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숫자 아닌 지혜입니다”…농업 데이터 의사결정, 통찰과 만나면
농촌 지역은 인력 부족에 따른 외국인 근로자 고용과 빈번해진 전염병과 기상이변으로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큰 어려움에 직면해 있다.
이러한 위기는 경험과 관습에 의존한 관행농업이 더이상 유효하지 않으며 잘못된 대응으로 피해가 더 커질 수 있음을 의미한다.
하나의 예로 한우의 공급과잉 문제를 들 수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 자료에 따르면 2024년은 전년도에 이어 한우 수급조절 매뉴얼상 최고단계인 ‘심각’ 수준이다.
국내 번식우 사양 관리 기술향상으로 최근 5년 한우의 평균 첫 분만월령은 26개월에서 19개월로 단축시켰다.
그럼에도 국내 한우사육두수는 평년수준을 유지하여 한우 생산두수가 급증해 공급과잉으로 이어졌다.
이는 결국 한우 가격 폭락으로 이어지며 축산농가의 피해만 커졌다.
또 다른 사례는 기후변화에 따른 품종 변화이다. 농산업은 기후 변화 대응에 실패하면 농가 소득 감소로 직결되기 때문에 기후변화에 따른 지배적 품종 변화는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대표적으로 국내 감자시장에서 수미 품종의 퇴화이다. 한국 감자의 50% 이상을 차지하던 수미감자는 고온과 집중호우 등에 약해 상품성이 떨어지고 수확량도 줄어들어 남작이나 두백 등 다른 품종으로 전환되고 있다.
그럼에도 지자체는 여전히 수미를 다량 보급하고 있다. 강원도 감자종자 진흥원이 최근 5년 동안 도내 농가에 보급한 품종별 씨감자 비중을 보면 수미 품종이 전체 보급량의 80%를 넘는다.
농촌 인력 중개에서도 비슷한 사례를 확인할 수 있다.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농촌 인력 부족은 농업 기반을 위협하는 심각한 위험 요인이다.
따라서 영농철 인력 상황을 파악해 적시에 인력을 공급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최근 농업 인력 중개 데이터를 보면 전체 인력 수요도 크게 증가했지만 5년 전과 비교해 수확기는 37%에서 28%로 줄어들고, 4~6월의 농번기 인력수요는 38%에서 47%로 늘었다.
이러한 변화를 데이터로 파악해 인력 공급을 계획한다면 부족한 인력 풀을 보다 효과적으로 배분해 영농철 인력 구인 어려움을 겪는 농가의 고충을 조금이나마 덜어줄 수 있을 것이다. 이처럼 변화하는 농업환경에 대비하기 위해 농업에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Data-driven decision-making)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다.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이란 데이터를 사용해 의사결정을 내리는 것을 뜻한다.
데이터 그 자체는 숫자에 불과하지만 유의미한 데이터에 경험이 쌓은 통찰이 더해지면 변화에 대응하는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데이터는 감정을 배제하기 때문에 논리적이고 구체적이다. 따라서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은 주관적인 요소를 제거하고 의사결정자와 조직, 집단 전체를 객관적으로 설득할 수 있다.
의사결정 과정에 조직이 목표하는 비전과 중장기적 전략에 집중할 수 있다.
작년처럼 한우의 생산 기반이 크게 흔들려 대책이 시급할 때 데이터를 토대로 의사결정을 내린다면 잘못된 결정을 내릴까 불안해하지 않고, 보다 자신 있게 대응책을 제시할 수 있게 된다.
물론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이 항상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데이터는 특정 패턴을 보여주거나 구체적인 결과는 보여주지만 데이터 수집 과정에 결함이 있거나 잘못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경우 데이터에 기반한 결정 또한 잘못된 해결책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올바른 의사결정으로 이어질 수 있도록 조직은 모든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데이터를 정확하게 측정하고 상시적으로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
데이터 분석 전문가인 드웨인은 조직에서 데이터가 의미 있게 활용되기 위해서는 단순히 전담 인력을 구성하는 것에 그치지 말고, 전사적으로 데이터 전략 개발에 힘써야 한다고 했다.
빠르게 변화하는 환경에서 향후 우리 농업,농촌의 여러 현안에 데이터에 기반한 대응을 한다면 산적한 여러 문제를 보다 합리적으로 해결이 가능하다고 본다.
[기고=합천율곡농협 강호동 조합장/ 정리=최기성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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