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용이냐 기각이냐… 한미약품 장·차남, OCI 통합 반대 가처분 신청

서울 송파구 한미약품 본사 전경

고(故) 임성기 한미약품 창업주의 장남과 차남인 임종윤·임종훈 한미약품 사장이 17일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에 반대하는 가처분신청을 냈다.

임종윤 사장은 이날 자신의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한미사이언스의 임종윤 및 임종훈은 공동으로 신주발행금지 가처분 신청서를 금일 수원지방법원에 제출했다"고 밝혔다.

임 사장은 한미약품그룹과 OCI그룹의 통합 추진에 대해 법적 대응 의지를 시사해왔다. 앞서 한미약품그룹의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소재·에너지 전문 OCI그룹은 지난 12일 각사 현물출자와 신주발행 취득 등을 통한 그룹간 통합 합의 계약을 체결했다. OCI그룹의 지주회사 OCI홀딩스가 한미사이언스(한미약품그룹 지주회사) 지분 27%를 7703억원에 취득하고, 임주현 사장 등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는 OCI홀딩스 지분 10.4%를 취득하는 내용이다. 계약이 마무리되면 OCI홀딩스는 한미사이언스의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OCI홀딩스가 통합 지주사가 되고 한미사이언스는 제약바이오 자회사를 거느리는 중간 지주사가 된다.

이에 대해 임종윤 사장은 "이번 발표에 대해 한미 측이나 가족으로부터 어떠한 형태의 고지나 정보, 자료도 전달받은 적 없다"며 강한 반대 의사를 드러냈다.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 이뤄진 3자 배정 유상증자는 무효이고, 통합지주사의 각자대표를 이우현 OCI홀딩스 회장과 임주현 사장이 각각 맡는 것도 일부 경영권을 넘기는 것이기 때문에 주주총회 결의사항"이라고 주장해 왔다. 임종윤 사장은 한미사이언스 지분 9.91%를 갖고 있지만 이사회에는 참여하지 않고 있다.

이들은 법률대리인으로 법무법인 지평을 선임했다고 밝혔다. 이번 가처분 신청에 대해 한미약품그룹 측 관계자는 "요건상 문제가 없어 가처분 인용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게 우리 측 법률 검토 사항"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와 관련한 특별한 입장은 없지만, 양 그룹사가 합의한 동반·상생 공동 경영의 취지가 잘 반영되도록 원활한 통합 절차 진행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말했다.현재로선 한미사이언스 주요 주주이자 임 회장의 고향 후배인 신동국 한양정밀화학 회장이 어느 쪽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이번 분쟁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전망된다. 신 회장이 가세하면 임종윤 사장 쪽이 반대편과 비슷한 지분을 갖게 된다. 신 회장은 연초 해외 출장을 떠났으며, 양 그룹 통합에 대해 입장을 아직 밝히지는 않은 상태다.강민성기자 kms@dt.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