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팬들 심장만 쫄깃했다' DB, KCC 맹추격 뿌리치고 3연승

[부산=스포츠조선 최만식 기자]선두 원주 DB가 짜릿한 3연승을 기록했다.

DB는 17일 부산 사직실내체육관에서 벌어진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부산 KCC와의 원정경기서 혈투에 버금가는 접전 끝에 87대84로 승리했다. 이로써 DB는 3연승을 기록하며 2위와의 승차를 다시 3.5게임으로 벌렸고, KCC는 4연승에 실패했다.

이날 사직체육관에는 평일인데도 많은 부산 팬들이 찾았다. KCC가 최근 3연승으로 다시 상승세를 달리고 있는 데다, 올스타전 브레이크 이후 첫 경기로 막강 선두를 상대하기에 더욱 그랬다. 이처럼 잔뜩 기대를 품고 달려 온 부산 팬들에게 KCC는 '괴로운 재미'를 선사했다. 1쿼터부터 '들었다 놨다'를 계속하며 팬들의 심장을 쫄깃하게 만든 것.

경기 시작 전 적잖이 불리했던 KCC였다. DB에서는 올스타전에 불참할 정도로 극심한 장염을 앓았던 강상재가 정상 출전했다. 배출한 게 너무 많아 다소 핼쑥한 안색이었지만 1쿼터에 3점슛 2개를 터뜨릴 정도로 경기력이 저하된 모습은 아니었다.

반면 KCC는 송교창이 종아리 근육 손상으로 4주 진단을 받고 빠진 가운데 라건아마저 장염에 걸리는 바람에 16일 달랑 하루 팀 훈련을 할 수밖에 없었단다. 전창진 KCC 감독은 경기 전 인터뷰에서 "앞서 서울 SK전에서 송교창이 없을 때도 승리했다. 어떻게든 버텨보려고 한다. 알리제 드숀 존슨이 디드릭 로슨을 잘 막아주고, 올스타전 3점슛 콘테스트 우승자인 이근휘가 자신있게 공격하라는 지시를 잘 이행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전 감독의 바람은 초반부터 빗나갔다. KCC는 1쿼터 시작 후 3분43초 동안 속수무책으로 당하며 0-12로 끌려갔다. 결국 작전타임을 부른 전 감독은 로슨 수비에 실패한 존슨을 빼는 대신 라건아 조기 투입 승부수를 띄웠다. 이후 놀라운 반전, 라건아의 첫 득점으로 숨을 고른 KCC는 맹렬하게 상대를 추격하더니 종료 3분여를 남겨두고 12-15까지 추격했다. 가라앉았던 부산 관중석이 다시 달아오른 것도 잠시, KCC는 다시 DB의 반격에 완전히 기가 눌린 채 추격 기세를 살리지 못했고 결국 20-30, 적잖은 점수 차로 1쿼터를 마쳤다.

최근 연승 과정에서 고질병이었던 '1쿼터 열세+턴오버' 징크스에서 벗어나는가 싶었는데, 이날 DB전에서 다시 도진 모습이었으니 사실 암울한 스타트였다. 한데 이게 웬걸. KCC는 2쿼터를 시작하자마자 부산 팬들을 향해 '들었다'로 급선회했다. 허웅과 라건아 최준용 정창영이 번갈아 가며 최상의 공격 패턴을 성공시키며 6분여 동안 16점을 쓸어담는 대신 상대를 6점으로 꽁꽁 묶었다. 마침내 36-36, 동점 성공에 팬들을 더 열광시켰지만 이후 또 기세를 내주며 40-44로 여전히 뒤진 채 전반을 마쳤다.

이렇게 '들었다 놨다'를 반복한 KCC는 후반 들어 1∼2점 차 박빙 레이스로 극도의 긴장감을 선사했다. KCC에서는 고비 때마다 라건아가 내외곽은 물론, 리바운드에서 구세주 역할을 했고, DB에서는 식스맨 박인웅이 알토란 3점포로 상대의 김을 빼는데 앞장섰다.

그렇게 이어지던 혈투, 승부는 경기 종료 4.6초 전이 돼서야 판가름났다. DB 이선 알바노가 세컨드볼 찬스에서 공을 잡은 뒤 노마크 3점슛을 작렬시켰다. KCC는 경기 막판 수비리바운드를 연속으로 빼앗긴 게 뼈아팠다.

한편 고양 소노는 안양 정관장을 93대86으로 따돌리고 2연패 탈출에 성공했다.
부산=최만식 기자 cms@sportschosu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