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보낸 버스만 7대…"6시 칼퇴해도 1시간 기다린다" 분노 [현장+]

김영리 2024. 1. 17.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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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동 저리 가라 수준"…퇴근 지옥 '이 정류소' 불만 폭발
남산 1호 터널 앞 '남대문세무서·백병원' 정류소
30분 대기 기본…"차라리 입석 허용해달라"
"서울시 대책, 되려 혼잡 심화할 우려 있어"
남대문세무서·서울백병원 광역버스 정류소를 이용해 퇴근하는 시민들의 모습.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6시에 칼퇴근해도 기본 40분은 기다립니다. 솔직한 마음 같아선 입석이라도 하고 싶어요"

경기 용인에 거주하는 50대 강모 씨는 이같이 말하며 한숨을 내쉬었다. 퇴근할 때 '남대문세무서·서울백병원' 정류소를 이용한다는 그는 "5005번 버스를 타야 하는데 벌써 3개째 보냈다"며 "여기서 퇴근하는 분 중 광역버스를 한 번에 타는 사람은 없을 것"이라고 하소연했다. 

새해 초 '명동입구' 광역버스 정류소에서 '퇴근길 대란'이 도마 위에 오른 가운데, 남산 1호 터널 바로 앞에 위치한 남대문세무서·서울백병원 광역버스 정류소도 교통 혼잡으로 시민들의 원성이 자자했다. 서울시는 시민들의 불편 해소를 위해 11일부터 이 정류소에 계도 요원을 배치하고 인근에 정류소 신설 방침도 밝혔으나, 시민들 불만은 여전히 이어지는 모양새다.

 서울시 대책에도 '속수무책'

15일 오후 5시 40분께 퇴근길 남대문세무서, 서울백병원 정류소를 이용하는 시민들의 모습. 좁고 긴 교통섬 형태의 정류소라 발 디딜 틈이 없는 모습이다. /영상=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15일 오후 5시 40분. 본격적인 퇴근 시간이 아닌데도 차로 중앙 '교통섬' 형태의 남대문세무서·서울백병원 정류소가 가득 차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이 정류소는 너비 4m 남짓에 길이 약 35m로 좁고 긴 형태를 갖췄다. 하루 승·하차 인원 1만여명을 감당하기엔 턱없이 부족해 보이는 모습이었다. 6시가 넘어서는 버스가 도착할 때마다 탑승하려는 시민들이 몰리면서 서로 어깨가 부딪히고 인상을 찌푸리는 일이 일상처럼 여겨졌다.

이런 '카오스'(혼돈) 같은 현장에서 만난 계도 요원 김성칠(70) 씨는 경광봉으로 버스를 통제하고, 횡단보도 신호가 끝나가면 시민들에게 연신 호루라기를 부느라 여념이 없었다. 그는 "가장 붐비는 오후 6~7시에는 차도로 달려 승차하는 시민들이 있어 통제해야 한다"며 "횡단보도 신호가 켜지면 양쪽에서 시민들이 몰리는 구조라 정신없다"고 설명했다.  

양쪽 횡단보도를 건넌 시민들이 정류소로 모이고 있다. /영상=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이곳에서 만난 한 시민들은 "퇴근하는 인파는 그대로인데, 정류소를 분산시키는 게 효과가 있을지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퇴근길 남대문세무서 정류소에는 이미 '만차'로 도착하기 때문에, 정류소를 나눠봤자 일반 차량이 다니던 도로와 보도만 더욱 혼잡해질 뿐이라는 지적이다. 이 정류소를 지나는 광역버스는 28개 노선 중 2개를 제외하고 모두 명동입구 정류소를 거쳐 온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40대 김모 씨는 "평균적으로 예닐곱대의 버스는 그냥 보낸다"며 "퇴근은 6시에 하지만 7시 전에 버스에 탑승하면 운이 좋은 것"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이곳이 혼잡한 이유는 시민마다 정류소에 머무는 시간이 30분 이상으로 길기 때문"이라며 "정류소가 이원화되는 것이 시민들이 버스를 빨리 탈 수 있는 거랑 무슨 상관이 있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정류소까지 길게 늘어선 광역버스들. 명동입구 정류소에서 시민을 가득 채워 오는 버스들은 남대문세무서·서울백병원 정류소를 무정차 통과한다.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15일 오후 퇴근 시간대 만차로 남대문세무서·서울백병원 정류소를 지나가는 버스들.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동탄신도시에 거주하는 40대 이모 씨도 "2년째 이 정류소를 이용하고 있고 매일 버스 두어대는 그냥 보내는 데 동탄은 지하철도 없어 광역버스 말곤 방법이 없다며 "남산터널 초입이라 도로가 좁아지는 구역인데 건너편에 정류소가 또 생기면 도로가 꽉 막힐 것 같다"고 말했다. 

경기 성남에 거주하는 20대 김모 씨는 "광역버스가 대부분 무정차 통과하니 정류소에 사람은 줄지 않고 계속 쌓이기만 한다"며 "정류소가 너무 붐벼서 일단 아무 시내버스나 타고 강남까지 이동해 지하철을 탄 적도 많다. 일단 사람들이 버스를 탈 수 있어야 이곳의 혼잡도가 해소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도로 혼잡만 가중시킨다" 우려↑

2월에 신설될 '명동성당' 정류소 터의 모습. 기존 정류소의 건너편이다. /사진=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서울시가 대안 마련에 나섰지만 전문가들은 정류소 신설이 도로 혼잡을 더 가중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한 교통안전분야 전문가는 "을지로2가 사거리, 삼일대로 등 해당 구역은 원래 교통량에 비해 도로 폭이 좁은 곳"이라며 "정류소가 바로 건너편에 신설될 경우, 일반 차량과 뒤섞여 도로가 더 혼잡해질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정류소 신설 확정에 앞서 시범 운영이나 시뮬레이션 등 다각도의 비교 분석 절차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수범 서울시립대 교통공학과 교수는 "신설되는 정류소의 위치가 기존 정류소와 너무 가까우면 도로 혼잡도가 심화할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그는 "서울과 경기 남부 간 이동량은 이미 광역버스가 수용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면서도 "일부 노선에 한해 명동입구에선 승차 인원 없이 통과하고 남대문세무서·서울백병원에서만 시민을 태우는 등 정류소의 혼잡도를 줄일 수 있는 세부적인 대책이 있어야 한다"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 관계자는 "신설 정류소에 정차할 버스 10개 노선은 경기도와 협의를 거쳐 정할 것"이라며 "정류소 신설 외에도 광역버스 노선 조정, 지역 대중교통과의 환승 체계 강화 등 대책 마련을 위해 협의 중"이라고 부연했다.

김영리 한경닷컴 기자 smartkim@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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