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91개 부담금 재정비”… 단 몇 개라도 제대로 없애는 게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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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준조세'로 불리는 91개 부담금을 모두 조사해 재정비하기로 했다.
문제는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세금처럼 쉽게 거둘 수 있는 각종 부담금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고정 수입으로 굳어졌다는 점이다.
'그림자 세금'인 부담금의 개편은 정부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회적 비용만 늘리는 악성 부담금을 부작용 없이 없앤 선례를 단 몇 개라도 만들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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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기업과 개인이 내야 할 부담금은 24조6157억 원이다. 7조4482억 원이 걷힌 2002년에 무분별한 부담금 신설·증설을 막기 위해 관리기본법이 제정됐는데, 그 후 22년 만에 3.3배로 규모가 불어났다. 사실상 세금이 그만큼 늘어난 셈이다. 이번에 보조금에 대한 전면 개편이 이뤄진다면 제도 도입 후 63년 만의 대수술이다.
국민이 의식도 못 하는 사이 지갑에서 빠져나가는 생활 속 부담금이 실제로 적지 않다. 1만5000원짜리 극장 티켓에 450원씩 붙는 영화 입장권 부과금, 해외여행을 떠날 때 공항에서 1인당 1만1000원씩 내는 출국 납부금, 담배 한 갑당 841원씩 붙는 국민건강증진 부담금 등이 대표적이다. 기업들도 각종 환경 부담금, 전력산업기반기금 부담금 등 준조세 때문에 경영에 부담이 된다는 불만을 지속적으로 제기해 왔다.
문제는 국회의 통제를 받지 않고 세금처럼 쉽게 거둘 수 있는 각종 부담금이 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고정 수입으로 굳어졌다는 점이다. 부담금이 끊기면 곧바로 관련 사업이 축소, 중단돼 수혜자들이 일제히 반발하는 일이 벌어진다. 게다가 정부 조직 간 이해관계 등까지 얽혀 있어 법 개정도 쉽지 않다. 부담금을 줄이려던 역대 정부의 시도가 대부분 무위로 끝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그림자 세금’인 부담금의 개편은 정부 수입과 지출의 투명성을 높인다는 차원에서 의미 있는 일이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사회적 비용만 늘리는 악성 부담금을 부작용 없이 없앤 선례를 단 몇 개라도 만들어내는 것이다. 부담금 폐지로 구멍 나는 사업의 비용 문제를 해결할 후속 대책도 마련해야 한다. 의욕만 앞세워 급하게 서두르다간 세심한 고려 없이 올해 정부 연구개발(R&D) 예산을 대폭 삭감했다가 과학기술계의 거센 반발을 부른 것과 같은 패착을 두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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