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매 아버지는 집에, 50대 아들은 화단에…'지원 無' 간병살인 비극

/사진=이지혜 디자인기자

대구 달서구의 한 아파트에서 치매를 앓아온 아버지와 간병하던 아들이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이들 부자가 생전 지자체 지원을 받지 못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17일 뉴시스에 따르면 대구 달서경찰서는 이날 오전 8시18분쯤 달서구 월성동의 한 아파트 화단에 사람이 숨져 있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아파트 화단에서 숨진 50대 A씨를 발견했다. A씨 집 안방에선 80대 B씨가 머리 쪽에 둔기에 맞고 사망한 것을 확인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들은 아버지와 아들 관계로 함께 거주하고 있었다. 아버지 B씨는 10여년간 치매를 앓아왔다고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아들 A씨가 아버지 B씨를 살해한 후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추정된다"며 "정밀 감식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고 말했다.

현장에는 A씨가 남긴 유서 형태의 메모가 발견됐다. 경찰은 유족의 요청 등으로 내용을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치매를 앓던 B씨는 지자체 등에서 지원이나 혜택을 받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간병살인'이라는 지적이 나온 배경이다.

달서구청은 해당 세대 자체가 기초생활 수급자가 아닌 것으로 파악했다고 전했다. 건강보험공단의 장기요양등급 판정을 받은 기록도 없었다고 파악됐다.

김미루 기자 miroo@m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