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팔면 안 되는 고기"…비계 잔뜩 삼겹살, 왜 단속 못 하나

이지현 기자 2024. 1. 17. 19: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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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에서 산 삼겹살에 비계가 너무 많다는 글과 사진이 최근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화제가 됐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지난 13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논란이 된 사진입니다.

온라인몰을 통해 삼겹살을 구매했다는 글 작성자. 살코기보다 비계가 많은 삼겹살이 배송됐다며 구매 내역과 사진을 올렸습니다.

위에는 정상적인 고기를 놓고 아래쪽에 기름 덩어리를 깔아놔 눈속임했다는 겁니다.

사진을 본 누리꾼들은 '불판 닦을 때나 써야겠다', '기름을 돈 주고 샀다', '삼겹살이 아니라 그냥 지방' 등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삼겹살은 원래 지방이 있는 부위입니다. 하지만 비계가 지나치게 많으면 품질이 떨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서울 마포구에서 정육점을 운영하는 A씨는 "가끔 비계가 유독 많은 고기가 나오긴 한다"면서도 "그래도 이 정도로 비계가 많다면 이 부분은 판매하지 않는 게 맞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실물을 보고 사면 괜찮은데 온라인으로 구매하다 보니 낮은 품질의 삼겹살이 배송되는 경우들이 있는 것 같다"며 "요즘은 소비자들이 비계가 많은 걸 선호하지 않아 삼겹살이라고 하더라도 1cm 이하로 비계를 손질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도 비계가 잔뜩


인천 고향사랑기부제 답례품으로 온 삼겹살의 품질이 떨어진다는 논란도 있었다. 〈사진=온라인커뮤니티〉

비계 많은 삼겹살 논란은 반복되고 있습니다.

최근 온라인에서는 고향사랑기부제로 인천 미추홀구에 기부를 한 뒤 받은 삼겹살 품질이 나쁘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는데요.

역시 비계가 잔뜩 있는 삼겹살이었습니다. 글쓴이는 "삼겹살 3분의 2는 떼어내고 버렸다"며 "괜찮아 보이는 부분을 위에 올려놓고 포장해놔서 비닐을 벗겼을 때 기분이 더 나빴다"고 지적했습니다.

지난해 3월 3일에는 '삼겹살 데이'를 맞아 일부 유통업체가 '반값 삼겹살'을 홍보했는데, 지방이 지나치게 많은 삼겹살을 판매해 논란이 됐었습니다.

당시 농림축산식품부는 "가공업체의 비숙련자 작업, 과다한 물량 처리 등으로 과지방 부위 제거가 미흡했다"며 품질 관리를 강화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래서 나온 게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입니다. 지난해 농식품부가 육가공협회와 대형마트 등 축산업 관계자들에게 배포한 건데요.

소포장 삼겹살은 1cm 이하, 오겹살은 1.5cm 이하 지방만 남기고 나머지는 제거할 것을 권장하고 있습니다.

가이드라인에서는 정상 삼겹살과 지방 제거가 필요한 삼겹살을 사진 예시로도 보여주고 있습니다.

농식품부의 '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 정상 삼겹살과 지방이 많은 삼겹살을 비교하고 있다. 〈사진=삼겹살 품질관리 매뉴얼 캡처〉

농식품부 "과지방 삼겹살, 현실적으로 규제 어려워"



매뉴얼이 나와 있는데도 왜 같은 문제가 반복되는 걸까요.

강제성이 없기 때문입니다. 매뉴얼은 권고사항일 뿐, 지키지 않아도 처벌하거나 규제할 수는 없습니다.

농식품부는 과지방 삼겹살을 현실적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입장입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논란이 된 사진의 삼겹살은 누가 봐도 팔면 안 되는 상품"이라면서도 "다만 이는 판매자의 도덕적 문제다. 가끔 과일을 구매할 때 품질이 안 좋은 것이 섞여 있는 것과 같다"고 말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삼겹살은 소비자 기호에 따라 지방이 적은 걸 선호하는 사람도 있고 많은 걸 좋아하는 사람도 있다"며 "또 위치마다 지방이 많은 부분이 있을 수 있는데, 그걸 정부가 정량화해 규제하는 기준을 만들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정부로써는 최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지도·점검하는 식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 관계자 역시 "판매한 상품이 삼겹살 부위가 맞다면 지방 함량이 많다고 해도 처벌할 근거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서울 마포구의 한 정육점에서 판매 중인 삼겹살. 〈사진=이지현 기자〉

비계 많은 삼겹살 받았다면…"대부분 교환·환불 가능"



그렇다면 지방이 과도하게 많은 삼겹살을 받게 됐을 때, 소비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우선 제품 사진을 찍어 판매자나 판매 플랫폼에 교환·환불을 요청해볼 수 있습니다.

지난해 '삼겹살 데이' 논란 이후 마트 등 유통업계도 품질 개선과 교환·환불 제도를 손질했는데요.

쓱닷컴은 신선식품을 주문한 고객이 제품 신선도나 품질에 불만족할 경우 무조건 교환 또는 환불해주는 '신선보장제도'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주관적일 수 있는 신선도의 기준을 고객의 판단에 맡긴 겁니다.

쓱닷컴 관계자는 "지방이 많은 것뿐만 아니라 소비자가 품질에 만족하지 못한 경우에도 모두 교환이나 환불을 해드리고 있다"며 "최대한 상품이 출고되기 전 품질 검수도 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커머스 역시 고객 불만족 상황이 있을 때 판매자와 협의해 최대한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도록 조치하고 있습니다.

한 이커머스 업계 관계자는 "받은 제품의 품질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판매자에게 직접 문의하기 보다는 이커머스 자체 고객센터에 불만을 접수하는 게 가장 해결이 빠른 방법"이라며 "고객 불만이 접수되면 판매자와 협의해 가급적 교환과 환불이 가능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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