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O 25세 최고 중앙내야수 ML행 예약…이젠 홍원기 디시전 주목, 2루수or유격수 ‘어디로 갈까’
[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지금 하고 있는 포지션에서 더 잘 하는 게…”
KBO리그 최고 2루수이자 최고 중앙내야수 김혜성(25, 키움 히어로즈)의 포지션 변경 요청 사실은 이번 오프시즌 초반에 알려졌다. 김혜성은 홍원기 감독과의 면담을 통해 공식적으로 요청했고, 홍원기 감독은 즉답을 피했다.
김혜성은 2021년 유격수 골든글러브를 수상했지만, 당시 35개의 실책을 범하는 등 수비에선 약간의 옥에 티도 있었다. 수비코치를 오랫동안 역임한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이 유격수보다 2루수로 뛰는 게 좋다고 판단, 2022시즌부터 2루수로 옮겼다.
물론 지난 2년간 2021년 김혜성과 과거 강정호(은퇴), 김하성(샌디에이고 파드레스)급의 주전 유격수를 찾지 못했다. 외국인타자도 써봤고, 김혜성보다 어린 유망주들도 활용해봤다. 그러나 홍원기 감독의 생각은 확고했다.
김혜성의 수비범위와 더블플레이의 안정감 측면을 감안할 때 2루수가 낫다는 시각이었다. 작년 12월 초 담당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도 확실하게 얘기는 하지 않았지만, 여전히 2루수로 뛰는 게 낫다는 시각을 견지했다. 당시 김혜성과의 면담 이후였다.
홍원기 감독은 김혜성에게도, 담당기자들에게도 결정된 건 없다고 했다. 애리조나, 대만 스프링캠프를 치러보면서 결정할 일이라고 했다. 유격수 복귀 가능성도 열어놓은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김혜성 때문이 아닌, 철저히 팀의 상황을 감안한 얘기였다. 김혜성이 아끼는 제자인 건 맞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팀이다.
팀 사정을 볼 때, 유격수는 김휘집에게 본격적으로 시간을 부여할 시점이 되긴 했다. 작년에도 에디슨 러셀이 부상으로 퇴단한 뒤 그 자리를 가장 오래 지킨 선수였다. 장기적으로 볼 때 김혜성이 메이저리그로 떠나면 중앙내야의 리더 역할을 해야 할 선수가 김휘집이다.
단, 아직 공수에서의 안정감이 김혜성에 비할 바 못 된다. 이 부문은 딜레마다. 거시적으로 보면 유격수 김휘집-2루수 김혜성 체제로 갈 수도 있다. 한편으로 김혜성을 유격수로 돌리면 새롭게 영입한 베테랑 2루수 최주환을 주전 키스톤으로 쓸 수도 있다. 단, 이럴 경우 장기적으로 키워야 할 김휘집의 자리가 애매하게 된다. 3루수로 써도 되지만, 15홈런이 가능한 송성문에 베테랑 이원석도 있다. 즉, 올 시즌 성적과 팀의 미래를 종합적으로 거론하면 김혜성을 2루수로 쓰는 게 맞다.
그런데 김혜성의 미래를 생각하면 당연히 2루수보다 유격수가 플러스 효과가 있다. 김하성은 KBO리그 마지막 시즌이던 2020년에 러셀의 합류로 3루수로 뛰긴 했다. 그러나 커리어 전체를 볼 때 유격수로 뛴 시간이 길었다. 유격수를 보면서도 2루수와 3루수가 가능한 선수라는 평가가 뒤따랐다.
하지만, 김혜성에게 풀타임 유격수는 2021시즌이 유일했다. 그마저도 시즌 막판 잠시 2루 외도를 하는 등 커리어 전체를 볼 때 유격수로 보낸 시간이 그렇게 길지 않다. 메이저리그에서 가치를 높이려면, 당연히 ‘내야의 핵’ 유격수로 안정감이 있다는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 충분히 그럴만한 능력이 있는 선수다.
실제 공수겸장 유격수가 다른 위치의 어정쩡한 내야수보다 몸값을 더 받는다. 김혜성이 올해 유격수로 풀타임을 뛰면서 좋은 활약을 펼치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유격수라는 인식이 높아진다. 그러나 올해 유격수로 못 뛰면 메이저리그에서도 유격수보다 2루수로 인식할 수밖에 없다. 결국 홍원기 감독의 디시전인데, 섣불리 결론을 내기 어려운 난제다.
감독의 얘기도, 선수의 요청도 모두 이해가 된다. 김혜성은 올해 어디에 서 있을까. 키움은 3월 중순 LA 다저스 혹은 샌디에이고 파드레스와 고척에서 연습경기를 갖는다. 서울시리즈 직전이기도 하지만, KBO리그 개막전 직전이기도 하다. 그때까지 기다려봐야 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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