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장토론’하자면서 ‘얼마나 늘릴지’엔 침묵하는 의협···속내는 의대증원 반대?
의대 증원 발표가 얼마 남지 않은 가운데 정부가 대한의사협회(의협) 측에 ‘원하는 수’를 재차 요구했다. 의협은 “매우 부적절한 처사”라며 구체적인 증원 규모엔 침묵을 지켰다. 사실상 증원 자체에 반대하는 의협 내부의 분위기가 반영된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보건복지부와 의협은 17일 서울 중구 컨퍼런스하우스 달개비에서 제25차 의료현안협의체를 열었다. 앞서 복지부는 지난 15일 오후 의협에 적정한 의대 증원 규모에 대한 의견을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복지부와 의협은 지난 1년간 의료현안협의체 등 71차례 회의를 열어 의대증원을 놓고 격론을 벌였는데 진전이 없자 의협이 원하는 증원 규모를 공문으로 요구한 것이다. 의협은 구체적인 수를 답하는 대신 “공문으로 증원 규모에 대해 의견을 요청한 것은 부적절하다”라는 취지의 반박 공문을 보낸 것으로 전해졌다.
양동호 의협 협상단장은 이날 모두발언에서도 “현재 의협이 적극적인 자세로 의대 정원 논의를 진행하고 있는 시점에서 정부가 이렇게 의협에 일방적으로 공문을 보내는 것은 대화와 협상의 당사자를 무시하는 행위이고 의·정 간 신뢰에 찬물을 끼얹는 매우 부적절한 처사인바 의협은 이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라고 말했다.
양 단장은 “필요하다면 끝장토론, 밤샘토론을 통해서라도 의대 정원에 대해 의협과 정부가 서로의 입장을 허심탄회하게 공개하고 이른 시일 내에 의대 정원 문제를 결론지어 불필요하고 소모적인 논쟁을 하루빨리 마무리할 것을 다시 한번 제안한다”고 했다.
정부는 의협의 ‘공식적인 입장’을 재차 요구했다. 정경실 복지부 보건의료정책관은 “의대 증원과 관련해 각계가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하는 상황에서 이런 의견들을 종합적으로 고려하기 위해 정부가 의료계 대표단체인 의협의 입장을 공식적으로 요구하는 건 너무나 당연하고 필요한 일”이라며 “객관적인 데이터를 가지고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논의를 하자고 하면서 공식적으로는 의견을 제시하지 못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서정성 의협 총무이사는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구체적인 증원 규모를 제시하지 않는 이유에 관해 “우리가(의협이) 먼저 증원을 요구한 게 아니다. 의사들의 재배치와 유입 방안이 훨씬 우선이라고 말했는데 그런데도 접점이 안 나온 것”이라며 “의대정원이 300명이 늘든 500명이 늘든 1000명이 늘든 필수의료 유입방안이 있으면 늘려도 되겠지만 그런 대안이 전혀 없이 숫자만 늘리는 건 문제가 있다”고 했다.
의협이 공식적으로 증원 규모를 제시하지 않는 것은 증원 자체에 반대하는 내부 여론을 의식해서로 보인다. 정부에 구체적인 ‘수’를 제시하면 자칫 증원에 찬성하는 것으로 보일 수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7월에는 집행부가 의료현안협의체에서 복지부와 의대 증원에 합의했다는 이유로 이필수 의협회장의 불신임안(탄핵안)이 상정되기도 했다.
앞서 한국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협회(KAMC)는 지난 9일 ‘350명 증원안’을 제안했다. 2000년 의약분업 당시 줄어든 정원만큼만 되돌리자는 뜻이다. 의협에서 공식적으로 밝힌 수는 아니지만 사실상 의료계에서 공감대를 이루고 있는 증원 규모라는 게 중론이다.
정 정책관은 “(350명 증원안이) 의과대학 교육의 질을 담보할 수 있는 수준이라는 입장인데 왜 그 규모가 적정한지는 20여년 전 줄어든 정원의 복원이라는 것 외에 다른 근거를 찾을 수 없다”며 “20여 년 동안 한국은 크게 변했고 대학 교육의 규모와 질적 수준도 그만큼 올라갔음에도 의대 교육 역량과 질은 제자리걸음이었다는 것인지 납득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부는 조만간 의대 증원 규모를 발표할 계획이다. 발표 후 의협의 파업(집단휴진) 가능성을 고려해 오는 2월 설 연휴 이후로 발표가 미뤄질 가능성도 있다. 2025학년도 입시에 늘어난 의대 정원을 반영하려면 늦어도 올해 4월까지는 교육부에 증원 규모를 전달해야 한다.
민서영 기자 min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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