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금투세 폐지’ 공식화···민주당 “경제 모르는 대통령” 현실화 난망

신주영 기자 2024. 1. 17. 18: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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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대통령이 17일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국민과 함께하는 민생토론회 - 네번째,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17일 “금융투자소득세(금투세) 폐지를 정부의 정책으로 확정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이르면 이달 중 관련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다. 금투세는 내년부터 시행될 예정인데 폐지하려면 법 개정이 필요하다. 더불어민주당은 “세계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역주행을 한다”며 반대 의사를 분명히 했다. 금투세 폐지는 현실화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은 이날 서울 여의도 한국거래소에서 ‘상생의 금융, 기회의 사다리 확대’를 주제로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이같이 밝혔다. 윤 대통령은 “경제 논리에 맞지 않는 금융 관련 세제도 과감하게 바로잡아 나가고 있다”며 대주주 양도소득세 기준 상향과 금투세 폐지 등을 공언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주현 금융위원장도 “자본시장을 통한 국민자산 형성 지원을 위해 세제 지원을 강화하겠다”며 “2025년 도입 예정인 금융투자세를 폐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윤 대통령은 지난 2일 한국거래소에서 열린 올해 증시 개장식에 참석해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정부는 금투세 폐지를 위한 소득세법 개정안을 이르면 이달 중 국회에 제출하기로 했다.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은 전날 사전 브리핑에서 “금투세 폐지와 관련해서 소득세법을 개정해야 되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며 “다만 이게 총선 결과에 따라서 달라지는 건 아니고 1월말 또는 2월 초에 법안을 국회에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가급적이면 2월에 (국회) 기재위가 열리고, 국회가 열리게 된다면 그때 처리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금투세 폐지는 야당 반대에 가로막힐 가능성이 높다. 이개호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지난 4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불합리한 과세 체제를 바로잡고 글로벌 스탠다드인 금융세제 선진화를 위해서 금투세를 도입하기로 한 것”이라며 “윤 대통령은 주식양도세 완화에 이어서 금투세 폐지까지 이렇게 세계적인 추세와는 반대로 역주행을 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세수 결손이 심각한 상황에서 부족한 세수를 또 근로자들의 소득으로 메꾸려는 그러한 얄팍한 속셈이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야당은 윤 대통령이 금투세 폐지를 꺼낸 시점에 의아해하고 있다. 금투세는 내년 시행 예정으로 폐지 여부는 올해 말까지 논의해도 되는 사안이다. 또한 지난해 정기국회 기간 세법 개정안 논의 당시 정부는 관련 법안을 제출하지도 않았다. 그런데 새해 연초부터 이를 급하게 밀어붙이는 것은 결국 ‘총선용 입법’이란 주장이 야당에서 나온다.

기재위 소속 한 민주당 의원은 이날 기자와의 통화에서 “경제를 모르는 대통령”이라며 “내년도 예산이 얼마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 법만 처리하라는 게 논리적으로 말이 되느냐”고 비판했다. 그는 “그렇게 급하면 작년도 세법 개정안 제출할 때 다 담아서 제출하지 뭐 하고 있다가 (이제 와서) 얘기하느냐”며 “준비가 안 된 거고 즉흥적”이라고 평가했다. 또 “(만약 윤 대통령이 총선을 겨냥한) 의도를 가졌다면 대통령이 선거운동하는 거다. (이는) 선거법 위반 아닌가”라며 “대통령 옆에 이상하게 조언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고 주장했다.

금투세란 투자자가 주식·채권·펀드·파생상품 등 금융투자로 얻은 일정 금액(주식 5000만원·기타 250만원) 이상의 소득에 20~25%의 비율로 과세하는 제도다. 금투세 도입을 전제로 단계적으로 인하해온 증권거래세는 내년에도 계속 인하하기로 했다. 2022년 12월 여야는 2025년부터 금투세를 도입하는 대신 증권거래세를 단계적으로 인하하기로 합의한 바 있다.

정부는 코리아디스카운트(한국 증시 저평가) 해소 등을 내세워 금투세 폐지를 추진하고 있으나 미국 등 한국보다 주식시장 규모가 큰 금융 선진국들은 금융투자소득에 대해 세금을 걷고 있다. 미국, 일본, 영국, 독일은 상장주식 양도차익에 대해 전면적으로 과세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지 않는 자본시장 규제를 과감하게 혁파해야 된다”고 밝혔다.

신주영 기자 j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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