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없이 나가지 않겠다는 아이, 자존감 어떻게 높여줄까요?
자녀교육 유튜브 채널 ‘육퇴한밤’이 아이 발달·정서·교육에 대한 고민을 상담해드립니다. 김효원 서울아산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가 친정엄마, 옆집 엄마, 조리원 동기도 해주지 못하는 뾰족한 답변으로 자녀 걱정을 덜어드립니다. 자세한 내용은 유튜브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사연] 초등 4학년 아이가 집 밖에선 마스크를 벗지 않아요. 이젠 벗어도 된다고 답답하지 않냐고 물으면 자긴 마스크 쓴 게 더 편하다고 말합니다. 혹시나 외모 자신감이 떨어져서 그런가 싶어 물어보니 마스크 쓴 게 더 예쁜 것 같다고는 대답하더라고요. 자신의 외모 점수를 매겨보라고 하니 아주 예쁜 외모는 아닌 것 같대요. 아이는 키 크고 마른 스타일로 제가 평상시에도 “예쁘다” “귀엽다” 칭찬도 많이 해주거든요. 그런데 왜 그럴까요? 일단 코로나가 완전히 사라진 건 아니니 알아서 마스크를 벗길 기다려줄까요?
육퇴한밤: 코로나 시기에 마스크를 꼭 써야 한다고 조심시켰잖아요. 그래서 지금도 마스크 벗는 게 두려운가 싶었는데 외모 자신감 얘기 같네요.
김효원 교수님: 학교에서는 아이들끼리 ‘마기꾼’(마스크 사기꾼)이라고 놀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가 봐요. 마스크를 썼을 때는 예뻤는데 벗으니까 생각만큼 예쁘지 않다는 의미로요. 친구들에게 마기꾼이라는 얘기를 들은 다음에 학교에서 마스크를 못 벗겠다는 친구들이 가끔 있거든요. 우리 사회가 다른 사람들의 외모에 대해서 쉽게 평가하는 사회이다 보니 아이들도 쉽게 따라 하는 거죠. 그런데 이렇게 마스크를 못 벗는다는 것은 아이가 자기 외모에 자신이 없다, 혹은 다른 아이들이 나의 외모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을 많이 쓴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자존감이, 특히 외모에 대해서 낮다는 뜻이죠.
육퇴한밤: 자존감이 낮으면 어떤 문제가 생길까요?
김효원 교수님: 자존감이 높은 사람들은 주변 사람들이 자신에 대해서 뭐라고 하는지 크게 신경 쓰지 않습니다. 다른 사람의 평가가 본질적인 면에서 내가 어떤 사람인지에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죠. 그런데 자존감이 낮은 사람들은 외모 지적을 받으면 ‘난 왜 이렇게 못생긴 걸까’ ‘내가 안 예뻐서 다른 사람들이 나를 무시하거나 싫어하면 어떡하지’ 하고 계속 생각합니다. 주변 사람들의 말에 쉽게 상처받고 휘둘리는 거죠.
육퇴한밤: 자존감 문제가 청소년기에 가면 더 심해질 수도 있겠어요.
김효원 교수님: 자존감은 보통 부모의 눈에 비친 자신의 모습, 자라면서 무언가를 열심히 하고 성취해 낸 경험, 주변 사람들과 관계를 형성하고 인정받은 경험 등에서 만들어집니다.
특히나 청소년기는 아직 무언가를 성취해내지 못했고, 입시라는 중요한 목표를 앞에 두고 끊임없이 좌절하는 시기죠.
요즘 청소년들은 학교에서 안정적이고 편안한 또래 관계를 경험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래서 자존감이 좀 나아졌다 떨어지기를 끊임없이 반복합니다. 아직 확고한 자아감과 자존감이 형성되기 전인 거죠. 그런데 이 시기는 자신과 주변 친구들이 모두 외모에 대한 관심이 많을 때입니다. 방송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도 예쁜 외모가 엄청 칭송받죠. 불안정한 자존감을 가진 아이들은 이런 분위기에 영향을 받고 마음에 상처도 많이 입습니다.
육퇴한밤: 아이의 자존감을 높일 수 있게 부모님이 도울 방법이 있을까요?
김효원 교수님: 부모가 해줄 수 있는 것에는 한계가 있어요. 성취해 낸 경험이든, 관계에서의 좋은 경험이든 부모가 해줄 수 없는 것들이 많으니까요. “엄마가 보기에는 네가 제일 예쁘다” 이런 말도 도움은 별로 안 돼요.
그렇지만 밖에서 친구들이나 다른 사람들이 아이에게 안 예쁘다거나 별로라고 말을 했을 때, 뭔가 살면서 노력을 해도 잘 안 될 때, 친구 관계에서 상처받고 좌절할 때, 그래도 내 편이면서 세상에서 내가 제일 예쁘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게 큰 위안이 될 수 있거든요. 부모가 할 수 있는 것은 그런 역할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아이가 마스크를 스스로 벗는 날을 기다려주세요.
김미영 박수진 기자 instyl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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