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얼굴에 침” vs “속시원한 일침”…탈당 의원들 말말말 [뉴스+]

조성민 2024. 1. 17.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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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전 탈당하며 한결같이 몸담았던 정당 비판
명분 확보 수순이지만…당안팎서 비판 목소리도
관심높은 제3지대 기득권정치 끝낼까 기대커져
주요 인사들 빠진 기성 정당들 충격파 수습관건
총선을 앞두고 정치인들 ‘탈당 러시’가 이어지고 있다. 탈당 의원들은 기자회견을 통해 몸담았던 당에 대한 수위 높은 비판을 내놓아 관심을 모았다. 탈당 명분과 신당 차별성 확보를 위한 수순이라지만, 떠나는 마당에 한때 동지들에 비수를 꽂는 모양새에 반발도 적지 않다. 특히 이번 총선에서 국민의힘, 더불어민주당, 정의당을 박차고 나온 정치인들이 세울 ‘제 3지대’에 대한 관심이 높은 가운데 이들이 남긴 화제의 ‘고별사’를 모아봤다.

◆尹 직격 “국민도 속고 나도 속아”, “칼잡이 아집”

국민의힘 탈당 인사들은 윤석열 대통령을 직격하며 떠났다. 특히 최근 ‘친윤’으로 분류되던 국민의힘 김용남 전 의원이 탈당을 선언하며 이준석 전 대표 개혁신당에 합류하며 일으킨 파장이 크다. 김 전 의원은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대선후보 캠프와 선대위에서 상임공보특보로 활동했다.

김 전 의원은 지난 12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윤심(尹心·윤석열 대통령의 의중)이 당심이 되어버리는 정당에서는 민심이 설 공간은 없다”며 “이제 희망의 정치를 개혁신당에서 젊은 정치인들과 함께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대선 시절 윤 후보가 입버릇처럼 이야기하던 ‘공정과 상식’이 지켜질 것을 믿었다. 국민도 속고, 저도 속았다”며 “대통령이 본인 가족과 관련한 사안에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이 과연 국민이 생각하는 ‘공정과 상식’에 맞는 것인가”라고 비판했다.
김용남 전 의원이 지난 12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국민의힘 탈당 및 신당 합류 기자회견을 마친 후 인사를 하고 있다. 뉴시스
개혁신당을 이끄는 이준석 전 대표는 지난해 12월27일 서울 노원구 한 식당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을 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저는 오늘 국민의힘을 탈당한다. 동시에, 국민의힘에 제가 가지고 있던 모든 정치적 자산을 포기한다”고 밝혔다.

이 전 대표는 역시 검사 출신 윤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을 겨냥해 비판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지금도 누군가는 대한민국의 위기 속에서도 상대를 악으로 상정하고 청산하는 것을 소명으로 생각하고 그 방향으로 시민들을 이끌려고 한다”며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2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왜 적장을 쓰러뜨리기 위한 극한 대립, 칼잡이의 아집이 우리 모두의 언어가 되어야 하나”라고 말했다. 이어 “과거 정치군인들은 북한의 위협을 항상 강조했다. 그리고 비상 선포를 통해 많은 자유를 억압했다”며 “대통령과 당대표가 모두 군인인 시대를 겪어내고 이겨냈던 우리가 왜 다시 한번 검찰과 경찰이 주도하는 정치적 결사체 때문에 중요한 시대적 과제들을 제쳐놓고 극한 대립을 강요받아야 하는가”라고 했다.

이같은 행보에 장예찬 전 국민의힘 청년최고위원은 지난 12일 개혁신당을 ‘갈비 신당’이라 부르며 평가절하했다. 장 전 최고위원은 이날 YTN라디오 ‘뉴스킹 박지훈입니다’에서 “공천 떨어진 분들을 이삭줍기해서 가겠다는 건데 공천 떨어진 분들 이삭줍기가 어떻게 개혁인가”라며 “그래서 제가 이 당을 도저히 개혁신당이라고 못 부르고 그냥 ‘갈비 신당’, ‘음주운전 재범 신당’ 이렇게 밖에 못 부르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준석 전 국민의힘 대표가 2023년 12월 27일 서울 노원구 상계동의 한 갈빗집에서 탈당 기자회견을 열고 발언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리더십 흔들…“1인 방탄당 변질”

