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자 공격 100일, 기자 사망 112명..."유례없는 속도로 기자 살해"

김예리 기자 2024. 1. 17.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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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아공 "이스라엘 집단학살 방지 협약 위반" 국제사법재판소 제소
"팔레스타인 기자 전례없는 속도로 살해…집단학살 의도 공표"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7일 가자지구 폭격을 시작한 뒤 100일을 넘긴 지난 15일(현지시간), 112명에 달하는 언론인이 이스라엘에 의해 사망했다고 팔레스타인 언론인 연합(PJS)이 밝혔다.

팔레스타인 언론인 비영리단체인 PJS는 이날 성명을 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100일째에 이르는 날 언론인 사망자 수는 여성 동료 14명을 포함해 112명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점령군이 팔레스타인 일반인을 학살하려는 맥락에서 진실 말살 시도의 일환으로 팔레스타인 언론인을 표적살해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주장했다.

하마스 정부 가자지구 언론국에 따르면 10월7일 이래 언론인 사망자는 11일 기준 117명이다. 이스라엘이 지난해 10월7일 이후 첫 7주간 가자지구에서 사망한 언론인 수는 70명으로 베트남전쟁과 2차 세계대전에서 숨진 언론인 숫자를 넘어섰다는 지적이다. 베트남 전쟁에서 사망한 기자는 63명, 2차 세계대전에서 6년 간 사망한 총 언론인 숫자는 69명으로 알려졌다.

▲가자지구에서 활동 중인 힌드 쿠더리 팔레스타인 기자. ⓒ쿠더리 기자 X(트위터) 계정(@Hind_Gaza)

가자지구에서 보도를 이어가는 팔레스타인 기자 모타즈 아자이자는 X(트위터)에서 “100일 동안 나는 거짓말도, 필터도 없이 전세계에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으로 존재한다는 것의 의미를 보여줬다. 가장 잔혹한 점령의 실태를 보여줬다. 누구도 내가 잃은 사람들, 전쟁 이전부터 파괴된 내 정신을 원래대로 돌려줄 수 없을 것”이라고 썼다.

남아공, 국제사법재판소에 이스라엘 제소 “언론 접근 제한하며 유례없는 속도로 기자 살해”

한편 유엔(UN) 최고법원인 국제사법재판소(ICJ)는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비판하며 제소한 '집단학살 협약 위반' 사건을 심리 중인 가운데, 언론이 이스라엘의 집단학살에 일조하거나 활용된 사례가 주요하게 언급됐다.

이스라엘이 10월7일 이래 가자지구 내 언론인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살해하고 있는 한편 이스라엘 군과 정부, 의회 고위 관료들이 언론을 통해 집단학살의 '의도'를 공공연히 밝히고 이스라엘 언론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12일 이스라엘의 집단학살 혐의를 심리하고 있는 국제사법재판소(ICJ) 내부 전경. 유엔 생중계 갈무리

국제사법재판소가 게시한 제소문을 보면, 남아공 측은 '팔레스타인인에 자행된 집단학살 행위'를 다루며 언론인과 의료진 사망에 무게를 실었다. 남아공 측은 “이스라엘이 가자지구에 고의로 통신을 차단하고 조사기구와 국제 언론의 접근을 제한하는 상황”이라면서 “동시에 팔레스타인 언론인들은 지난 100년 간 발생한 어떤 분쟁보다 훨씬 높은 비율로 살해당하고 있다”고 했다. 이스라엘이 외신 언론 접근을 막으면서 제한된 언론인만 군인 취재원에 기반해 취재하도록 하고 보도내용을 검열했다고도 주장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이스라엘을 상대로 국제사법재판소에 제출한'집단학살 협약 위반' 제소문 갈무리. 남아공은 제소문에서 이스라엘이 10월7일 이래 가자지구 내 언론인을 세계적으로 유례없는 속도로 살해하는 한편, 이스라엘 측이 언론을 통해 집단학살의 '의도'를 공표했다고 밝혔다.

남아공 측은 제소문 제출일 기준 △의사와 간호사, 구급차 운전사 등 의료종사자 311명 △언론인 103명 △잔해에서 희생자를 찾는 민방위대원 40명 △교사 209명 등이 이스라엘에 의해 희생됐다고 주장했다. 남아공은 특히 “가자지구 어린이들에게 죽음은 어디에나 있고, 어디도 안전하지 않다”며 매일 115명 이상의 팔레스타인 어린이가 가자지구에서 살해당하고 있다고 했다.

남아공은 이스라엘 군과 정부 책임자들이 외신과 이스라엘 언론을 통해 집단학살 의사를 공표해왔다고 강조했다. 집단학살 협약상 집단학살 행위가 성립하려면 '국민, 인종, 민족, 종교 집단의 전체 또는 일부를 파괴할 의도'가 입증돼야 하는데, 이스라엘 당국자들이 다양한 경로로 이를 공공연히 밝혔다는 것이다.

제소문은 이츠하크 헤르조그 이스라엘 대통령이 가자지구 폭격 엿새째인 10월12일 외신 기자회견에서 “책임이 있는 것은 민족(nation) 전체다. 민간인이 관여하지 않았고 모른다는 표현은 절대 사실이 아니다”라고 강조한 사례 등 수 차례 발언을 나열했다. 요아브 갈란트 국방장관은 가자지구에 전기와 음식, 물, 연료 공급을 완전히 봉쇄했다면서 “우리는 인간 짐승과 싸우고 있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남아공은 제소문에서 “이런 인종학살 수사(rhetoric)가 이스라엘 시민사회에서도 평범한 일”이라며 “인종학살 메시지가 이스라엘 미디어에서 어떤 검열이나 제재 없이 일상적으로 방송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이스라엘 언론들이 “하마스가 제거돼야 하는 게 아니라 가자지구가 지워져야 한다” “무고한 사람은 없고 250만 명의 테러리스트가 있을 뿐이다” 등 집단학살 주장을 담은 보도 사례를 들었다.

앞서 지난해 12월29일 남아공은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공격이 집단학살 방지 협약을 위반한 '집단학살'에 해당한다며 국제사법재판소에 조치를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 최종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수 년이 걸리지만, 남아공이 요청한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군사작전 즉각 중지' 임시명령 여부는 수주 내로 결정된다고 <알자지라>는 전했다. 국제사법재판소는 회원국 간 문제를 판결하는 유엔 최고법원으로, 그 판결이 구속력을 갖지만 이를 집행할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가 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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