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 공습·테러단체 지정…후티에 ‘결정적 한 방’ 못 찾는 미국
EU도 홍해에 군함 투입 검토…후티는 선박 공격 계속
미국이 16일(현지시간) 후티 반군 본거지를 겨냥한 세 번째 예멘 본토 공격을 단행한 데 이어 후티 반군을 테러단체로 재지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후티 반군의 도발이 이날도 이어지면서 일각에서는 미국이 후티 반군을 제압할 카드가 점점 바닥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홍해를 담당하는 미 중부사령부는 이날 성명을 내고 “예멘 후티 반군 기지에 있는 탄도미사일 4기를 파괴했다”며 “해당 미사일은 민간 선박과 미 해군 함정을 위협했던 무기”라고 밝혔다.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도 브리핑에서 “후티 반군에 대해 몇 차례의 추가적인 저강도 보복 공습을 감행했다”고 확인했다. 미군이 예멘 본토 후티 반군 시설을 직접 타격한 건 지난 11일과 13일에 이어 이번이 세 번째다.
나아가 AP통신은 이날 미 행정부 관계자의 말을 인용해 미국이 후티 반군을 ‘외국테러단체(FTO)’로 다시 지정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미 정부는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임기 막바지였던 2021년 1월 후티 반군을 테러단체 명단에 올리고 제재를 가했다. 이후 집권한 조 바이든 대통령은 그해 2월 식량과 의약품 등을 지원한다는 명목으로 후티 반군의 테러단체 지정을 해제했다. 그러나 이번에 다시 테러단체로 재지정하면서, 미 정부가 관리하는 기업 또는 개인은 후티 반군에 물질적인 지원을 할 수 없게 됐다. 다만 AP통신은 “예멘 여행 금지 등의 제재는 이뤄지지 않을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이 같은 미국의 압박이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무엇보다 미국 정부가 후티 반군을 추가로 압박할 뾰족한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뉴욕타임스(NYT)는 “백악관이 후티 반군의 홍해 봉쇄를 뚫을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면서도 “지금까지의 방식은 후티 반군을 당황하게 만드는 데 실패했다”고 지적했다. 예멘 무관을 지낸 퇴역 장성 애덤 클레먼츠는 NYT에 “후티 반군은 예멘 내전 발발 이후 사우디아라비아 공격을 10년이나 막아낸 저력이 있다”며 “지금의 공중 작전만으로는 할 수 있는 일이 제한돼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 정부는 후티 반군과의 전면전은 어떻게든 피하려 하고 있다. 커비 조정관은 “현재 공격으로도 좋은 효과를 거두고 있다고 믿는다”며 “확전을 바라지 않는다”고 말했다.
미군의 정보력 부족에 대한 질타도 쏟아지고 있다. 익명의 미 정부 관계자는 NYT에 “후티 반군 표적 식별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미국과 서방 정보기관은 최근 몇년 동안 후티 반군 무기 기지 위치에 관한 정보를 수집하는 데 소홀했다”고 꼬집었다. 후티 반군의 뒷배인 이란이 계속 무기를 지원하는 한 미국의 홍해 사수 작전은 헛수고가 될 것이란 시각도 있다.
이런 가운데 유럽연합(EU)이 홍해에서 새로운 해군 작전을 추진하고 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블룸버그가 입수한 계획안에 따르면 EU는 다기능 구축함 또는 호위함 최소 3척을 홍해에 투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과 EU의 압박에도 후티 반군은 이날 홍해 남쪽에서 몰타 선적의 그리스 소유 벌크선에 미사일 공격을 가했다. 그리스는 미국이 홍해에서 주도하는 ‘번영 수호자 작전’에 참여하고 있다. 후티 반군은 성명을 내고 “우리 해군이 반복해서 경고 메시지를 보냈지만 선박이 응답을 거부했다”고 밝혔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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