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세일로’에…쪼그라드는 나라 곳간, 경제 효과 ‘막연’·재정 악화엔 무대책

이창준 기자 2024. 1. 17. 20: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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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했던
증권거래세 인하 ‘예정대로’
올해에만 수조원 세수 줄 듯

정부가 17일 민생토론회에서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히면서 올해 수조원의 세수가 더 줄게 됐다. 법인세 및 종합부동산세 등 주요 세금이 이미 전년보다 덜 걷힐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도 정부는 하루가 멀다 하고 새로운 감세안을 쏟아내고 있다. 4월 총선을 앞두고 있어 야당에서는 정략적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날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위한 금융정책 방안’에서 금투세 폐지에 이어 증권거래세 인하를 공식화했다. 금투세는 금융투자로 벌어들인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을 20~25%의 비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증권거래세 인하 조치는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만들어졌다. 정부가 예상한 금투세 수입은 연간 1조5000억원 규모였다. 금투세로 새로운 세원이 확보됐으니 증권거래세를 낮출 여지가 생겼다. 국회예산정책처 전망에 따르면 증권거래세를 정부 계획대로 내년까지 0.15% 수준으로 낮출 경우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년간 10조1491억원의 세입이 감소하게 된다. 연평균 2조원가량이다. 금투세 도입, 거래세 인하는 연평균 5000억원의 세수가 감소하는 ‘딜’이었다. 하지만 금투세를 도입하지 않기로 하면서 세수 감소는 2조원으로 늘어나게 됐다.

정부는 세금을 낮춰 주식 투자 유인을 높이면 거래액이 늘어나 세수가 장기적으로 증가할 것이라 주장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감세로 인한 순효과는 막연하고 장기적인 반면 올해와 내년 닥칠 재정 악화는 당장 직면한 부담이라고 지적했다.

정부는 같은 논리로 잇달아 감세안을 내놓고 있다. 정부는 이날 개인 금융투자를 유인한다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비과세 한도를 상향키로 했다. 이에 따라 관련 세수는 올해만 2000억~3000억원가량 줄어든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이 밝힌 ‘부담금 원점 재검토’에 따르면 최대 연 24조6000억원의 국고 수입이 줄어들 수도 있다. 앞선 대주주 주식 양도세 기준 완화, 기업의 연구·개발(R&D) 투자 증가분에 대한 세액공제 확대 및 임시투자세액공제 연장 등도 대규모 세수 감소를 동반하는 조치들이다.

정부의 기대대로 개인투자가 늘고 기업투자가 활성화돼도 경기가 회복되지 않는다면 재정부담으로 이어져 차기 정권은 상당한 부담을 안게 된다. 실제 이명박 정부 당시 대규모 감세를 단행했지만 경기는 되살아나지 않았다.

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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