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잣거리 이어 고향에도 전법’…무상 법현 평택 보국사 주지
“싯다르타가 샛별을 보고 깨달았다면, 샛별은 싯다르타를 보고 무엇을 느꼈을까.”
그는 고등학생 시절 우연히 포스터를 보고 참석한 평택 명법사 학생 법회에 참석해 ‘석가모니는 샛별을 보고 깨달았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참선하는 방법도, 좌선을 위해 앉는 방법도 몰랐지만 밤샘 참선에 이어진 설법에서였다. 신비했다. 집에 돌아와 일기장에 한 문장을 적었다. 무상 법현 스님(66)과 불교의 인연은 그렇게 시작했다.
법현 스님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중앙대 기계공학과를 졸업했지만 1985년 한국불교태고종 소속 승려로 출가했다. 그와 동시에 동국대 대학원 불교학과에 입학해 석·박사를 마쳤다.
태고종 교무·기획국장, 총무·교무·사회부장, 교류협력실장, 교무부원장 등을 지냈지만 번듯한 절 하나 갖지 않았다. 대신 지난 2005년 서울 역촌시장에 선원을 하나 열었다. 누구나 깨달음을 얻을 수 있고 누구에게나 열린 절이란 취지로 ‘열린선원’이라 이름 지었다.
“바쁜 사람들이 언제 산속에 들어오겠느냐”며 저잣거리에 나가 불법을 전파한 지 13여년이 지나 주지가 됐다. 한국이 아닌 일본 나가노 금강사였다. 일제강점기 마츠시로 대본영 건설에 강제동원됐다가 목숨을 잃은 조선인 300여명을 천도하고자 대웅전에 아미타불을 모신 사찰이다. 그는 이곳에서 희생자를 위한 위령·천도를 하고 있다.
그는 “험한 시절에 험한 일을 겪은 사람을 위한 도량이기에 소중하고 의미가 있는 절”이라며 “매년 8월10일 나가노 마츠시로 조잔에 건립된 조선인 추모비에서 한국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추도 행사가 열리는데, 종교의식을 요청받고 천도축원의식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2019년 11월 평택 보국사 주지로 취임했다. 당시 주지인 혜원 스님은 고령이었기에 그에게 대신 절을 운영해달라고 부탁한 것이다. 출가 후 35년여 만에 그가 학창시절을 보낸 고향인 평택으로 돌아오게 됐으니 기이한 인연이다.
보국사는 처음엔 지역 정치인조차도 모르는 절이었지만, 그가 오고 나서 적잖은 변화를 겪고 있다. 불공을 드리러 찾아오는 이 없던 작은 절은 이제 매달 첫째 주 일요일 오전 정기적으로 법회가 열린다.
보국사가 소장 중인 목조아미타여래좌상과 그 복장물도 지난 2022년 6월 경기도문화재로 지정됐다. 지난해 3월엔 대웅전과 함께 문화재 아미타불상을 모신 아미타전인 ‘무생불전’을 준공했다.
그는 새로 전각을 준공한 만큼 열린선원에서 하던 밤샘 참선 등 명상 프로그램을 보국사에서도 이어갈 예정이다.
그러면서 “우리는 보통 지식과 지혜를 구분하나 지식과 지혜는 서로 다르지 않으며, 무언가를 제대로 알려는 방법론 가운데 하나가 명상”이라며 “지역사회 눈높이에 맞춰 프로그램을 운영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안노연 기자 squidgam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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