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사충실의무 강화는 추상적…기회유용 방지 추진"

백지현 2024. 1. 17.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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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금융위·법무, 민생토론회 사후브리핑
"이사충실의무 강화, 취지 공감하나 추상적"
"기회유용 사전승인 의무화.. 전자주총 추진 "

정부가 이사의 책임을 강화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사의 기회유용 방지조항'을 구체화하기로 했다.

현재는 회사 직무를 수행하던 중 알게된 사업기회나 정보를 이용할 때 이사회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 문제는 승인을 사전에 받아야 하는지, 사후에 받아야 하는지 등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아 실무에서 이 조항을 활용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이번 상법 개정을 통해 사전 승인이 의무화될 전망이다. 

다만 야당이 발의한 '이사회는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충실해야 한다'는 이른바 '이사충실의무' 강화 방안은 정부가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는 입법 취지엔 공감하나, 실제 시장에 미치는 효능이 낮다고 평가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오른쪽에서 두번째)이 17일 오후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민생토론회 주요내용 관련 사후브리핑을 하고 있다./사진=금융위원회

법무부 "기회유용 사전승인 의무화 추진"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은 1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진행한 브리핑에서 이사의 책임강화를 위한 상법 개정 방향에 대해 설명했다. 

이번 브리핑은 이날 오전 한국거래소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열린 민생토론회에서 나온 방향을 구체적으로 설명하기 위해 마련한 자리다. 김주현 금융위원장과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 정정훈 기획재정부 세제실장, 구상엽 법무부 법무실장이 참석했다. 

구 법무실장은 "이미 상법에 회사의 손해에 대한 이사 책임 규정이 있고, 자기거래, 기회유용 (금지 조항)이 있다"며 "기회유용의 경우 이사회의 사전승인을 받아야 하는지 등 규정이 명확하지 않아서 논란에 휩싸여 있다. 이 부분이 명확해지도록 사전 승인을 받게 할 것"이라고 밝혔다. 

현행 상법에 따르면 이사회의 3분의 2 이상 승인없이 회사의 이익이 될 수 있는 사업기회를 자기 또는 제3자의 이익을 위해 이용해선 안된다. 만일 회사가 사업기회를 잃어 손해가 발생할 경우, 이사들이 대신 배상을 해야한다. 문제는 절차가 모호하다는 점이다. 승인을 사전에 받아야 하는지, 사후에 받아도 되는지 등을 정해두고 있지 않다.  

충실의무 조항 개선엔 '갸우뚱'

정부는 다만 야당에서 발의한 '이사의 충실의무 조항' 개정에 대해선 부정적인 뜻을 비쳤다. 구 법무실장은 "소수의 예시지만 영국에서 '이사가 전체로서의 주주이익을 추구한다'고 되어 있고, 국내에 발의된 건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추구한다는 내용"이라며 "주주 보호의 취지에는 공감을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런 규정이 생기더라도 추상적이고 선언적인 규정에 그친다"며 "보다 피부와 와닿게 실용적인 장치를 마련하는게 더 중요한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구 법무실장이 언급한 상법 개정안은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발의한 것으로 '이사는 법령과 정관의 규정에 따라 회사 뿐 아니라 주주의 비례적 이익을 위해 그 직무를 충실하게 수행해야 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구 법무실장은 또 전자주주총회 도입과 관련, "2023년도 주총 가운데 30분 이내 끝난게 67%, 주주의 10% 미만 참석한게 75%가 넘는다"며 "주총을 통해 주주제안 안건이 한 건도 없는 회사도 97%가 넘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소액주주가 실질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인 주총을 실질화하는 것이 이사회 충실의무보다 훨씬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구 법무실장은 "대기업은 여론이나 국제동향을 신경쓰고 있어서 이런 것들이 실시간 송출된다는건 굉장히 큰 부담"이라며 "지분이 아무리 적더라도 유의미한 소액주주의 발언은 굉장히 큰 영향을 미친다"고 덧붙였다.

전자주총 도입은 정관 변경이 필요한 만큼, 회사의 참여를 유도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느냐는 질문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방안은 상법 시행령에서 담겠지만, 근본적으로 그런 질문이나 발언권을 박탈할 수 없다"며 "이 규정을 위반했을 때 소액주주가 법적 조치에 들어갈 수 있고. 자칫하면 주총 효력 자체가 날라갈 수 있다는 것"이라고 답했다.

이어 "소액주주의 발언권 또는 회사 경영에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는 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며 "선언적인 이사의 충실의무보다 실효적으로 작용하지 않을까 기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김주현 "ISA 과감한 세제 개혁, 당부받아"

김주현 금융위원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 "국민들이 자본시장을 통해 자산형성을 할 수 있도록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오늘 민생토론회에서 일반투자자가 참석해 국내 증시의 세금 부담이 크다는 점을 말했다"며 "이와 관련해 기재부와 협업을 통해 2025년 도입예정이었던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고 증권거래세를 2025년까지 0.15%까지 인하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 위원장은 또 "법무부와 협업해 전자주총 도입, 이사책임 강화 등 소액주주를 보호하는 한편 기업과 주주가치를 제고할 수 있는 기업밸류업 프로그램을 도입할 것"이라며 "공매도 전산 시스템 구축, 개인과 기관 투자자간 기울어진 운동장 해소 등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자사주와 전환사채(CB) 등에 관한 제도 개선을 통해 공정한 자본시장 질서를 확립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계좌에 대해서는 예고한 것보다 세제 혜택을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민생토론회를 통해 ISA 납입한도를 연 2000만원, 총 1억원에서 연 4000만원, 총 2억원으로 2배 늘리기로 했다. 

김 위원장은 "대통령께서 ISA에 대해서는 발표한 것보다 과감한 조치를 당부했다"고 강조했다. 

한편, 김주현 위원장은 이날 가상자산 ETF와 관련한 제도 손질 계획을 묻는 질문에 대해 "가상자산 ETF와 관련해 보도자료를 여러 차례 냈다"며 "저희 입장이 명확하게 나와있다"고 짧게 답했다. 

백지현 (jihyun100@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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