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인사이트] 술 마신 상태에서 봉합 수술한 의사…처벌 못하는 이유는?
[앵커]
얼굴에 난 상처를 꿰매야 하는데 의사가 술을 마신 채 치료한다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이런 황당한 일이 서울의 한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일어났지만, 이를 처벌할 근거는 없다고 합니다.
이 내용 취재한 사회부 이예린 기자와 자세한 이야기 나눠보겠습니다.
이 기자, 의사가 '음주 진료'를 했단 건데, 무슨 일이 있었던 겁니까?
[기자]
지난 12일 밤 대학병원 응급실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60대 남성이 얼굴을 다쳐서 응급실을 찾았는데요.
상처를 꿰매는 수술은 잘 끝났지만, 이상한 점이 있었습니다.
수술을 집도한 의사에게서 술 냄새가 났던 겁니다.
이 남성은 병원을 나와 바로 112에 신고했습니다.
병원 관계자 설명 들어보시겠습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처치는 잘 받고 돌아가셨는데, 경찰서 쪽에 얘기를 하신 것 같아요. '처치한 의사가 좀 술을 마신 것 같은 느낌이다'라고 하신 것 같아요."]
[앵커]
112 신고를 했으니까 경찰이 응급실로 출동했겠네요.
이 의사, 정말 술을 마셨던 겁니까?
[기자]
네, 맞습니다.
경찰의 음주 측정 결과, 실제 음주 상태였던 거로 확인됐습니다.
당사자 역시 "저녁 식사 자리에서 맥주 한 잔 마셨다"면서 음주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병원 측은 황당하단 입장입니다.
[병원 관계자/음성변조 : "당연히 음주를 안 하고 진료나 처치를 하고 있는 걸로 저희도 알죠. 음주를 했을 것이다 안 했을 것이다 의심을 한다거나 이렇게 하지는 않죠. 어느 병원이나 그건 당연한 거기 때문에."]
[앵커]
경찰까지 출동했는데, 그럼 이 의사 형사 처벌 대상이 되는 겁니까?
[기자]
아닙니다.
현행 의료법에는 의료진의 '음주 진료'를 처벌한 근거가 없습니다.
'의료인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를 했을 때 1년 이내 자격정지만 가능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음주 적발 사실을 구청에 알리는 것 정도가 현재로선 경찰이 할 수 있는 일입니다.
문제는 이런 일이 처음이 아니라는 겁니다.
[뉴스9/2014년 12월 1일 : "대형병원 응급실에서 의사가 술을 마신 채 수술을 하는 아찔한 일이 일어났습니다."]
2018년에는 대학병원 전공의가 술을 마시고 미숙아에게 인슐린을 과다 처방했고, 2020년에는 만취 상태인 의사가 응급 산모의 수술을 집도한 사실이 적발되기도 했습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5년 동안 음주 의료 행위로 1개월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의사는 9명에 이릅니다.
[앵커]
'음주 진료' 논란이 이번이 처음이 아니란 게 놀랍습니다.
그동안 법을 개정하자는 논의는 없었습니까?
[기자]
처벌규정 마련을 위해 의료법을 고치자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번번이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습니다.
2014년에는 이찬열 당시 민주통합당 의원이 음주 후 의료행위를 할 경우 5년 이하의 징역이나 2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지만, 제대로 된 논의 없이 임기만료로 폐기됐습니다.
2019년에는 더불어민주당 인재근 의원과 서영교 의원이 각각 음주 진료를 금지하는 법안을 발의했지만, 이 역시 폐기됐습니다.
[김윤/서울대 의대 교수 : "반복적으로 일어난다는 이야기는 '술을 조금 먹고 진료하는 거는 괜찮아'라는 문화가 의료계 내에 있는 거잖아요. (법 개정은) 문화를 바꾸기 위해서 필요한 것 같습니다."]
[앵커]
의료진의 '음주 진료'를 규제할 근거가 없다는 게 놀랍습니다.
그럼 이 의사,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겁니까?
[기자]
우선 병원 측은 소속 의료진의 '음주 진료'에 대해 책임을 인정한다면서, 재발 방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또 지난 15일 징계위원회를 열고, 이 의사에 대한 처분을 논의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보건복지부 역시 관할 구청으로부터 음주 적발 사실을 전달받아 이 의사에 대한 자격정지 처분 등을 논의할 것으로 보입니다.
[앵커]
이런 일이 다시는 반복되면 안 되겠습니다.
여기까지 듣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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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예린 기자 (eyerin@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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