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할 회사 위해 기술 유출해도 ‘집유’… 양형 강화 추진

박기석 2024. 1. 17. 18: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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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연구개발을 하는 A회사에서 B씨는 2014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무선주파수(RF) 프론트엔드의 제품 신뢰성 평가 업무를 담당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해 8월 국가 핵심기술, 전략기술, 방위산업기술의 유출 범죄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하는 등의 수정안을 심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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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은 10~15년 이하 징역형 규정
대법원 양형기준은 최대 4~6년
양형위, 18일 양형기준안 심의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 서울신문DB

반도체 연구개발을 하는 A회사에서 B씨는 2014년 4월부터 2020년 7월까지 무선주파수(RF) 프론트엔드의 제품 신뢰성 평가 업무를 담당했다. RF 프론트엔드는 스마트폰 등에서 특정 송수신 주파수를 증폭시키고 노이즈를 제거하는 핵심 부품이다. 경쟁사로 이직하기로 한 B씨는 회사 기술자료와 데이터를 빼돌리기로 마음먹었다. B씨는 A사의 클라우드 서버에 접속해 파일 15만 2441개를 내려받은 뒤 자신의 하드디스크에 저장했다. 이중 영업비밀이 담긴 파일은 444개에 달했다. 법원은 지난 2022년 6월 B씨에 대해 “피해 회사에 막대한 재산상 손해를 끼칠 위험이 있는 행위”라면서도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고, B씨는 실형을 면했다.

최근 국내 기업의 반도체 등 핵심 기술이 국외 또는 다른 국내 기업으로 유출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회사를 넘어서 국가 경제까지 피해를 줄 수 있는 범죄이지만 법원의 처벌은 ‘솜방망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법률이 정한 형량보다 판사가 형을 정할 때 참조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인 대법원 양형기준이 자체가 낮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이에 대법원 양형위원회는 기술 유출에 대한 양형기준 강화를 추진한다.

17일 서울신문이 대법원 판결문 열람시스템에 공개된 2019~2023년 반도체 관련 기술 유출 판결 11건을 분석한 결과, 유죄로 선고된 피고인은 B씨처럼 대부분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받은 것으로 집계됐다. 징역형의 실형을 받은 피고인은 단 1명이었다. 삼성전자에서 수석 엔지니어로 근무하던 C씨가 경쟁사인 외국 업체에 입사하기 위해 반도체 초미세 공정 관련 국가 핵심기술과 영업비밀 33개 파일을 유출한 혐의로 지난해 7월 징역 1년 6개월을 선고받은 사건이다.

법조계는 기술 유출에 대한 솜방망이 처벌이 이어지는 이유가 실제 관련법에 규정된 처벌과 양형기준 간 괴리가 있기 때문이라고 꼽는다. 부정경쟁방지법과 산업기술보호법은 영업비밀이나 산업기술을 국내로 유출하면 10년 이하의 징역(국외 유출 시 15년 이하)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국가 핵심기술의 국외 유출 시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반면 대법원의 기술 유출 양형기준은 최대 징역 4년(국외 유출은 최대 6년)을 권고해 실제 법정형보다 낮은 편이다.

이에 기술 유출 범죄 유관 부서인 검찰과 경찰, 산업통상자원부, 특허청 등은 양형기준의 상향을 요구하고 있다. 대검찰청은 지난해 4월 대법원 양형위에 의견서를 제출하며 “관련 법률의 법정형이 상향됐고, 실제 처벌 형량이 지나치게 낮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되지만 양형 기준은 2017년 5월 이후 수정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대법원 양형위는 지난해 8월 국가 핵심기술, 전략기술, 방위산업기술의 유출 범죄 양형기준을 새로 설정하는 등의 수정안을 심의했다. 양형위는 오는 18일 회의를 열어 양형기준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박기석·백서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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