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만다행" 조코비치, 홈코트 복병 포피린 꺾고 간신히 3회전 진출 [24 AO]

박성진 2024. 1. 17. 22: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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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박 조코비치

[멜버른=박성진 기자] 호주오픈 V11을 노리는 노박 조코비치(세르비아, 1위)가 가까스로 3회전 진출에 성공했다. 홈코트의 복병, 알렉세이 포피린(호주, 43위)의 거센 도전을 겨우 뿌리쳤다. 3시간 11분이 걸린 혈투 끝에 조코비치가 최후에 웃었다.

조코비치는 17일, 호주 멜버른 멜버른파크 로드 레이버 아레나에서 열린 남자단식 2회전에서 포피린을 6-3 4-6 7-6(4) 6-3으로 제압했다. 1회전과 마찬가지로 '승패승승'의 3-1 세트 스코어가 나왔다.

1세트만 보면 조코비치가 쉽게 경기를 끝낼 것으로 보였다. 포피린은 긴장한 듯 쉬운 범실을 연달아 범했다. 3번의 브레이크 포인트 위기를 넘겼지만 결국 8번째 게임에서 조코비치에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이 과정에서 포피린의 실수로 인한 포인트가 3개나 됐다. 조코비치는 포핸드 위너로 마지막 포인트를 챙기며 브레이크에 성공했고, 결국 1세트를 가져올 수 있었다.

그런데 포피린이 2세트부터 살아났다. 196cm로 타점 높은 서브가 주무기인 포피린은 2세트부터 서브의 영점을 찾기 시작했다. 조코비치의 서브권이었던 4번째 게임이 결정적이었다. 포피린은 조코비치와의 네트 플레이 대결에서도 승리를 거뒀고, 기가 막힌 백핸드 패싱으로 조코비치를 당황시켰다. 그 게임을 브레이크하고, 연달아 본인의 서브 게임까지 잡으며 4-1의 리드까지 잡았다.

조코비치는 9번째 게임을 브레이크하며 4-5로 추격했다. 동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던 10번째 게임이지만 조코비치답지 않은 실수가 연이어 나왔다. 결국 포피린에게 다시 브레이크를 내주며 세트올을 허용한 조코비치였다.

두 선수의 경기는 3세트에서 더욱 치열해졌다. 서로의 서브 게임을 지키면서 주도권을 내주지 않았다. 분위기상 포피린에게 완전히 말릴 수도 있는 상황이었지만 조코비치는 6개의 서브 에이스, 17개의 위너를 터뜨리는 동안 언포스드에러 11개로 집중력을 되찾았다. 2세트에서 기세가 완전히 올랐던 포피린 역시 강한 공격력을 계속 유지하면서 결국 3세트는 타이브레이크로 이어졌다.

'타이브레이크의 왕'과 다름 없는 조코비치의 강심장이 또다시 빛났다.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 실수로 인한 실점은 조코비치가 2회였던 반면 포피린은 5회나 됐다. 조코비치의 공격 득점이 아닌 포피린의 실수로 인한 득점이 5 포인트나 됐다.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가득 채운 호주 팬들은 포피린의 실수가 나올 때마다 아쉬움의 탄식을 연발했다.


<알렉세이 포피린>

안정을 찾은 조코비치는 4세트에서 경기를 끝냈다. 이번에도 포피린의 실수가 아쉬웠다. 포피린은 반드시 잡았어야 할 본인의 3번째 서브 게임(전체 6번째 게임)에서 연달아 실수하며 러브 게임으로 조코비치에게 브레이크를 허용했다. 사실상 이 게임에서 승부가 갈렸다.

조코비치는 끝까지 본인의 서브 게임을 지키면서 결국 경기를 끝냈다. 승부처에서 흔들리지 않는 강력한 집중력이야 말로 조코비치의 가장 큰 강점이었다.

조코비치는 경기를 통틀어 31개의 위너를 기록했다. 52개를 기록한 포피린에 비한다면 절대적인 공격력만큼은 분명 떨어져 보였다. 하지만 경기를 풀어 나가고 실수를 최소화하는 능력만큼은 여전히 최고였다. 조코비치는 경기 내내 더블폴트가 없었고, 언포스드에러도 32개에 그쳤다. 반면 포피린은 더블폴트 4개, 언포스드에러는 무려 58개로 집중력을 경기 내내 유지하지 못했다.

무엇보다 포피린은 2세트를 잡아내며 분위기를 완전히 본인의 것으로 끌고 올 수 있었다. 하지만 3세트 타이브레이크에서의 집중력 저하가 결정적인 패인이 되고 말았다. 조코비치라는 큰 산을 넘어서는데 결국 실패하고 말았다.

조코비치는 비록 승리하기는 했으나, 오늘 경기에서도 손목 쪽에 계속해 불편한 기색을 보였다. 지난 1월 초 끝난 유나이티드컵에서도 손목 쪽에 통증이 있다고 말했던 조코비치인데, 이번 호주오픈 1, 2회전에서 모두 손목에 뭔가의 불편함을 계속 표시하고 있다. 조코비치의 호주오픈 V11 달성 여부는 그의 손목 상태가 가장 큰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코비치는 3회전에서 또다른 장신 플레이어인 196cm의 에체베리를 상대한다. 에체베리는 가엘 몽피스(프랑스)를 3-0 스트레이트로 누르고 3회전에 올랐다. 둘의 상대전적은 조코비치 2승으로 우위다. 두 경기 모두 2023년에 열렸었다.

한편 이 경기도 만원 관중 사례를 이뤘다. '호주오픈의 왕' 조코비치와, 홈코트의 포피린의 맞대결이었던 만큼 수많은 관중들이 로드 레이버 아레나를 가득 메웠다. 입장하지 못한 관중들은 야외 잔디 광장에서 화면으로 이 경기를 지켜봐야 할 정도였다.


글= 박성진 기자(alfonso@mediawil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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