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약체’ 나미비아, 87계단 위 튀니지 꺾었다

이정호 기자 2024. 1. 17. 2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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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이션스컵서 역사적 첫 승 거둬
말리·남아공 포함한 ‘죽음의 조’
로이터 “적극적 플레이, 결과 당연”

아직 월드컵 본선 무대도 밟지 못한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15위 나미비아가 2023 아프리카축구연맹(CAF) 네이션스컵에서 역사적인 첫 승을 따냈다.

나미비아는 17일 코트디부아르 아마두 곤 쿨리발리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3 네이션스컵 조별리그 E조 경기에서 튀니지에 1-0으로 승리했다. 후반 43분 왼쪽 측면에서 올린 크로스를 디온 호토가 헤더로 연결해 골망을 흔들었다. 지난 대회에서는 예선도 통과하지 못했던 나미비아가 대회 10경기 만에 거둔 첫 승리였다. 나미비아는 앞서 세 번의 네이션스컵 도전에서 2무7패만을 기록했다.

이번 대회에서 나미비아가 속한 E조는 죽음의 조로 평가된다. 2004년 대회 챔피언인 튀니지(28위)를 비롯해 말리(51위), 남아프리카공화국(66위)까지 아프리카 축구 강국 세 팀이 한 조에 모였다. 나미비아는 그중 최약체인데, 첫 경기에서 조 1위로 평가받는 튀니지를 잡아 이변의 주인공이 됐다.

랭킹 87계단 차이만큼이나, 양 팀 스쿼드 몸값 차도 크다. 이적시장에서 선수 가치를 평가하는 독일 ‘트랜스퍼마크트’에 따르면, 나미비아 선수단 가치는 635만유로(약 92억6000만원)인데, 튀니지는 약 10배인 6280만유로(약 916억1000만원)에 이른다.

나미비아 최고 몸값 선수는 남아공 프로축구에서 뛰는 최전방 공격수 피터 샬룰릴(마멜로디 선다운스)로 220만유로에 불과하다. 튀니지에는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기량을 인정받는 미드필더 엘리에스 스키리(아인라흐트 프랑크푸르트), 아이사 라이두니(우니온 베를린) 등 1000만유로 이상 가치를 인정받는 선수들이 있다.

‘로이터’는 “나미비아가 더 적극적인 경기로 더 나은 기회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당연한 승리였다”고 했다. 나미비아는 4 대 6으로 볼 소유에서 밀렸다. 하지만 튀니지보다 더 많은 13개 슈팅을 때렸고 유효슈팅은 6개(튀니지 슈팅 10개, 유효슈팅 4개)를 기록했다.

나미비아 콜린 벤저민 감독은 “오늘 승리는 우리에게 엄청난 성취다. 힘이 필요한 나라를 위한 승리”라면서 “사람들은 모두 우리가 약팀이라고 하지만 우리는 경기장에서 보여주겠다”는 말로 돌풍을 예고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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