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휴대폰 번호가 010으로 시작하는 이유 [별별테크]

테크플러스 최현정 기자 2024. 1. 17.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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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아시아경제

현재 휴대폰 전화번호는 모두 ‘010’으로 시작합니다. 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지금과는 전혀 달랐어요. 그때는 010 외에도 011, 016, 017 등 다양한 번호가 휴대폰 번호 앞자리에 왔는데요.

여러 숫자가 하나로 통합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리고 많고 많은 숫자 중에서 왜 010이었던 걸까요. 오늘은 휴대전화 번호 앞자리를 꿰찬 ‘010’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과거 통신사 이미지, ‘숫자’ 하나로 정해졌다

이통사마다 달랐던 다양한 전화번호 앞자리 / 출처: 시사오늘

과거에 휴대폰 앞자리 번호가 다양했던 이유는 통신사별로 번호가 달랐기 때문이죠. 2G 휴대폰을 사용하던 시절 전화번호는 011~019까지 다양했어요. 현재 대표적인 이통 3사의 경우 SKT는 011, KT는 016, LG U+는 019를 사용했죠.

하지만 많은 통신사가 휴대폰 번호 앞자리를 브랜드처럼 만들기 시작했는데요. ‘프리미엄 전화번호’ 이미지를 구축하기 위해 모든 통신사가 휴대폰 전화번호 앞자리에만 온 신경을 쏟았죠. 가장 먼저 젊음과 신뢰 키워드로 011 번호를 홍보한 SKT가 브랜드 이미지 구축에 성공하는데요. SKT는 특히 2G 이동통신망 서비스에서 대표적인 황금 주파수로 불렸던 800MHz를 통신사 전략으로 내세웁니다.

대표적인 2G폰이었던 삼성의 애니콜 / 출처: 삼성

800MHz 대역폭 주파수란 초당 8억 번을 진동하는 주파수를 의미하는데요. 다른 주파수보다 장애물을 더 잘 통과하는 특성이 있어 당시 이용자들 사이에서는 황금 주파수로 불렸습니다. 이로 인해 전파 거리가 상대적으로 길어지고, 통신에 적합한 편이었다고 해요.

그러나 소비자들은 서비스나 품질보다 점차 전화번호 이미지로 통신사를 선택하기 시작했습니다. 통신사도 기술보다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면서, 홍보에만 열을 올렸죠.

3G 시대로 접어들며…01X 시대 저물다

출처: 스마트 PC사랑

3G 서비스가 막 보급되기 전까지도 전화번호를 둘러싼 통신사간 경쟁은 계속됐습니다. 결국, 2003년 정부가 해결사로 나서 통신사마다 각기 다른 휴대폰 전화번호 앞자리를 010으로 통합하는 정책을 내놓습니다. 많고 많은 숫자 중 ‘010’이었던 이유는 통신사마다 010을 제외한 모든 01X 번호를 휴대폰 앞자리로 사용하고 있었기 때문이에요.

통신사들은 정부의 정책에 따를 수밖에 없었어요. 현재 우리가 사용 중인 모든 전화번호는 한정된 국가의 자원이기 때문입니다. SKT, KT, LG U+같은 통신사들은 국가의 자원을 빌려 사용하고 있는 셈이죠. 정부는 전화번호 앞자리가 여러 종류일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어요. 010 하나로 만들 수 있는 전화번호만 해도 1억 개에 달하죠. 정부는 이 정도로도 충분한데 다른 번호까지 남겨두는 건 자원 낭비로 여겼어요.

2G에서 3G 서비스로 전환되는 시기, 다양한 혜택도 제공하고자 했다. / 출처: 한국사진방송

2003년부터는 본격적으로 3G 이동통신망 서비스가 시작됐는데요. 2003년 발표 후 2004년 1월부터 정부는 2G에서 3G로 전환하는 사용자와 2G나 3G를 신규로 개통하는 사용자들을 대상으로 앞자리 변경을 먼저 권고하기 시작합니다. 01X 번호 가입자들은 3G로 전환하려면 010 통합 번호로 변경해야 했습니다.

