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텔에 역전당한 삼성전자 … 반도체 매출 세계 1위 내줬다
DS부문 임원 연봉동결 결의
반도체 패권경쟁 '시계제로'
"삼성, 미래 준비에 전념해야"
반도체 업황이 얼어붙으면서 삼성전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 임원들이 연봉을 동결하기로 했다. 지난해 4분기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하면서 '창사 이래 최대 적자'를 냈기 때문이다. 글로벌 반도체 패권 경쟁이 격화하는 가운데 허리띠를 졸라맨 것이다.
17일 삼성전자 DS부문 경영진과 임원들은 긴급 임원회의를 열어 연봉을 동결하기로 결정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실적 악화 대책 마련과 솔선수범이 절실한 시점이란 공감대를 형성했다"며 "경쟁력 확보와 경영 정상화를 위한 결의도 다졌다"고 밝혔다.
한국 반도체 산업의 앞날은 '시계 제로'다. 미국·중국·일본·대만 등에서 반도체 패권 경쟁이 고조되며 생존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특히 삼성전자는 이재용 회장의 '사법 리스크'로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각국이 지원책을 쏟아내며 반도체 분야는 국가 대항전으로 전선이 확대됐다. 527억달러(약 71조원)를 반도체 지원법을 통해 지원하는 미국은 본격적으로 보조금을 지급하기 시작했다. 지난 4일 미국 기업 마이크로칩테크놀로지가 두 번째로 지원금을 받았다. 보조금 수혜를 본 첫 번째 기업은 지난해 12월 보조금 대상 기업으로 선정된 영국 방산 업체 BAE시스템스다. BAE시스템스는 미국 뉴햄프셔주에서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일본도 대만 TSMC가 구마모토현에 건설한 1공장 비용 가운데 46% 수준인 4760억엔(약 4조3000억원)을 보조금으로 지원했다. 미국과 중국이 패권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견제를 강화하면서 산업 전반의 불확실성도 커지고 있다.
특히 미국 하원에서 중국이 'RISC-V(리스크 파이브)'를 사용할 수 없도록 통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정부에 주문했다는 외신 보도가 있었다. 중국이 오픈 설계 기술인 RISC-V를 기반으로 첨단 반도체 생산을 늘린다는 소식에 제재 움직임에 나선 것이다.
기업 간 경쟁도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 삼성전자는 인텔에 반도체 글로벌 1위를 내줬다. 시장조사 기업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반도체 매출 399억500만달러(약 53조5000억원)를 기록해 486억6400만달러(약 65조2000억원)인 인텔에 2021년 이후 2년 만에 선두를 빼앗겼다.
가트너에 따르면 삼성전자의 지난해 반도체 매출은 전년 대비 37.5% 감소했으며 시장 점유율은 7.5%를 기록했다. 인텔 역시 지난해 매출이 전년 대비 16.7% 줄었지만 점유율은 9.1%로 높이며 2년 만에 순위를 다시 뒤집었다. 지난해 반도체 업황 부진으로 세계 반도체 기업들이 어려움을 겪은 가운데 경기 영향을 많이 받는 메모리 반도체를 주력으로 한 삼성전자의 매출 부진이 시스템 반도체(비메모리) 중심인 인텔보다 두드러졌던 것으로 해석된다.
실제로 지난해 세계 반도체 매출(5330억2500만달러)이 전년 대비 11.1% 줄어드는 사이 메모리 반도체 매출은 37% 줄면서 감소폭이 컸다. 품목별로 보면 지난해 D램 매출은 38.5% 감소한 484억달러, 낸드플래시 매출은 37.5% 줄어든 362억달러를 기록했다. 반면 지난해 비메모리 매출은 전년 대비 3% 감소하는 데 그쳤다.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는 데다 오는 11월 미국 대선에 따라 갈등이 증폭될 여지가 있어 산업계에선 올해를 미래 성패를 좌우할 '결정적 1년'으로 보고 있다. 산업계 관계자는 "생존을 위해 인재·기술·투자에 국가적 역량을 모아 대응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갖고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시점에서 삼성전자가 미래 준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삼성은 1990년대 디지털 전환, 2000년대 모바일 전환 등 산업 전환기에 기회를 찾아 비약적인 성장을 해왔다"며 "회사 안팎의 위기와 갈수록 치열해지는 글로벌 경쟁을 삼성이 돌파하려면 오로지 사업에만 전념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승진 기자 / 성승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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