발생한다.
또 눈에 띄게 따른 점은 가사다. 에스파 멤버 카리나는 가수 비와이와 함께 랩 메이킹에 참여해 원곡에 없는 가사를 넣었다. 대신 원곡에서 반복되는 가사를 줄였다.
중반부 '너의 심장은 태워버리고 너의 그 날카로운 발톱들은 감추고 돌이킬수 없는 과거와 모두다 잘못되어 가고 있는데' 가사 이후 서태지는 앞 부분에 나왔던 '검게 물든 입술 정직한 사람들의 시대는 갔어 숱한 가식 속에 오늘은 아우성을 들을 수 있어'를 한 번 더 부르는데 에스파는 그 부분을 바꿨다.
반복되는 구간을 빼고 새롭게 넣은 가사는 'Now that time's the end / 벌어진 네 틈에 가시를 꽂아놔 나도 모르게 묶인 내가 날 수 있게 / 다 풀어줘 멀리 더 불어줘 날 / At night, the sun shines on the moon and me at the same time / If you hide me I won't stay calm in my playground'다.
'가식의 시대는 끝났으니 이제 날아갈 거고 밤에는 태양이 달과 나를 동시에 비춘다'는 내용의 가사로 에스파는 희망과 자유의 메시지를 좀 더 넣고자 했다.
SM엔터테인먼트는 "디렉팅을 할 때 '자유로움'을 가장 강조하고 싶었다. 원곡이 주로 현실상에 대한 비판을 강조하고 있다면 그 바뀐 현실 속에서 자유로워진 너와 나의 모습을 표현함으로써 곡 전체가 가지는 '자유로운 시대'에 대한 메시지를 보다 다면적으로 완성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곡 구성에도 변화가 있다. 서태지는 도입부 기타 연주와 '어~'하는 소리 이후 통통 튀는 사운드와 경쾌한 주문 같은 소리를 넣어 분위기를 유쾌하게 반전시킨다. 반면 에스파는 '어~' 이후 반대로 묵직한 사운드로 전개한다. 이에 따라 보컬 분위기도 기대를 풍자하며 노는 듯한 서태지와 그보다는 톤 다운되면서도 청량한 에스파로 나뉜다.
또 서태지가 곡 템포를 비교적 일정하게 유지하는데 비해 에스파 버전은 하이라이트 구간에 비트를 빠르게 하거나 원곡에는 없는 시원한 고음을 넣었다. 서태지가 경쾌한 기타와 드럼으로 질주하는 느낌을 준다면 에스파는 시원한 고음에 이르러 뻥 뚫리는 해방감을 선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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