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향한 기대 느껴져” 아직 데뷔 전인데 ‘캠프 장학생’ 선발…1R 루키는 왜 필리핀으로 향했을까
[OSEN=이후광 기자] KT 위즈는 왜 아직 데뷔도 하지 않은 신인 투수를 스프링캠프에 앞서 치러지는 미니캠프 장학생으로 선발했을까.
KT 구단에 따르면 신인투수 원상현(20)은 소형준(23), 신범준(22), 육청명(19)과 함께 지난 15일 필리핀 클락으로 출국, 오는 2월 부산 기장에서 열리는 데뷔 첫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고 있다.
원상현과 육청명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각각 KT 1라운드 7순위, 2라운드 17순위 지명을 받았고, 소형준은 2020년, 신범준은 2021년 각각 KT 1차 지명됐다. 원상현은 데뷔도 하기 전에 1차 지명 선배 2명, 동기 1명과 함께 몸을 만드는 기회를 얻게 됐다.
이는 KT가 마련한 ‘KT 위즈 필리핀 케어 프로그램’으로, 구단이 1월 15일부터 2월 10일까지 진행되는 미니캠프 비용을 지원한다. KT 관계자는 “구단 주요 핵심 선수들이 동절기 최적의 환경에서 빠른 회복 및 기술 훈련을 진행하고, 1군에서 조기에 활약하길 기대하는 마음에서 프로그램을 마련하게 됐다. 상위 순번 선수들의 역량에 대한 기대와 함께 최적의 훈련 환경을 지원하면서 팀과 선수 간 윈윈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취지를 설명했다.
미니캠프는 4일턴으로 진행되며, 웨이트 트레이닝, 보강훈련, 기술훈련, 런닝, 치료 등이 주요 프로그램이다. 여기에 체계적인 ITP(단계별 투구 프로그램)를 병행하면서 투수들의 컨디션을 70% 이상 피칭이 가능한 상태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1월은 합동훈련이 금지된 비활동기간이지만 KT의 이번 미니캠프 지원은 KBO 규약에 위배되지 않는다. KBO 규약 144조[훈련] 2항에는 ‘재활선수 및 당해연도에 군복무를 마친 선수를 대상으로 국내 및 외국 재활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 3항에는 ‘입단 예정 신인선수를 대상으로 기량 파악과 적응을 돕기 위해 코치가 지도하는 국내 및 외국훈련을 실시할 수 있다’라고 명시돼 있다.
소형준은 지난해 5월 팔꿈치 인대접합 수술을 받고 장기 재활을 진행 중이며, 신범준 또한 우측 어깨 및 팔꿈치 부상 이력이 있다. 원상현, 육청명은 2024년 신인드래프트에서 KT가 뽑은 신인 선수다.
미니캠프 참가 인원 중 가장 기대를 모아지는 선수는 1라운드로 뽑힌 우완투수 원상현이다.
1라운더가 다 그렇듯 원상현 또한 화려한 아마추어 시절을 보냈다. 부산고 2학년이었던 2022년 9월 13일 서울 목동구장에서 열린 제50회 봉황대기 전국고교야구대회 강릉고와의 결승전에 선발 등판해 8⅓이닝 3피안타 3볼넷 5탈삼진 무실점 105구 역투로 모교의 우승을 이끈 것. 추신수(SSG), 정근우(은퇴) 등 1982년생이 활약했던 2000년 대통령배 우승 이후 22년 만에 전국 제패를 이끈 순간이었다. 최우수선수상, 우수투수상은 당연히 그의 차지였다.
신인드래프트 당시 원상현의 KT 지명 소감 또한 화제가 됐다. 부산 사나이 원상현의 KBO리그 롤모델이 연고지 구단 롯데 자이언츠가 아닌 KT에 있었기 때문이다. 원상현은 “KT에 입단하게 돼 기쁘다. 고교 1학년까지 마무리를 하다가 소형준 선수를 보면서 선발을 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소형준 선수처럼 팀과 리그를 대표하는 선수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고 밝혔다.
KT의 2024시즌 선발 로테이션은 모든 선수들이 건강하다는 가정 아래 일단 4선발까지는 리그 최강 전력이 점쳐진다. 일찌감치 재계약을 마친 윌리엄 쿠에바스-웨스 벤자민 원투펀치와 리그 최고의 토종 에이스 고영표, 2022년 김광현(SSG)을 제치고 승률왕을 차지한 엄상백이 로테이션을 담당할 예정.
문제는 남은 한 자리다. 소형준의 팔꿈치 수술 공백을 메운 배제성이 지난해 12월 국군체육부대(상무)로 입대하며 전력에 빈자리가 생겼다. 지난해 5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은 소형준은 빨라도 전반기 막바지는 돼야 복귀가 가능할 전망. 또 그가 건강하게 돌아온다고 해도 올해는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
KT는 전반기 뉴페이스를 더해 5선발 로테이션을 가동하다가 소형준의 복귀와 함께 마운드 뎁스가 강화되는 시나리오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이강철 감독은 그 ‘뉴페이스’로 원상현을 언급한 바 있다.
원상현은 출국 전 “마무리캠프와 익산 훈련을 통해 보강이 잘 돼 있는 상태이다. 필리핀은 따뜻한 곳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보완을 할 예정이고, 피칭 컨디션을 많이 올려서 1군 캠프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라며 “팀에서 이렇게 케어 프로그램에 참가시켜주신 걸 보고 나에 대한 기대가 어느 정도인지 느껴졌다. 신경써주셔서 감사하다”라고 각오를 다졌다.
KT 구자욱 트레이닝 코치는 “모두 구단에서 1, 2번으로 뽑은 선수들인 만큼 집중적인 케어가 필요하다고 공감했고, 지원해주신 덕분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수 있었다”라며 “어린 선수들이라 확실히 따뜻한 기후와 훈련 환경이 좋은 곳에서 몸을 만들어 오는 게 좋다고 생각했다. 프로그램을 잘 이수하고 향후 캠프에 합류해 좋은 신체 컨디션을 보여주기를 기대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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