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만에 2% '뚝' 실화냐"…겹악재로 힘 못쓰는 韓증시, 바닥 어디?
2024년 연초 새해 랠리, 1월 효과를 기대하던 투자자들의 마음에 멍울이 졌다. 17일 코스피 지수와 코스닥 지수가 하루 만에 2% 넘게 하락하며 지난해 11월 수준으로 되돌아갔다. 산타랠리 상승분을 모두 반납한 것이다. 지난해 11월 이후 공매도 전면 금지, 양도세 완화 등 정부가 내놓은 선물도 대외 변수 앞에서 무용지물이었다.
17일 코스피 지수는 하루만에 61.69포인트(2.47%) 떨어진 2435.90을 기록했다. 코스닥 지수도 21.79포인트(2.55%) 급락해 833.05에 마감했다. 외국인이 코스피, 코스닥 현물 시장에서 1조원 넘게 순매도한데다 코스피200 지수선물시장에서도 1만2400여 계약을 팔면서 지수 낙폭을 키웠다.
이날은 외국인 매도세가 두드러지지만 1월 전체로 보면 기관 수급 공백 영향이 크다. 기관은 이달에만 코스피, 코스닥 양대 시장에서 약 7조원 어치 팔았다. 지난해 11~12월 매수금액과 비슷하다. 연말 배당을 노린 기관 물량이 유입됐다가 연초부터 빠지면서 수급 공백이 심화한 가운데 대외 변수가 커지면서 외국인이 매도공세를 펼치자 지수가 속절없이 무너졌다.
주요 증권사 리서치센터장을 비롯해 시장 전문가들은 올해 들어 급락하는 배경으로 너무 컸던 금리 인하 기대감을 가장 먼저 꼽았다. 이와 더불어 수급 불안정·중국 변수 등으로 나타난 원화 약세, 국내 기업들의 실적 부진,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등이 맞물렸다고 분석했다. 악재는 많은데, 호재는 눈에 띄지 않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당분간 증시 변동성이 커질 것으로 봤다.
이에 CME(Fed Watch) 기준 3월 금리 인하 확률은 76.9%에서 63.3%로 레벨다운됐고 동결 확률은 19.0%에서 35.1%로 급등했다. 중동 지역을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가 심화하는 것도 달러화 강세를 부추긴다.
중국발 변수는 원화 약세 요인으로 작용했다. 중국12월 소매판매(전년대비 +7.4%, 예상 8.0%), 부동산 개발투자(전년대비 -9.6%, 예상치 -9.5%) 등 주요 경제지표가 부진하게 나타나면서 경기 우려가 커졌고, 중국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기업 투자심리에도 악영향을 끼쳤다. 1월 코스피 지수 낙폭이 아시아 주요 지수 중 홍콩H지수와 비슷한 흐름을 보이는 것도 중국 의존도가 큰 탓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북한발 지정학적 리스크까지 고조됐다. 김상훈 KB증권 리서치본부장은 "한국이 중화권 경제 영향을 많이 받다보니 중국 경기 우려가 커지면서 부진한 홍콩 증시와 함께 묶이는 것 같다"며 "또 북한발 리스크가 부각되면서 외국인 투자자들 중 기계적으로 원화 자산 비중을 줄이려는 움직임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 금리 인하 기대감이 실망으로 바뀌는 과정에서 국내 대형기업들이 잇따라 악화된 실적을 내놓는 것도 국내 증시 낙폭을 키운다. 특히 기업 실적 문제는 증시 신뢰도와도 연관이 돼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9일 삼성전자가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한 것이 대표적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4분기 영업이익 2조8000억원을 기록, 시장 예상치를 21% 하회했다. 이는 반도체 업황 개선 속도가 지연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았다. 삼성그룹 일가가 상속세 납부를 위해 주식 2조원여 어치를 매도한 것도 투심에 악영향을 끼쳤다.
이경민 대신증권 투자전략부장은 "국내 증시의 경우 시총 상위종목 비중이 반도체와 2차전지(배터리)에 집중된 만큼 이들 업종의 성적에 따라 코스피 향방이 달려 있다"며 "이미 삼성전자와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4분기 잠정실적에서 쇼크를 기록했고 다른 기업 우려도 커진다"고 언급했다.
김형렬 교보증권 리서치센터장도 "삼성전자의 어닝쇼크를 악재로 반영하지 않고 '오히려 괜찮아'라는 반응을 보이는 등 실적을 무시하던 상황이 낙폭 확대를 이끌었다"며 "지난 연말에 과도하게 오른 점도 있다"고 판단했다.
올해 증권사 리서치센터의 코스피 밴드가 2300~2700선 안팎인만큼 장기적으로 2300선이 지지선이 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단기 저점이 일단 무너지더라도 빠르게 주식 비중을 확대하기보다는 실적 기대감이 있는 종목으로 선별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시기적으로는 1월 말쯤 하락세가 멈출 것으로 봤다. 미국 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 방향성이 정해지면 증시가 불확실성을 벗어날 것이라는 기대감에서다. 최근의 발언들로 1월 금리 인하 가능성이 유예된 만큼 증시 변곡점을 3월로 꼽는 의견도 있었다.
박소연 신영증권 투자전략 이사는 "3월 금리 인하를 단행하지 않더라도 조만간 (금리인하)를 할 것이라는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다"며 "1월보다는 3월 FOMC가 중요해 보이고 3월 초에는 중국 양회도 있다"고 했다.
국내 증시 반등의 실마리는 결국 기업 실적에 달렸다는 게 증권업계 중론이다. 당분간 기업 실적이 약화할 것으로 전망돼 일단은 관망세를 유지하되, 단기 저점을 형성한다고 판단하면 시장 상황을 이겨낼 실적 유망주로 대피하라는 조언이다.
신중호 이베스트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대피처를 찾는게 쉽지 않지만 꼽자면 자동차 업종"이라며 " 자동차 업종은 미리 가격이 하락해 밸류에이션이 낮으며 수출주로서의 가치가 있고 중국 익스포저(노출)도 미리 줄여놨다"고 짚었다.
김소연 기자 nicksy@mt.co.kr 홍재영 기자 hjae0@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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