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베이퍄오와 대만, 시진핑의 주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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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리우루어잉이 감독을 맡아 개봉한 중국 영화다.
베이퍄오는 중국뿐 아니라 대만에도 있다.
대만 총통 선거가 지난 13일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 중국과 대만 민진당 간에 '대만 민심'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8년간 집권했지만 젊은 대만인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 민진당도, 중국과의 양안관계에 집착하는 국민당도 아닌 높은 집값과 당면한 청년 실업률이 더 심각하다는 대만 젊은이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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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만 청년 유권자 절반 제3의 선택
시진핑 주석 "민심 얻어야 한다" 강조
높은 집값과 실업율이 더 중요한 젊은이들 인식
대만 베이퍄오의 민심에 주목해야
'민의' 놓고 중국과 대만 민진당 간 거친 설전
민진당 당선 불구, 지지율 하락세 뚜렷
민생 주목한 민중당 커원저 후보 26.4%
민생이슈 선택한 대만 베이퍄오
'먼 훗날 우리(后来的我们)'
2018년 리우루어잉이 감독을 맡아 개봉한 중국 영화다.
린젠칭과 팡 샤오샤오는 2007년 설명절 춘졔를 앞두고 베이징에서 고향 헤이룽장성 야오장으로 가는 귀성기차 안에서 처음 만난다.
이들은 베이징에서 자연스레 연인이 되지만, 가난하고 암울한 현실의 장벽 앞에 결국 가슴 아픈 이별을 맞는다. 10년이 흐른 뒤 이번엔 비행기 안에서 우연히 다시 만나 애틋하고 가슴아팠던 지난 추억을 나눈다.
꿈을 찾아 베이징으로 상경했지만 베이징 호구가 없어 교육, 의료 등에서 실질적인 혜택을 누리지 못한 채 가난과 구직 난으로 고통받는 중국의 젊은이들을 일컫는 말, 베이퍄오(北漂)
영화 '먼 훗날 우리'는 아련하고 서정적인 사랑 이야기면서도 일자리와 생계로 암울한 중국 베이퍄오의 현실을 제대로 묘사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베이퍄오는 중국뿐 아니라 대만에도 있다. 대만에서도 베이퍄오는 낮은 급여와 높은 임대료에 고통받으며 더 나은 일자리를 찾아 전전하는 대만의 청년을 일컫는다.
대만 총통 선거가 지난 13일 민진당의 라이칭더 후보의 승리로 끝난 뒤 중국과 대만 민진당 간에 '대만 민심'을 놓고 설전이 벌어지고 있다.
민진당 라이칭더 후보가 총통에 당선됐지만 지지율만 놓고 보면 민진당의 하락세가 뚜렷했다.
1위 라이칭더 40.05%, 2위 국민당 허우유이 33.49%, 3위 대만민중당 커원저 후보 26.4%.
당선은 됐지만 2016년과 2020년 지난 2번의 총통선거에서 당시 민진당 후보였던 차이잉원 현 총통이 획득한 지지율 56.12%, 57.13%에 비하면 라이칭더 후보의 득표율은 눈의 띄게 낮아졌다.
여기에다 같은 날 치러진 입법위원 선거에서는 민진당이 의회 과반의석 확보에 실패하면서 여소야대 정국이 만들어졌다.
이를 근거로 중국의 대만 담당기구인 국무원 대만사무판공실 천빈화 대변인은 대만 총통선거 직후 "민진당이 대만내 주류 민의를 대표하지 못함을 보여줬다"고 주장했다.
다음날 한술 더 떠 왕이 중국 공산당 중앙 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대만은 국가였던 적이 없고, 독립을 시도한다면 처벌받게 될 것"이라며 "대만독립은 죽음의 길"이고 "대만은 반드시 조국의 품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했다.
대만 민진당 정부는 중국을 향해 "선거 결과와 민의를 직시하라"고 반박했다.
이번엔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의 기고문을 올렸다. 대만선거가 치르진 지 3일 만에 중국 공산당 이론지 추스에 게재한 기고문에서 시진핑 주석은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밝혀 주목을 끌었다.
시 주석은 "'대만 독립 분리주의' 행위를 반대하고 조국의 완전한 통일을 추진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도 "홍콩, 마카오, 대만 및 해외 통일전선의 역량을 충분히 발휘해 인민의 민심을 얻어야 한다"고 밝혔다.
시 주석의 주문은 대만내 친중 세력과의 연대를 강화해 친중여론을 확산시켜가야 한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렇지만 중국과 대만정부 간의 거친 설전에서 놓치고 있는 대목이 있다. 베이퍄오이다.
대만 '베이퍄오'들의 선택으로 대만민중당의 커원저 후보가 26.4%를 득표하며 캐스팅보트를 쥔 제3당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는 점이다.
커원저후보가 타이베이 시장으로 있던 2019년 창당한 민중당은 이번 총통선거에서 친중 대 친미, 전쟁 대 평화, 민족과 이념 같은 거대 담론보다 일자리와 임금, 주거 문제 등 민생이슈에 더 천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총통선거에서 20~39살 대만 유권자가운데 48.83%가 민중당 커원저에게 투표했다.
대만 베이퍄오들이 친중도 친미도 아닌 민생문제를 내건 커원저를 선택한 것이다.
8년간 집권했지만 젊은 대만인들의 삶을 개선하지 못한 민진당도, 중국과의 양안관계에 집착하는 국민당도 아닌 높은 집값과 당면한 청년 실업률이 더 심각하다는 대만 젊은이들의 인식이 반영된 결과다.
중국 공산당과 시진핑 주석은 친미도 친중도, 민진당도 국민당도 아닌 오직 일자리와 거주할 집을 구하는 문제 외엔 한눈팔 겨를조차 없는 대만의 청년층들, 대만의 베이퍄오 민심에 더 귀를 기울이는 게 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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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성기명 논설위원 kmsung@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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