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 뇌전증→지적 장애까지…선 넘는 연예계 병역 비리[종합]

정혜원 기자 2024. 1. 17. 2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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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라비(왼쪽) 나플라. ⓒ곽혜미 기자, 메킷레인

[스포티비뉴스=정혜원 기자] 연예계에 병역 기피 비리가 또 한번 벌어졌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북부지법 형사3단독(안형준 판사)은 병역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모(32)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안씨는 2018년 남성 아이돌 그룹 리더로 데뷔했다.

안씨는 2011년 7월 신체등급 1급, 2017년 11월 신체등급 2급 현역병 입영대상 판정을 받았으나 심리적 문제와 인지기능 장애가 있는 것처럼 허위 증상을 호소해 받은 병원 진단서로 2020년 4급 사회복무요원 소집대상 처분을 받았다.

안씨는 2019년 10월부터 7개월 동안은 정신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었음에도 '마음이 많이 힘들고 죽고 싶단 생각까지 들었다', '이유 없이 심장이 뛰고 숨도 잘 쉬어지지 않고 불안하다'며 병원 진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0년 5월에는 병원 종합 심리검사에서 과장되거나 왜곡된 답변을 해 '경도 정신지체 수준에 해당한다'는 진단과 함께 최소 1년 이상의 정신과적 관찰 및 약물 치료가 필요하다는 취지의 진단서를 받아 병무청에 제출했다.

재판부는 안씨가 2012년부터 2022년까지 가수 지망생에 이어 가수 활동을 하면서 안무·의상·공연·팬미팅 등을 구상했다는 점을 근거로 "정신적으로 특별한 문제가 없었는데도 마치 지적 능력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행세해 병역의무를 기피하기로 마음먹은 것"이라고 보고 유죄를 선고했다.

▲ 송덕호, 라비, 나플라(왼쪽부터).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DB

라비(김원식, 31)와 나플라(최석배, 32)는 지난해 8월 병역법 위반 혐의로 각각 징역 1년과 집행유예 2년에 사회봉사 120시간, 징역 1년을 선고받았다.

라비는 처벌을 받아들이고 항소장을 제출하지 않았으나, 검찰이 집행유예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했다. 이에 라비는 지난해 10월 다시 한번 법정에 섰다. 반면 나플라는 실형에 불복해 항소장을 제출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라비의 양형 이유에 대해 "피고인이 병역 브로커인 구씨와 공모해 뇌전증 증상이 없었음에도 가장하고 속임수를 이용해 공무집행 방해를 했기에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 치밀하게 계획해 연기를 했다는 것도 죄질이 좋지 않다"라면서도 "다만 한편으로 김원식은 처벌전력이 없는 초범이고 잘못을 깊이 반성하고 있는 점, 유죄 판결을 받으면 병역 의무를 다시 이행할 것을 참작했다"고 설명했다.

나플라의 양형 이유에 대해서는 "사회복무요원으로 복무하면서 5급 판정을 받기 위해 장기간 치밀한 연기를 하고, 서초구청 담당자에게 협박성 문자를 보내는 등 죄질이 좋지 않다. 이런 행위로 인해 조사가 서초구청 공무원에게까지 확대됐다"며 "마약사건으로 수사를 받던 도중 범행을 저질러 죄질이 좋지 않다"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다만 한편으로는 5개월 이상 구금되어 있는 동안 잘못을 인정하고 반성하고 있는 점, 실제 우울증으로 4급 판정을 받은 점, 미국에서 오래 자라 병역 의무에 부담감을 느낀점, 병역 브로커 구씨의 지시에 따른 점을 참작했다"고 했다.

라비는 병역 브로커 구씨, 소속사 그루블린 공동대표 김모 씨와 공모해 허위 뇌전증 진단을 통해 병역을 회피했다. 라비는 병역 브로커에게서 뇌전증 시나리오를 받아 실신한 것처럼 연기해 병원 검사를 받았다. 이후 2021년 라비가 뇌전증이 의심된다는 진단서를 병무청에 제출하자 브로커는 '굿, 군대 면제다'라는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나플라는 서초구청 사회복무요원 복무 중 구 씨, 김 씨 등과 공모해 우울증 증상 악화를 가장해 복무부적합 판정을 받으려고 했다. 그는 사회복무요원 배치 루 141일을 출근하지 않았다.

▲ 송덕호 ⓒ곽혜미 기자

두 사람처럼 병역 브로커에게 1500만 원의 보수를 지급하고 뇌전증을 허위로 연기해 병역진단서를 발급받아 4급 판정을 받은 배우 송덕호는 지난해 8월 28일 현역으로 입대했다. 재판부는 지난해 5월 송덕호에게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사회봉사 80시간을 명령했다.

송덕호는 변호인 없이 재판을 받으며 "개인적인 집안일로 연기 활동을 해야했고, 브로커를 만나 잘못된 선택으로 큰 잘못을 저질렀다"며 "집안일도 해결됐고, 기회를 주신다면 군에 입대해서 병역 의무를 다하겠다"고 했다.

또한 송덕호는 입대를 앞둔 전날 "개인사를 핑계 삼아 올바르지 못한 선택을 하게 됐다. 큰 상처를 받으셨을 뇌전증 환자분들과 환자분들의 가족분들, 지금 이순간에도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고생하고 계신 대한민국의 육군 장병분들 그리고 나 한명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은 여러 작품의 모든 관계자분께 진심으로 고개 숙여 사죄드린다"고 사과했다.

안씨에 앞서 라비, 나플라, 송덕호 등이 병역 비리 의혹에 휩싸여 큰 질타를 받은 가운데, 또 다시 연예계에 병역 비리 문제가 불거지며 대중의 실망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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