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의대 증원 발목만 잡는 의협, 정부는 언제까지 끌려갈 건가
정부가 2025학년도부터 적용할 의대 입학정원 증원 규모를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증원안은 거론조차 않고 증원 반대만 외치며 발목을 잡고 있는 형국이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15일 의협에 공문을 보내 ‘의료계가 생각하는 적정한 증원 규모’를 물었으나, 의협은 공식 소통기구인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 중인 걸 별도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다며 의견 제출을 거부했다. 의협은 17일 열린 협의체 회의에서도 증원 규모안을 내지 않았다. 이러니 이달 내로 예상했던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가 함흥차사처럼 미뤄질 거로 보는 눈이 늘고 있다.
의대 증원은 의료 수요 증가는 물론이고 현재 직면하고 있는 필수의료·지역의료 붕괴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 국민여론조사에서 89.3%가 찬성했다. 지난해 11월 정부의 수요조사에선 전국 40개 의대가 2025학년도 증원 규모로 2151~2847명을 요구했다. 증원을 반대할 명분이 없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의협은 ‘비과학적’이라는 이유를 내세워 반대만 하고 있다. 과학적 데이터로 반대 근거나 증원 규모를 내놓지도 않고, 침묵으로 반대 입장을 고집하는 건 발목 잡기나 기득권 지키기로 보일 뿐이다.
정부는 지난해 1월부터 의료현안협의체를 꾸려 이 문제를 두고 격론을 벌였지만 의견 차를 좁히지 못한 채 해를 넘겼다. 의대 증원 방침을 누차 확인하면서도 정부가 구체안을 도출하지 못하고 우왕좌왕한 것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 의료 인력 확충을 천명하면서도 관심 쏠린 증원 규모는 언급하지 않았고, 정부도 세부 방안 발표를 차일피일 미뤄왔다. 집단 휴진 등 실력 행사를 하겠다며 반발하는 의사단체에 끌려가며 눈치보기에 급급한 모양새다. 윤석열 정부가 강력히 추진한다던 의대 정원 확대가 말잔치나 용두사미로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국민 대다수와 여야가 찬성하는 정책을 정부가 추진 못할 이유는 없다. 2025학년도 입시에 의대 증원을 반영하려면 늦어도 4월까지는 규모를 확정해야 한다. 시일이 촉박하다. 총선을 앞두고 정치 논리를 앞세워 논란과 갈등이 벌어질 일을 미루고 피하는 행태를 보여서는 안 된다. 결정을 늦추면 갈등이 더 커질 뿐이다. 정부는 더 이상 의사단체 눈치를 봐서는 안 된다. 하루속히 적정 증원 규모를 도출하고 마무리지어야 한다. 그것이 공공의료·필수의료에 대한 국민 불안을 해소하는 길이다. 의협도 마땅히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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