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 몰린 인구감소… "이러다 마을 사라질까 걱정"
행정리 71% 소멸 고위험군
농어촌 의료환경 악화 심화
지역사회 혁신적 대응 절실
1) 총괄 : 공포스런 충청권 인구 감소
인구절벽 벼랑… 이러다 지자체 사라진다
충청권 15개 인구감소지역
"노령화를 걱정하는 것조차 사치입니다. 어르신(노인)이라도 많으면 좋겠습니다."
소멸 위기에 처한 충남도내 어느 군 지역 공무원의 하소연이다. 청년층이 계속 빠져나가는 것은 물론 어르신조차 숫자가 줄고 있다며 이러다가 군(郡)이 없어지는 게 아니냐고 걱정했다.
◇서천 부여 등 10년 사이 인구 10% 넘게 줄어
우리나라의 인구 감소는 재앙 수준이다. 여성 1명이 가임기간(15~49세)에 낳을 것으로 기대되는 평균 출생아 수(합계출산율)가 지난해 0.72명으로 세계 최하위였다. 2023년 총 출생아 수는 23만5000명으로 베이비붐 세대 100만명 대에 비하면 1/4 수준으로 줄어들었다. 대한민국의 인구 감소가 유럽의 흑사병보다 공포스럽다거나 북한군의 공격보다 더 큰 위협이라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충청권의 인구감소도 심각하다. 행정안전부가 2021년 지정한 '인구감소지역' 89곳 가운데 충청권 15개 시·군이 포함됐다. 충남의 공주 금산 논산 보령 부여 서천 예산 청양 태안 9개 시·군, 충북의 괴산 단양 보은 영동군 옥천 제천 등 6개 시·군이 해당된다. 이외에도 대전 동구와 중구, 대덕구 3곳이 인구가 계속 줄어드는 '관심지역'으로 고시됐다.
실제로 이들 시군의 인구 감소세는 아주 심각한 상황이다.
충남 서천군의 경우 2013년 12월 5만8441명이던 인구가 10년만인 2023년 12월 4만9116으로 15.96%나 줄었다. 이외에도 부여가 15.85%, 공주 12.26%, 논산 12.25%, 금산 10.67% 감소했다. 충북도 영동 12.55%, 단양은 11.13% 줄었다.
충청권 지자체 중에서 최근 몇 년 사이 인구가 증가한 곳은 세종 천안 아산 청주 음성 등에 불과하다. 세종시는 특수하게 행정수도 건설로 인구가 유입된 경우이고, 천안 아산 등은 수도권과 가까운 도시들이다.
충청권 인구감소는 이미 오래전부터 진행돼왔다.
한해 동안 태어난 출생아 수의 경우 대전은 2012년 1만527명에서 2022년 7677명, 충남은 2만448명에서 1만221명, 충북은 1만5137명에서 7452명으로 10년 사이 절반으로 줄었다. 청양군과 단양 보은 괴산 등은 연간 출생아 수가 100명 이하로 떨어졌다.
◇충남지역 행정리 71%가 '소멸 고위험'
소멸 위기에 처한 마을도 급증하고 있다. 충남연구원 윤정미 선임연구원이 2020년 충남지역 행정리(자연마을) 지방소멸지수를 조사한 결과 전체 4,392 행정리 중에서 소멸고위험에 처한 마을이 71.1%인 3,123곳이나 됐다. 5년 전인 2015년 51.2%에 비해 20% 포인트나 급증했다. 수많은 동네가 사라질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인구감소는 교육 의료 교통 문화 경제 등 여러 분야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최근 5년 간 충청권에서 충북 19, 충남 11개교 등 모두 30개 초중고가 문을 닫았다. 충남도의 경우 올해 초등학교 427개교 중 신입생이 10명 미만인 학교가 194개교나 됐다. 이중 96개교는 5명 미만이고 8개교는 1명도 없었다. '지방교육 소멸시대'가 다가온 것이다.
지역 고교 출신들이 주로 입학하는 충청권 대학도 소멸을 걱정하고 있다. 지난 6일 2024학년도 정시모집 원서 마감 결과 일반대 38개교 중 15개교(39.5%)가 3대1 미만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수험생들이 정시 원서를 3개까지 쓸 수 있어 3대1 미만은 사실상 미달이나 마찬가지이다. 지역의 대학들까지 존폐 위기에 직면한 것이다.