지난 11일 민주당 탈당과 제3지대 신당 창당을 선언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를 언급하며 당이 “1인 정당, ‘방탄 정당’으로 변질했다”고 꼬집었다. 이 전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한 기자회견에서 “민주당이 자랑했던 김대중과 노무현의 정신과 가치와 품격은 사라지고, 폭력적이고 저급한 언동이 횡행”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 전 대표는 민주당 소속으로 5선 국회의원을 지내고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국무총리를 역임해 정치적 상징성이 큰만큼 ‘이재명 리더십’이 흔들린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 전 대표는 “24년 동안 몸담았던 민주당을 벗어나 새로운 위치에서, 새로운 방식으로, 대한민국에 봉사하는 새로운 길에 나서겠다”며 “‘마음의 집’이었던 민주당을 떠나는 것은 참으로 괴로운 일”이라고 했다. 이어 “그럼에도 민주당의 정신과 가치를 지키고 구현할 만한 젊은 국회의원이 잇달아 출마를 포기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당내 비판자와 저의 지지자들은 ‘수박’으로 모멸 받고 공격받았다”며 탈당의 당위성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는 “윤석열 정부는 ‘검찰공화국’을 거의 완성했고, 민주당은 스스로의 사법 리스크로 ‘검찰폭주’를 제어하지 못한다”며 “여야는 ‘검찰독재’와 ‘방탄’의 수렁에서 헤매는 적대적 공생관계로 국가를 무너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무능하고 부패한 거대 양당이 진영의 사활을 걸고, 극한투쟁을 계속하는 현재의 양당 독점 정치구조를 깨지 않고는 대한민국이 온전하게 지속될 수 없다”며 “양당제를 끝내고, 타협과 조정의 다당제를 시작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1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더불어민주당 탈당 선언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민주당 내에선 계파를 막론하고 일제히 이 전 대표에 비난을 쏟아냈다. 총선 목전에 분열을 야기했다는 점, 탈당의 변에서 ‘당에 김대중(DJ)·노무현 정신이 사라졌다’고 언급한 점에 비판이 집중됐다.

친명계 우원식 의원은 페이스북을 통해 “탈당 자체가 국민을 배신하는 일”이라며 “지금 행보는 김대중·노무현·문재인의 길과 정반대의 길이라는 걸 국민들도 알것”이라고 비판했다. 친노(친노무현) 적자로 불린 이광재 전 국회 사무총장은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은 분열이 아닌 통합을 위해 헌신했다. 두 분의 정신과 민주당의 역사를 욕되게하지 말라”며 “이별에도 예의가 필요한 법”이라고 꼬집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3남 김홍걸 의원도 “김대중 정신이 실종됐다는 이낙연 대표님, 정작 김대중 정신을 저버린 분은 본인”이라고 지적했다.

안민석 의원은 페이스북에 “이 전 대표의 탈당 선언문은 노욕을 포장하는 말의 성찬이다. 대권 포기 선언부터 하시라”라고 썼고, 윤준병 의원은 “이낙연의 ‘제2안철수’의 길 축하”라고 적었다. 이 전 대표의 지역구를 이어받은 친이낙연계 이개호 정책위의장은 “분열은 어떠한 이유로도 정당화될 수 없다. 이 전 대표의 탈당과 분열에 반대한다”고 했다. 비명계 최종윤 의원은 “당 대표와 문재인 정부 총리까지 지낸 분이 어찌 그런 선택을 하나”라며 “분열의 길을 멈추고 탈당을 재고해달라”고 호소했다.

◆“정의당. 민주당 2중대로 몰락중”

탈당하지 않은 채 제3지대 신당 ‘새로운 선택’ 창당에 깊숙이 관여해온 정의당 류호정 의원이 지난 15일 “19일 당기위원회에 출석해 소명한 이후 정의당을 탈당하고 의원직을 내려놓겠다”고 밝혔다. 정의당은 지난달 17일 출범한 새로운 선택 동참 의사를 밝힌 류 의원의 행위를 ‘명백한 해당행위’로 규정, 징계 절차에 착수했으며 19일 류 의원에게 소명 기회를 주는 당기위원회를 열 예정이다.

류 의원은 “정의당이 다시 민주당 2중대의 길로 가고 있다”며 “어제는 운동권 최소연합을 선언했지만, 조만간 ‘조국신당'’ 개혁연합신당, 진보당 등과 함께 민주당이 주도하는 비례 위성정당에 참가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대한민국 시민은 이제 한 손으로 셀 수 있는 정도의 의석을 갖고, 가장 실현하기 어려운 법안을 내면서, 우리가 가장 진보적이라 자위하는 정치는 필요 없다고 한다”고 지적했다.
류호정 정의당 의원이 지난 15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 선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류 의원은 또 “지금 이 순간에도, 정의당이 민주당의 도움 없이는 살아남을 수 없는 정당으로 몰락해 가는 걸 참을 수가 없다”며 “전 정의당의 퇴행을 막지 못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회의원 류호정은 여기서 멈추지만, 류호정의 정치는 끝난 게 아니다”며 “제3지대에서 새로운 선택지를 만들고, 끝내 산업화와 민주화 이후, 세 번째 권력이 되겠다”고 강조했다.

김종대 연세대 통일연구원 객원교수는 이날 ‘오마이TV’에 출연해 “갑자기 있지도 않은 연합을 공격하면서 제3지대 연합이 진짜라고 주장한다”며 “제3지대 연합에서 민주당에서 가장 많은 기득권을 누린 분들이 양당 기득권을 비판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류 의원이 탈당을 미루고 있는 점에 대해선 “이왕 가는 거 우물에 침뱉고 나가느라고 시간 걸리고 무슨 탈당이 이렇게 복잡하냐”고 꼬집었다.

조성민 기자 josung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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