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든 불매…일본, 돌아오다

노도현·이진주 기자 2024. 1. 17.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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맥주 수입액 전년 대비 2.8배 급증, 2018년 이후 5년 만에 1위
한·일관계 회복 흐름 속 유니클로·렉서스 등 판매량 재상승
2019년과 2024년 일본 상품 불매운동이 한창이던 2019년 8월 서울 은평구의 한 마트에 일본 제품을 판매하지 않는다는 안내문이 붙어 있다(위 사진). 17일 서울시내 한 대형마트에 일본 맥주가 진열돼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연합뉴스

“과거사 반성 없는 일본, 일본산 제품을 판매하지 않습니다.” 한때 중소형 마트에 걸렸던 안내문처럼 뜨겁던 ‘노저팬’(일본 제품 불매)은 완전히 옛말이 됐다.

불매운동의 주요 타깃이 돼 자취를 감췄던 일본 맥주가 5년 만인 지난해 수입맥주 1위 자리를 되찾았다. 수입자동차 판매량에서도 도요타, 렉서스 같은 일본 브랜드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이는 유행을 잘 잡은 제품력이 통한 데다, 윤석열 정부 들어 한·일관계가 급속히 회복된 데 따른 영향도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17일 관세청 무역통계를 보면 지난해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전년 대비 283.3% 급증한 5551만6000달러로 수입국 가운데 1위를 차지했다. 일본 맥주 수입액이 1위에 오른 건 2018년 이후 5년 만이다.

줄곧 수입액 1위를 달리던 일본 맥주는 2019년 7월 일본 정부가 한국에 대한 반도체 소재 수출규제 조치를 단행한 이후 급격히 내리막길을 걸었다. 그해 불매운동 확산으로 중국산에 선두를 내주더니 2020년과 2021년 9위까지 추락했다. 수입액도 2018년 7830만달러에서 2020~2021년 500만~600만달러대로 쪼그라들었다.

하지만 일본 맥주는 2022년 수입액 6위(1448만4000달러)로 올라서더니 지난해 1위로 급부상했다. 한·일 정상회담 개최 등을 계기로 양국 관계가 개선되고 불매운동이 잦아들면서다. 반면 칭다오의 ‘방뇨 논란’ 영향으로 중국 맥주는 2022년 수입국 1위에서 지난해 3위로 밀려났다.

‘히트템’의 등장도 일본 맥주의 1위 탈환에 한몫했다. 롯데아사히주류가 지난해 5월 국내에 정식 출시한 ‘아사히 수퍼드라이 생맥주캔’이 대표적이다. 캔 뚜껑 전체가 개봉되고 생맥주처럼 거품이 올라오는 일명 ‘왕뚜껑 맥주’는 한동안 없어서 못 살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오는 3월 아사히 생맥주캔 후속작(아사히 쇼쿠사이) 출시가 예고된 만큼 일본 맥주 인기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불매운동 당시 매출이 반토막 났던 일본 의류 브랜드 유니클로도 회복세에 올라탔다. 회사 매출은 불매운동 직전인 2018회계연도(2018년 9월부터 2019년 8월까지) 1조3781억원에서 2019년도 6298억원까지 빠졌다가 2022년도 9219억원 수준으로 돌아왔다.

자동차 시장에서도 더 이상 노저팬 분위기를 찾아보기 힘들다. 렉서스는 지난해 국내에서 1만3561대를 팔았다. 전년(9752대) 대비 78.6%나 증가한 수치다. 전체 수입차 연간 판매량에서도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볼보, 테슬라에 이은 6위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도요타 판매량은 8500대로 전년 대비 35.6% 늘었고, 수입차 브랜드 순위에서는 10위에 자리했다.

도요타와 렉서스는 부진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해 최상급 도요타 세단과 렉서스 최초의 전용 전기차 등을 한국 시장에 연이어 내놨다. 특히 하이브리드차 중심 정책을 펼쳐온 도요타와 렉서스는 전기차 성장세 둔화 속에 지난해부터 이어진 하이브리드차 열풍에 잇따라 출시한 하이브리드 모델로 국내 소비자들을 붙잡는 데 성공했다.

다만 신차가 부족했던 혼다는 지난해 판매량(1385대)이 주춤했고, 닛산과 고급 브랜드 인피니티는 노저팬 당시 부진을 버티지 못하고 2020년 한국 시장에서 철수했다.

노도현·이진주 기자 hyun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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