그렇다고 바로 모든 사용자의 휴대폰 번호 앞자리가 010으로 변경되지는 않았어요. 정부는 여유 기간을 두고 몇 년에 걸쳐 통합합니다. 특히 방송통신위원회는 01X 전화번호를 정해진 기간 동안 사용하는 한시적 번호 이동제를 2011년부터 2013년 12월 31일까지 시행하기도 했어요. 그동안 01X 전화번호 사용자들은 꼭 010으로 3G 서비스를 이용하지 않아도 됐죠.

따라서 3G 서비스가 실제 대중화된 2010년 초기에는 01X 전화번호로 3G나 LTE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사람이 많았어요. 그러나 2013년 이후 해당 서비스는 종료됐고요. 01X 한시적 번호 이동제를 이용하던 사용자들은 01X 번호를 010으로 수동 변경해야 했어요. 그해까지 직접 변경하지 않으면 자동 010으로 전환됐죠.

유심칩 / 출처: 네이버 지식백과

시간이 지날수록 더 많은 2G 사용자가 3G로 넘어가기 시작했고요. 01X보다 010을 전화번호 앞자리 수로 사용하는 사람들도 많아지게 됩니다. 2G 사용자들만이 01X 전화번호 앞자리를 유지했죠. 3G 서비스에서 무엇보다 가장 큰 변화는 유심칩이었어요. 유심칩 등장 이후 데이터 연결 속도는 더욱 빨라졌어요. 간단한 음성통화와 메시지 외에도 MMS, 영상통화, 인터넷 서핑 등 현재 스마트폰으로 즐길 수 있는 다양한 작업들이 가능해졌죠.

2011년 쯤에는 3G 기술을 넘어 4G 기술도 상용화되기 시작했습니다. 초기 시큰둥한 반응을 보였던 통신사들도 국가의 정책을 반기기 시작했죠. 점차 노후화되는 2G 기술을 유지하기 힘들어졌기 때문입니다. 2G는 디지털 방식 이동통신 시스템인 코드분할 다중접속(CDMA) 통신 방식 기술을 사용했는데요. CDMA는 1996년 이후 오랜 시간 사용된 통신 방식인 만큼 기술적으로 뒤처졌고요. 무엇보다 이를 유지하기 위한 추가 비용도 피할 수 없었어요.

2G 지원 종료…‘010 싫어요’도 어쩔 수 없었다

출처: 네이트뉴스

점차 4G와 5G까지 상용화되면서 2G를 사용하는 소비자도 나날이 줄었습니다. 추가 유지 비용을 들여가며 각 통신사가 2G 통신망 서비스를 제공할 이유도 함께 줄어들었죠.

이에 따라 많은 이동통신사가 2G 서비스 사업을 접기 시작합니다. 가장 먼저 2012년 3월에는 KT가, SKT와 LG U+는 각각 2020년과 2021년 2G 사업을 종료했습니다.

하지만 사업 종료 전까지도 010으로 전화번호를 변경하지 않은 이용자들이 꽤 있었고, 010을 통합하는 과정은 생각보다 순탄치 않았습니다. 010 통합제를 발표한 지 2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반대하고 변경하지 않는 사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죠. 2021년 막바지에는 ‘010 통합 반대운동본부’까지 만들어져 2021년까지도 관련 시위가 계속되기도 했습니다.

추억의 2G폰을 꺼내든 한소희 / 출처: 한경 매거진

하지만 LG U+마저 2G 서비스를 종료하며 2G 이동통신망 사업은 완전히 막을 내렸고요. 010 자동연결 서비스도 2022년 1월 1일부로 종료되면서 01X 전화번호를 사용하는 사용자 기기의 경우 전화, 문자 등 여러 서비스에 제한이 생겼죠.

010으로 한 데 통합하는 과정은 복잡했지만, 곳곳에 흩어져 있던 전화번호로 인한 혼란을 줄였다는 점에서 꼭 필요한 변화였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각에서는 010 전화번호 고갈을 우려하기도 하는데요. 적어도 당분간은 불필요한 걱정일 것 같아요. 정부도 2044년 이전에는 010 전화번호가 고갈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하기도 했어요.

테크플러스 최현정 기자 (tech-plu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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