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CIO여, 확대재생산에 투자하라
얼마 전 만난 모 회사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는 "내년도 예산 편성 중인데, CFO(최고재무책임자)로부터 외주인건비 절감 압박을 받고 있다"는 고민을 토로했다. "일 덜하고 시스템 도입도 안 하면 비용 많이 절감되겠네요"라고 농담처럼 대꾸했지만 개운치는 않다.
많은 CIO가 인건비, 특히 외주인건비를 낮춰 운영비를 절감하고자 하는 달콤한 유혹에 빠지곤 한다. 문제는, 유능한 인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상응하는 비용이 따른다는 점이다. IT전문가가 부족한 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서비스를 제공하는 협력사 역시 많은 비용을 지급해야 유능한 인력을 확보할 수 있다. 적정비용을 지불해야만 양질의 IT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CIO 상당수가 자사 인력에는 고연봉에 각종 복지를 제공하면서 협력사 전문인력 서비스에는 비용절감의 칼날을 휘두르는 모순에 빠진다.
기업경영의 본질은 TQC, 즉 '시간(Time)·품질(Quality)·비용(Cost)'으로 요약된다. 시간은 '빨리(Quick)'에서 '시간 안에(In Time)'를 거쳐 '적시에(On Time, On Demand)'로, 품질은 '제품 품질(Product Quality)'에서 '운용 품질(Operation Quality)', '서비스 품질(Service Quality)'을 거쳐 '토털 프로세스 품질(Total Process Quality)'로, 비용은 '싸게(Low)'에서 '비용 절감(Save Cost)', '비용 편익(Benefit Cost)'을 거쳐 '비용 가치(Value Cost)'로 추구하는 바가 확장되고 있다. 결국 '더 나은 가치를, 더 나은 품질로, 적시에 제공하는 것'이 현대 기업경영의 근간이다.
CIO의 역할은 이 같은 기업 경영의 본질을 효과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IT(정보기술)라는 도구를 적절하게 활용하고, 현재와 미래의 기술적 위험에 대비하는 것이다. 보다 구체적으로, CIO는 외부 고객 및 최고경영자를 포함한 내부 고객의 요구에 대해 IT가 제공해야 하는 가치와 역할을 명확히 이해하고, 급변하는 신기술을 비즈니스에 적용하는 전략을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내부 IT 인력을 확보해 학습조직화하는 한편, 부족한 역량은 외부 네트워크를 통해 언제든지 지속적으로 지원받을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
CIO가 이런 본인 역할을 성공적으로 수행하기 위해 반드시 전제돼야 하는 것이 있다. CFO와 동반자 관계를 구축하는 일이다. 상술한 CIO의 역할은 궁극적으로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가치를 제고하는 것이다. CFO의 역할은 불필요한 비용 지출을 막고 더 나은 기업가치를 창출하는 것이다. 둘의 목표가 다르지 않다는 얘기다.
CIO는 CFO에게 서로의 목표가 같은 것임을 이해시키고 설득할 수 있어야 한다. 필요하다면 적극적인 구애까지 마다하지 않아야 한다. CIO가 하고자 하는 일이 회사 경쟁력을 강화하고 미래가치를 담보하는 일이라면, IT투자와 운영비용에 대한 당위성을 왜 CFO에게 제공하지 못하는가. 왜 모든 영혼을 끌어 모아 CFO를 설득하지 못하는가. CIO와 CFO의 목표가 같다면, CIO는 CFO를 든든한 동반자이자 후원자로 만들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는 것이 당연하지 않는가.
과거 CIO 시절, 한 CFO로부터 '삼고초려' 끝에 비용집행을 승인받은 적이 있다. 세 번째 '설득'에서 그는 "내 돈이라면 이렇게 쓰시겠습니까?"라고 질문했다. 나는 "당연하죠. 1억 써서 100억 효과 보는데 왜 안 하겠습니까?"라고 반문했다. 마침내 비용집행은 승인됐고 성과는 예상보다 더 뛰어났다. 이후 그는 나와 마주칠 때마다 "뭐 필요한 것 없습니까?"라고 물었다.
IT를 활용해 비즈니스의 TQC 체계를 혁신하는 CIO, 고객이 기업환경의 급격한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IT 활용 시나리오를 준비하는 CIO, 유능한 파트너와 긴밀한 협력체계를 구축하고 책임·권한·역할을 나눠 조직역량을 최적화하는 CIO가 돼야한다. 당장의 비용절감에 급급한 CIO는 기업이 필요로 하는 CIO가 아니다. 1억의 비용을 절감하는 CIO보다는 1억을 투자해 100억의 가치를 창출하는 CIO가 디지털 전환 시대가 필요로 하는 진정한 CIO라는 것을 명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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