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표 '시스템 공천'…"잘 만들었다" vs "시스템적 학살 가능"

박소연 기자 2024. 1. 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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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3선 이상 중진·하위 30%, 각각 15%·20% 감점…공정한 평가·전략공천 지역 결정이 관건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마포구 케이터틀에서 열린 2024 국민의힘 서울시당 신년인사회에서 인사말을 하다 주먹을 불끈 쥐고 있다. 2024.01.17. /사진=뉴시스

국민의힘 공천관리위원회가 22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최초로 '시스템 공천제도'를 도입한다고 밝힌 데 대해 당내에선 대체로 긍정적인 반응이 나온다. 과거의 주먹구구식 '밀실 공천'을 지양하고 세부적인 기준을 마련, 예측 가능성을 높였단 점에서 공천 결과에 따른 내홍도 줄일 수 있을 거란 분석이다.

그러나 '낙하선 공천'에 대한 우려가 아예 사라진 건 아니다. 전략공천 지역은 발표되지 않은 데다, 현역 의원 하위 30%나 중진 의원들에 대한 페널티 적용이 자칫 전략공천의 통로로 활용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17일 여권에 따르면 당내에선 전날 공관위가 발표한 공천 룰에 대해 대체로 긍정 평가하는 분위기가 우세하다. 보수 정당에서 역대 처음으로 시스템 공천을 시도했단 점에서다. 이는 여의도에 빚이 없는 데다, 법조인 출신으로 어떤 결정에 명확한 기준을 밝히고 '근거'를 남기려는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스타일에서 비롯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한 위원장은 이날 서울시당 신년인사회 후 "제가 와서 놀란 건, 우리 보수당이 어제 저희가 발표한 것 같은 시스템공천을 발표한 적이 역대 한 번도 없었다. 매번 공관위에서 갑론을박하는 방식이었다고 한다"며 "제 방침은 시스템 공천 룰을 첫날 만들고 들어가잔 것이었다"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4선 이상 중진들과 오찬 후엔 "시스템 공천에 대해, 굉장히 잘 하는 것이란 반응이 대부분 있었다"고 전했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7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콘래드서울 호텔의 한 식당에서 4·5선 중진 의원 오찬 간담회를 하고 있다. (공동취재) 2024.01.17. /사진=뉴시스

그간 줄곧 민주적 상향식 공천을 주장하며 부당한 공천엔 무소속 출마도 고려한다고 밝혀온 6선 김무성 전 새누리당 (국민의힘 전신) 대표는 이날 MBC라디오에서 "상당히 잘 만든 것 같다. 다소 안심이 된다"고 평가했다.

5선의 정우택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비교적 빠른 시기에 원칙과 기준을 정한 당의 시스템공천 도입을 높이 평가하며 존중한다"고 했다.

한 국민의힘 초선 의원은 머니투데이 더300(the300)과의 통화에서 "3선 이상 분들은 조금 불만이 있을 수가 있는데, 예전처럼 그냥 물갈이하는 것보다 이렇게 되면 본인의 지역 기반에 따라 살아남을 여지가 있는 것"이라고 했다.

원외 도전자들도 만족하는 분위기다. 한 경기권 원외 예비후보자는 "주변 분위기가 다들 이번엔 룰이 꼼꼼하게 세워졌단 분위기"라며 "항상 밀실 공천이라고 비판받지 않았나. 내가 날라가도 왜인지 모르니 반발하고 멱살잡고 그랬는데 이젠 할 말이 없어지게 됐다"고 밝혔다.

공관위는 현역의원 공천 원천 배제는 권역별 하위 10%로 비교적 낮게 적용했다. 이를 두고 영남권 중진 물갈이 등 '혁신' 의지가 낮은 게 아니냐는 비판도 일각에서 나온다.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의 한 중식당에서 열리는 3선 의원 오찬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2024.01.15. /사진=뉴시스

다만 권역별 하위 10% 초과에서 30% 이하 대상자 18명은 경선득표율에 20% 감점을 적용받기 때문에 사실상 공천 배제로 봐야 한단 분석이 나온다. 동일 지역구 3선 이상 중진은 여기에다 15% 감점이 추가 적용되므로 생존을 장담하긴 어렵다는 평가다. 현역 의원 평가에서 당무감사 결과, 기여도, 면접 등 주관적 요소가 상존하기 때문에 이 부분이 낙하산 공천에 활용될 여지도 있단 분석이다.

한 국민의힘 관계자는 "3선 이상 15% 감점은 결정적일 수 있다. 과거엔 주먹구구식으로 날렸다면 이번엔 15% 감점 조정지수를 도입해 시스템적으로 학살하는 수단이 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 "하위 30% 현역도 사실상 물갈이 대상이라고 봐야 하기 때문에 이걸 공정하고 객관적으로 정하면 성공한 공천이 될 것인데, 이걸 용산발 낙하산 후보를 이기게 하기 위해 현역들 날리는 수단으로 활용하는지 눈여겨 봐야 한다"고 말했다.

한 3선 의원실 관계자는 "중진은 마이너스 15%가 되기 때문에 상대가 정치신인이라 생각하면 양자대결에서 최소 55%는 받아야 한다. 쉽지 않다"며 "도덕성, 당 기여도, 당무감사, 면접 전부 정성평가이기 때문에 깎으려면 얼마든지 깎을 수 있다"고 했다. 다만 "여러 문턱이 많지만 의원 각자 입장에선 살아남을 수 있단 기대를 심어주는 희망고문적 측면도 있다고 본다. 3월까지 의원들이 유출되지 않게 묶어두는 효과도 있을 것 같다"고 했다.

박소연 기자 soyunp@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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