농어촌지역 의료환경도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
충남도내 상당수 시·군에는 산부인과나 소아과가 없거나, 있더라도 한두 곳에 불과하다. 소아청소년과 환자 중에서 태안군은 85%, 예산 78%, 청양 71%, 부여 53%가 원정 진료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의식장애와 혈관손상 등 응급환자를 지역에서 담당하지 못하는 곳도 있다. 공주 금산 계룡 당진 부여 서천 청양 태안 등은 응급환자 자체 충족률이 채 20%가 안된다.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환자 대부분이 타지역으로 가서 진료를 받는 것이다.
인구가 줄어들면서 '서민의 발'인 버스업계도 경영난을 겪고 있다. 대부분의 버스회사가 지자체의 보조금으로 연명하고 있고,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지 못하는 일도 빚어졌다. 경영난을 이유로 운행을 중단하거나 운행 회수를 줄이는 사태도 발생하고 있다.
중소도시 최고 상권을 자랑했던 버스터미널도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충북 영동의 시외버스터미널과 음성 무극의 터미널이 문을 닫았고, 아산과 공주 버스터미널은 매표원을 없앴다. 터미널 수입으로 직원의 월급을 주는 게 어렵다는 것이다.
◇의료 대중교통 등 생활환경 갈수록 악화
농어촌은 '인구감소'가 아니라 '인구절벽'의 위기에 처해 있다. 노인 1명이 사망하면 다시는 그 숫자가 채워지지 못한다. 출생이나 전입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학교와 병의원이 사라지고 버스가 줄어들고 있으며, 목욕탕과 예식장, 가게도 문을 닫고 있다. 기본적인 생활편의시설이 하나 둘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인구가 줄면서 편의시설이 줄어들고, 편의시설이 사라져 생활환경이 나빠지자 사람이 떠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농촌의 인구감소가 도시보다 훨씬 심각하다. 청년층이 없어 신생아가 훨씬 적은 데다, 많은 사람들이 계속 수도권과 도시로 계속 빠져나가기 때문이다.
정부가 2005년 저출산·고령사회기본법을 제정하고 천문학적인 예산을 투입했지만 출산율은 계속 떨어지고 인구감소도 더 심해졌다. 특히 지방은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할지 모를 정도로 인구절벽에 내몰렸다.
정부가 뒤늦게나마 지방의 인구감소를 국가적 위기로 인식하고 대응에 나섰다. 인구감소지역 지정, 특별법 제정, 특별지방자치단체 설치 등을 추진하고 있다. 매년 1조원의 지방소멸대응기금을 편성, 89개 인구감소지역을 지원하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지방을 인구소멸의 위기로부터 구해낼 것이라고 믿는 사람은 없다. 인구감소=지방소멸=국가붕괴라는 절박한 인식 아래 국가와 지자체, 지역사회가 전면적 지속적 적극적 혁신적인 대응에 나서야 하는 이유이다.
인터뷰임준홍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박사)
"지역마다 상황 달라, 정확한 진단, 집중적 노력 필요"
"수도권을 제외하고 지방은 인구가 늘어날 곳이 거의 없습니다. 현재 인구가 감소하는 지역과 향후 인구가 감소할 지역이 있을 뿐입니다."
임준홍 충남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주와 서천 금산 등 인구감소지역으로 지정된 9개 도시는 물론 머지않아 수도권과 인접한 천안 아산 당진도 감소세로 돌아설 것"이라며 무엇보다 지역 실정에 맞는 인구정책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그는 지방소멸대응기금 활용과 관련 "지역마다 처한 환경이 다르다"며 "인구 총량과 구조, 감소 속도, 상주인구, 생활인구, 일자리, 직장과 주거의 분리 등 무엇이 문제인지 정확하게 진단하고 그 문제 해결에 집중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은 "지방 중소도시를 떠나려는 사람도 있고, 내려오려는 MZ세대와 은퇴자도 꽤 있다"며 "떠나려는 사람을 잡으려면 그 이유를 찾아 해결하고, 지방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들에게는 그들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을 제공하는 정책을 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다양하고 복잡한 인구정책과 관련 "인구정책의 너무 출산과 육아에 치중돼있고, 어떤 사업은 중앙-지방정부 사이에 경쟁이 발생하고 있다"며 "중앙정부는 지방에서 공히 나타나는 출산이나 육아 등을 모두 책임지고, 지방정부는 도시의 가치와 지역민의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을 맡도록 역할 분담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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