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력, 공포를 짜내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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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본인의 경험을 대입하거나 착각을 통해 정보를 왜곡하곤 한다.
언론 보도라면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더 쉽게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
우려를 짜내고 있는 것이다.
지진이 날 때마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보다 원전 안전성을 걱정하게 만드는 것도 가스라이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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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냐면] 정범진 | 한국원자력학회 회장·경희대 원자력공학과 교수
사람들은 어떤 정보를 접했을 때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본인의 경험을 대입하거나 착각을 통해 정보를 왜곡하곤 한다. 이러한 속성을 잘 활용하는 것이 미디어다. 언론 보도라면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이 짙기 때문에 더 쉽게 사람들의 마음을 조종할 수 있다.
최근 일본 노토반도 지진을 보도한 한 언론은 원전 인근 120개 방사선량 계측기 가운데 15개가 고장 나서 방사선 측정을 못 하는 상황을 보도하면서 후쿠시마 원전 때도 24기 계측기가 고장 났었던 사실을 환기시켰다. 제목은 ‘방사선 측정 불가, 후쿠시마와 비슷한 상황’이라고 달았다. 실제는 어떨까? 우선 원전에서 사고가 나거나 방사성 물질이 유출된 상황이 아니다. 방사선 계측기는 내진 설비가 아니니까 높은 강도의 지진이 발생하면 고장 날 수 있음에도 이 보도는 접하는 사람이 두려움과 위협을 느끼도록 작성했다. 또 어떤 언론은 시카(志賀) 원전 1호기와 2호기의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가 지진에 흔들려서 약 400ℓ의 물이 넘친 사건을 보도하면서 ‘수조 부서지면 대참사’라는 제목을 걸었다. 사실 저장조가 부서져도 대참사는 나지 않는다. 아주 작은 가능성을 보도하고 있다. 우려를 짜내고 있는 것이다.
어떤 라디오에 퇴직 대학교수가 나왔다. “일본 시카 원전 사용후 핵연료 저장조에 금이 갔을 수도 있다. 강진과 지진해일이 온다면 또 핵연료가 용융할 수 있다. 월성 인근에는 활성단층이 있고, 1977년 캐나다의 안전기준에 따라 건설돼 가동 중단해야 한다”며, 본인은 이렇게 미리 걱정하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원전 안전에 대해 너무 안일하다고 했다.
그 발언에는 사실과 주장이 교묘히 섞여 있어 듣는 이를 혼란케 한다. 희박한 가능성에 대해 “~일 수도 있다”는 발언은 얼마나 무책임한가? 월성 인근의 활성단층 논란이 있었지만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다고 평가됐다. 1977년 캐나다 안전기준에 따라 건설된 월성1호기는 이미 영구정지 상태다. 그가 주장하는 대로 괜찮다고 넘어간 적이 없다. 도리어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반면교사’가 돼 우리 원전의 안전성을 크게 높이는 계기가 됐고, 하나의 원전에서 작은 이슈가 발생하더라도 모든 원전을 다시 살펴보며 안전을 더해왔다.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 교수는 원전 대신 훨씬 더 싸고 안전한 재생에너지를 쓰면 된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재생에너지는 원전보다 5배 이상 비싸다. 게다가 장마, 미세먼지 등이 발생하면 태양광이 발전을 못 하고 블랙아웃이 “올 수도” 있다. 최근 정부는 전력망 안정화 대책을 세우느라 부산하다. 재생에너지만 쓴다고 되는 게 아니다.
원전의 안전은 국민이 많이 걱정하는 분야다. 그런데 그런 걱정이 근거 없는 말들로 교묘히 선동하고, 공포심을 짜낸 결과라면 국민의 에너지원 선택에서 오판을 유발하게 한다. 인과관계와 연관관계는 다르다. 가능성이 아니라 과학으로 이야기하길 바란다. 지진이 날 때마다 자기가 사는 아파트보다 원전 안전성을 걱정하게 만드는 것도 가스라이팅이다. 우려를 짜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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