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 지연' 묘책 없나… 대법, 인사 주기 연장 고민

정원일 2024. 1. 17.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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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지연' 문제를 사법부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았지만 조속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2월 19일 시행되는 정기 법관 인사로 인해 2월 이후 기일이 잡힌 재판 일정이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취임 일성으로 재판지연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조희대 대법원장은 인사 주기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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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 인사 때마다 겪는 '고질병'
법조계 "재판 떠넘기기" 불만 커
조희대號 사법개혁 과제로 꼽혀
#1. A변호사는 지난해 7월 의뢰인의 소장을 접수하고 이듬달 피고들에게 소송이 제기된 사실과 소장의 사본이 송달된 사실을 확인했다. 하지만 첫 공판기일은 올해 4월로 잡혀 있었다. 소송을 낸지 무려 7개월 지나서야 공방을 벌일 수 있게 된 것이다.

#2. B변호사는 매달 한 번씩 자신이 맡은 사건의 재판에 참석했다. 그런데 B변호사는 최근 재판부가 기일을 2달 뒤인 3월 이후로 정한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 법원 인사가 2월에 있으니 새 판사가 재판을 맡을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럴 경우 재판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의뢰인 역시 "가뜩이나 느린데 언제까지 더 기다려야 하냐"고 하소연했다.

조희대 대법원장이 '재판지연' 문제를 사법부 최우선 해결과제로 꼽았지만 조속한 해결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현실 재판에서 여전히 수개월씩 일정이 밀리는 사례가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17일 법조계에 따르면 오는 2월 19일 시행되는 정기 법관 인사로 인해 2월 이후 기일이 잡힌 재판 일정이 뒤로 밀릴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사건 당사자들 사이에선 법관 인사를 앞두고 후임 재판부에 사건을 떠넘기고 있다는 비판마저 나온다.

■ "인사철마다 겪는 고질병"

재판 도중 재판부가 바뀌면 공판 갱신 절차를 거치게 된다. 새로 온 법관의 이해를 돕기 위해 사건 자료를 처음부터 다시 검토하는 절차다. 따라서 당사자들이 판결문을 받아보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많이 늘어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변호사들은 매년 법관 인사 때마다 재판이 지연되는 현상에 대해 실무에서 느껴 온 '오래된 고질병'이라고 호소했다.

서초동의 한 변호사는 "의뢰인들은 매달 한차례 재판이 잡히는 것도 답답해하는데 인사로 재판이 밀리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지적했다. 이어 "인사 기간 재판 지연은 고질적인 법조계 오래된 역사"라고 덧붙였다.

신속한 재판을 받을 권리는 헌법을 비롯해 다양한 법률에도 규정돼 있다. 소송촉진 등에 관한 특례법 제21조에 따르면 형사사건 선고는 1심에서 공소가 제기된 날부터 6개월 이내, 항소심 및 상고심은 기록을 송부받은 날부터 4개월 이내에 진행돼야 한다.

민사소송의 경우에도 민사소송법 199조에 따라 소가 제기된 날부터 5개월 이내에 판결이 이뤄져야 한다. 다만 이는 사실상 훈시규정으로 일선에서는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는 실정이다. 소송 당사자들 사이에서 불만이 터져 나오는 이유다.

형사사건을 주로 담당해 온 한 변호사는 "법관 인사로 재판이 늘어지면서 사건 당사자들이 불안감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다"며 "대리인인 저희에게 불만을 제기하는 경우도 있어서 곤란할 때도 있다"고 토로했다.

■ '인사 주기 연장' 고심하는 대법원

취임 일성으로 재판지연을 해소하겠다고 밝힌 조희대 대법원장은 인사 주기 변경하는 방안을 추진중이다. 재판장 2년, 배석 판사 1년인 교체 주기를 각각 3년과 2년으로 1년씩 늘려 이 같은 현상을 막겠다는 것이다.

대법원 관계자는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를 개정하는 방식으로 교체주기를 늘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개정안은 빠르면 이달 늦어도 내달 법관 인사 전에는 윤곽이 드러날 것으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다만 "당장 이번 인사에 적용될지는 나와봐야 알 것"이라고 부연했다.

천대엽 신임 법원행정처장도 지난 15일 취임식에서 현행 인사제도에 칼을 대겠다고 밝힌 바 있다. 그는 "연속성 있는 재판을 위해 한 법원에서는 가급적 한 재판부에 안정적으로 근무할 수 있는 인사 및 사무분담 원칙이 정립돼야 한다"며 "불필요한 전보 등 인사를 최소화하는 방안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one1@fnnews.com 정원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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