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언스프리즘] 2023년은 왜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되었나

2024. 1. 1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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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실가스 늘고 엘니뇨 기승 탓
CO2·온실기체 농도 늘어나
전 지구 평균기온의 상승 불러
2024년도 위기… 기록 깨질 수도

최근 유럽연합의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 서비스의 발표에 따르면 2023년은 과학적인 기상 관측이 시작된 지난 170여년 동안 가장 뜨거운 해로 기록되었던 2016년에 비해 전 지구 평균 기온이 0.2도 상승했다. 지난 7년간 전 지구 평균 기온값의 순위를 보여주는 그래프의 가장 앞에 자리 잡았던 2016년은 그 불명예(?)를 2023년에 넘겨주게 된 것이다. 우리나라도 예외는 아니어서 2023년 전국 평균 기온은 13.7도로 1973년 이후 가장 높은 연 평균 기온으로 종전 1위였던 2016년 기록(13.4도)보다 0.3도나 높았다.

2023년이 관측 역사상 가장 더운 해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물론 인류의 끊임없는 화석 연료 연소로 인한 대기 중 온실 기체의 증가일 것이다. 세계기상기구는 이미 2022년 전 지구 이산화탄소 농도가 산업화 이전 시기인 1750년 추정치보다 50%나 늘어난 417.9ppm을 기록했으며 지속적인 증가 추세에 있다고 보고했다. 2023년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의 정확한 값은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온실 기체의 장기적인 증가가 2023년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결정적인 기여를 한 것은 자명하다.
예상욱 한양대 ERICA 교수 기후진단
2023년의 기록적인 전 지구 평균 기온값을 만든 또 다른 요인은 엘니뇨이다. 엘니뇨는 열대 중·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높아지는 현상으로 약 2~7년의 주기를 가지고 나타나는 자연 현상이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지속됐던 라니냐(열대 중·동태평양의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낮아지는 현상)가 사라지고 2023년 봄철부터 엘니뇨가 발달하기 시작했다. 엘니뇨가 발달하기 시작하면서 열대 태평양 대부분의 지역의 해수면 온도가 상승했고 이것이 전 지구 기온을 상승시킨 것이다. 엘니뇨가 발생하면서 따뜻해진 열대 지역 바다는 그 지역의 강수량을 증가시키고 강수량이 증가하면서 대기로 방출된 열은 대기 순환을 통해 전 지구 기온, 강수 또는 토양 수분에 영향을 주어 육상에서 이산화탄소 흡수를 약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 결국 2023년 발달하기 시작한 엘니뇨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 증가와 더불어 온실 기체의 농도를 증가시켜 전 지구 평균 기온의 증가를 가져온 것이다.

엘니뇨 이외에 어떤 현상이 2023년 가장 높은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기여했을까? 흥미롭게도 전 지구 대기의 오염 농도 감소로 인한 지표면의 복사(輻射) 에너지 흡수가 중요한 역할을 하였을 것으로 제시됐다. 전 지구적으로 화석 연료를 대체하는 신재생 에너지 및 청정 에너지로의 전환은 대기 중 오염 물질의 농도 감소를 가져오고 있다. 이는 지표면에 도달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를 포함하는 복사 에너지의 양을 증가시키고 있는데 실제 인공 위성 자료에서도 이와 같은 신호가 2020년대 들어와서 직접적으로 관측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국제해사기구의 새로운 규제로 선박에서 방출되는 황산염 계통의 오염이 줄기 시작하면서 황산 입자의 역할로 생성되는 햇빛 반사도가 높은 구름의 양이 점차 줄어들고 있다. 이처럼 햇빛 반사도가 높은 구름의 양이 줄어들면 지표면이 흡수하는 태양 복사 에너지가 증가하고 이것은 전 지구 평균 기온을 상승시키는 데 직접적으로 기여하게 된다. 2023년의 기록적인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에 대기 중 오염 물질의 농도 감소가 중요한 역할을 한 것이다. 참고로 1980년대 기후변화의 위험성을 전 세계에 최초로 알린 미국 나사(NASA)의 제임스 한센 박사는 2023년 발표한 논문에서 대기 중 오염 물질의 억제가 지구 온난화를 가속화했다고 주장했다. 이 사실은 전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서 전 지구적으로 감축하기로 계획한 이산화탄소 배출량보다 훨씬 더 많은 양을 줄여야만 실제적인 기온 상승 억제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암시하고 있다.

2024년 1월 현재 여전히 엘니뇨 현상은 지속되고 있다. 그리고 대기 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올해에도 특단의 감축이 없다면 계속 증가할 것이며 대기 중 오염 물질의 농도 또한 점진적으로 감소할 것이다. 무엇보다 전 지구 평균 해수면 온도가 지난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한 것도 2024년 전 지구 평균 기온의 상승과 더불어 이상 기상 및 극단 기상의 발생 측면에서도 매우 우려된다. 2023년이 전 지구 평균 기온값 1위의 불명예를 빠르게 벗어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예상욱 한양대 ERICA 교수 기후진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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