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리스크에 中침체 충격파 … 새해 코스피 성적표 G20 중 '꼴찌'

최희석 기자(achilleus@mk.co.kr), 명지예 기자(bright@mk.co.kr), 김정석 기자(jsk@mk.co.kr) 2024. 1. 17. 17: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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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피 올들어 8.26% 하락
지정학 위기탓 외국인 '팔자'
"美금리인하 낙관 과도" 평가
연말 상승분 2배수준 토해내
가계부채·소비위축·PF위기
대내적 요인도 악재투성이
일각 "조정기일 뿐" 반론도
시총 상위종목 줄줄이 하락 중국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로 17일 아시아 증시가 크게 하락한 가운데 국내 증시도 충격을 받았다. 코스피와 코스닥 지수가 각각 2.47%, 2.55% 하락하며 장을 마감한 이날 여의도 한국거래소 전광판에 종목별 종가가 표시되고 있다. 김호영 기자

17일 아시아 증시가 전반적으로 하락한 것은 중국의 경기 침체가 예상보다 깊다는 불안감이 확산된 영향이 크다. 중국은 지난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이 5.2%에 그쳐, 팬데믹 기간을 제외한 33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을 기록했을 정도다. 새해 들어 약세를 보여온 코스피는 이 같은 중국의 경기 침체 가능성에 더 큰 충격을 받고 있다.

중국에 대한 중간재 수출로 돈을 벌던 구조에서 탈피하려면 아직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도 최근 "중국의 저성장 추세가 지속되면 중국 경제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가 타격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1월 2일부터 12거래일 동안 코스피는 8.26% 하락했다. 지난해 12월 4.73% 오른 코스피는 올 들어 1월의 절반을 조금 지난 시점에서 상승분의 2배가량을 반납한 것이다. 주요 20개국(G20) 증시 중에서 가장 부진하다.

코스닥도 마찬가지다. 지난달 4.2% 오른 코스닥은 올 들어 벌써 3.89% 내려 연말 산타랠리로 인한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주요국도 비슷한 흐름을 보였지만 한국만큼 심하지는 않다. 미국 나스닥 지수는 지난해 12월 4.12% 상승했는데 올 들어 2.89%밖에 빠지지 않았고, S&P500지수는 지난달 4.42% 오르고 이달에 0.08% 하락했다.

오히려 일본 닛케이225 지수는 지난달 0.07% 내렸지만 올 들어 6.02% 상승했다. 34년 만에 최대치를 경신하는 뜨거운 모습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경기 침체 외에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의 변화가 한국 증시를 더 짓누르고 있다. 북한발 안보 위협이 커지고 있는 데다 대만에서 친미 정권이 연장된 점, 미·중 갈등 속 일본의 중요도가 크게 높아졌다는 점이 꼽힌다.

미국 미들베리국제연구소의 로버트 칼린 연구원과 지크프리트 해커 교수는 지난 11일(현지시간) 북한 전문매체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김정은이 1950년에 할아버지가 그랬듯이 전쟁을 하겠다는 전략적 결정을 했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새해 초 기관들의 이탈로 약세를 보였던 증시는 최근 외국인의 이탈로 하락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17일 하루에만 외국인들은 9021억원을 순매도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이라는 과도한 기대가 희석되고 있다는 점, 그로 인해 미 국채 금리가 다시 상승하면서 강달러가 돌아오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강달러가 돌아오면 국내 수출 기업에는 도움이 될 수 있지만, 물가 상승 압력이 강해지면서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도 더 늦춰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고채 금리는 지난해 말 하락분을 일부 반납하고 있다.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지연된 탓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국고채 3년물 금리는 지난해 11월 초까지만 해도 4%대였지만 11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이후 빠르게 하락해 지난해 말 3.154%까지 떨어진 바 있다. 이달 들어서는 3.2% 선을 지키는 중이지만 미국 국채 약세의 영향에 17일에는 전일 대비 0.042%포인트 올라서기도 했다. 국내 환경도 녹록지 않다. 가계부채가 심각해 민간소비가 살아날 여력이 없는 데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위기로 건설투자도 어려운 상황이다. 기업들의 시설투자는 해외에만 집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정부도 건전재정을 표방하며 재정 확대에 미온적이다. 17일로 좁혀보면 그간 금리 인하 기대감을 많이 반영했던 성장주의 하락폭이 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네이버, 카카오와 게임주, 엔터주를 포함한 KRX 미디어&엔터테인먼트 지수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3.3% 하락했다. 카카오와 네이버는 전 거래일 대비 각각 3.5%, 4.8% 하락하며 코스피보다 큰 하락폭을 보였다. 다만, 국내 증시의 부진이 일단락됐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강대석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지난해 말의 상승분을 절반 이상 반납했기에 급상승에 따른 조정은 상당히 진행된 상태로 보고 있다"며 "연기금의 경우 국내 주식 비중이 목표치를 밑돌고 있기에 극적인 매도세가 나타날 가능성이 작다"고 분석했다.

[최희석 기자 / 명지예 기자 / 김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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