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 간 ‘충북 도시농부’들 상생 품앗이
농번기 제주에 노동 제공
3개월간 감귤 선별 등 도와
농산물·산업 교류도 협약
“농한기 육지농부가 농번기인 섬마을 농부들 일손 거드는 것이 상생 아닐까요?”
제주도에서 감귤 선별작업을 하고 있는 이광희씨(56)는 17일 전화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충북 청주에 사는 이씨는 지난해 3월 ‘도시농부’가 됐다. ‘충북형 도시농부’는 매년 반복되는 농번기 농촌 지역 인력 부족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 2022년부터 충북도가 추진해오고 있는 사업이다. 하루 4시간 정도 일하고 6만원가량 받는다.
귀농을 꿈꿔왔던 이씨도 도시농부 사업에 참여했다. 이씨가 제주도를 찾은 것은 지난해 11월 중순이다. 제주도는 본격 감귤 수확시기인 10월 말부터 농번기가 시작된다. 이씨는 주 6일 서귀포 위미농협에서 감귤선별작업을 하고 있다. 농민들이 수확해온 감귤을 판매하기 전 썩은 귤을 골라내고, 포장하는 작업이다. 숙소는 농협 인근 펜션으로, 한 달에 33만원 정도를 내고 있다.
이씨는 “감귤을 수확하는 것은 전문가들만 하는 일이라고 해 선별작업을 맡았다”며 “작은 일이지만 바쁜 일손을 조금이라도 돕는 것 같아 뿌듯하다”고 말했다. 이어 “출퇴근을 위해 중고 자전거를 샀다. 일주일 중 하루 쉬는 날은 서귀포 등 제주도를 둘러보고 있다”며 “이 사업에 또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북과 제주가 ‘상생’에 나섰다. 인력교류를 시작으로 농산물·산업교류 등도 진행한다. 상생의 시작은 충북도의 도시농부 파견이다. 충북도는 현재 제주도에 도시농부 6명을 지원했다. 이들은 지난해 11월20일부터 내달 말까지 서귀포 위미농협에서 일손을 도울 계획이다. 일당은 농협 측이 지급한다. 육지 지자체가 농번기를 맞아 제주도에 인력을 지원하는 사업은 처음이다.
고정우 제주 위미농협 유통사업소 과장은 “감귤 수확기가 다가오면 하루 평균 42t 정도를 처리해야 한다”며 “새벽 2~3시까지 야근할 정도로 애를 먹고 있었는데 충북 도시농부의 도움으로 일손을 덜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농한기 육지 인력이 더 많이 공급됐으면 한다”며 “충북 도시농부 인력 지원도 더 확대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충북도는 도시농부 파견을 시작으로 상생을 이어나가기로 했다. 앞서 지난 8일 두 지자체는 상호 교류 확대와 상생 발전을 위한 업무 협약을 맺었다. 충북도는 이달 중 충북산 못난이 김치와 곶감, 사과 등의 판매 행사를 제주 농협매장에서 진행한다. 충북 농협매장에선 제주 특산품을 판매하고 홍보할 계획이다.
장애인 직업재활시설에서 일하는 장애인에게 인건비를 지원하는 ‘제주 근로 장애인 인건비 지원 사업’, 장애인에게 영상자서전을 만들어주는 ‘충북 장애인 인생 기록 사업’ 등 두 지자체의 장애인 관련 특화 사업도 교류한다.
이삭 기자 isak84@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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