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의진의 시골편지] 프린스와 오토바이

기자 2024. 1. 17.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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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김광석은 공연장에서 자주 이런 말을 했다지. “내 나이 마흔이 되면 할리데이비슨을 타고 세계여행을 다니면서 자유롭게 살고 싶습니다.” 히트한 노래처럼 ‘서른 즈음에’, 그러니까 서른두 살에 아깝게 요절하고 말았는데, 그곳에서 오토바이를 신나게 몰고 있을까.

예전에 가끔 부산 사진작가 김홍희형이 오토바이를 몰고 산골집에 들르곤 하셨어. 다음 행선지가 바이크족 하면 빠질 수 없는 지리산 시인 이원규형 댁. 바이크족끼리 좋아라 뭉치는 법. 하지만 나처럼 턱을 빼고, 와~ 탄성을 지르면서 개부러워해주는 놈이 또 있어야 재미가 배가되는 법. 그래 자랑삼아 오신 건지 어쩐 건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아무튼 나는 할리를 보면 언제라도 침을 흘리는 마법에 빠져 있다. 입만 열면 자유다, 동료 시민이다. 언제는 높아서 동료가 아니었나. 옷 벗고 난 뒤 오토바이로 유랑하면 비로소 자유와 동료애를 느끼려나.

애인을 태우고서, 꼴마리를 다잡으라 하고, 신작로를 내달리고파. 입에서 나도 모르게 ‘주여~’ 김 새나가는 소리에 제정신을 차리게 돼. 엇, 꿈이야 꿈.

빙판길 오토바이는 젬병이 되고 마는데, 남도는 금세 날씨가 풀리니 장날이면 오토바이가 심심찮게 보인다. 나름 폭주족 바이크 영감님들이 세상을 뜨면 누가 있어 도로에다 오토바이 방귀를 보태줄거나. 재미없는 세상이 될 게 뻔해라.

말이 나왔으니 프린스의 명반 <퍼플 레인>을 기어코 꺼내 펼쳤다. 밴드 이름도 ‘혁명, 레벌루션’. 바퀴를 닮은 검정색 엘피판이 돌기 시작해. 재킷은 프린스가 오토바이에 떡하니 앉아 있는 사진이다. ‘넌 시방 어디야?’ ‘넵. 형님, 저도 곧 몰고 나갑니다잉’. 앗, 또 꿈이넹.

임의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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