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금 못 내 감옥 가는 사람들…마지막 희망 '장발장은행' 찾아가보니
먹고 살기가 너무 힘든 사람들이 범죄에도 연루되는 경우가 많죠. 법원도 이런 사정을 감안해서 가벼운 벌금형을 내리는데, 이 벌금조차 내지 못하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있습니다.
이들이 마지막으로 찾아갈 수 있는 곳, 바로 '장발장은행'인데 김지윤 기자가 다녀왔습니다.
[기자]
32살 정모 씨는 기초생활수급자입니다.
열 살짜리 아들과 둘이 살고 있습니다.
방안에는 약봉지가 수북히 쌓여 있습니다.
생활비는 항상 모자랍니다.
버티다 못해 대출을 알아봤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보이스피싱을 당했습니다.
정씨도 모르게 대포통장이 만들어져 범죄에 쓰였습니다.
결국 정씨에게도 벌금 200만원이 선고됐습니다.
[정모 씨/'장발장은행' 이용자 : 벌금까지는 생각을 못 했어요. 왜냐면 태어나서 법을 어겨본 적도 없고.]
2백만원이면 서너달 생활빕니다.
[정모 씨/'장발장은행' 이용자 : (벌금을 못 내서) 지금 지명수배 중이라고, 경찰이 갑자기 집에 찾아올 수도 있다고 (들었어요.)]
결국 아들을 보육시설에 맡기려 했습니다.
그러다 장발장은행을 알게됐습니다.
[정모 씨/'장발장은행' 이용자 : 대출 실행이 돼서 벌금을 딱 냈거든요. 지명수배는 이제 풀리고, 그냥 그 자리에서 울었어요.]
장발장은행은 2015년에 문을 열었습니다.
정씨처럼 어려운 사람들에게 이자 없이 최대 300만원을 빌려줍니다.
대출 심사에서 보는 건 신용도가 아닌 절실함입니다.
한부모 가정과 기초생활수급자가 우선입니다.
상환 기간은 1년이지만 더 기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매달 천 원씩 갚아 나가는 사람도 있습니다.
[조용철/'장발장은행' 담당자 : (매월) 1000원, 1500원 갚는 사람도 있고. 6~7년 동안 계속 상환하는 분들도 있어요.]
불황이 길어지면서 지난해 벌금을 못 내 감옥에 간 사람은 5만 명으로 2년 전의 두 배가 됐습니다.
생계형 범죄로 분류되는 10만원 이하 절도 건수도 늘고 있습니다.
지금까지 1200여 명이 장발장은행에서 돈을 빌렸고 이 가운데 300명이 모두 갚았습니다.
[영상디자인 서동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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